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16세기 스페인에서 탄생하고 활동한 가르멜 봉쇄 수녀원의 수도자였습니다. 관상 수도자로서 성녀는 봉쇄 수도원 규칙에 충실했고 주어진 기도와 직무에도 항상 충실했습니다. 성녀께서는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수도원의 장상직을 순명으로 받아들여 활동하고, 이후 기도와 신비 체험을 통해 얻은 확신을 통해 수도원 개혁과 창립으로 당신의 사도적 활동을 이어 갑니다.
성녀의 삶은 장상과 교회에 대한 순명으로 가득했지만, 결코 수동적이거나 소심한 삶의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성체성사와 기도로 주님께서 자신과 함께하심을 언제나 확신했기에 성녀의 삶은 능동적이며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은총과 내적 확신이 있었기에 16세기 여성 인권이 지금과 같지 않던 때에, 게다가 봉쇄 수녀라는 여러 가지 제약을 딛고 스페인 전역에 17개나 되는 수도원을 창립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현재 세계의 가르멜 수도원과 가르멜 영성이라는 교회의 보화로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아빌라에서 시작된 데레사 성녀의 가르멜 창립 활동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고해사제의 명령으로 인한 순명과, 수도원 자매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여러 저서를 남겼습니다. 특히 《창립사》는 1562년 아빌라에서 이루어진 첫 맨발의 가르멜 창립부터 1582년 부르고스에서 이루어진 마지막 창립까지 맨발의 가르멜 수도원 창립의 역사와 수도회 회원들을 위한 지침들을 기록한 책입니다. 데레사 성녀는 창립 활동을 하며 항상 주님께서 말씀과 실천으로 도움을 주셨다고 고백하며, 이는 주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어느 날 영성체 후에, 주님께서는 이 수도원의 설립을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라고 명하셨습니다.
그 수도원은 반드시 설립될 것이며, 주님께서는 그곳에서 크게 영광을 받으실 것이라는 확실한 약속을 주셨습니다.
또한 그 수도원은 성 요셉 수도원이라고 이름 지어야 하며 요셉 성인이 한쪽 문을,
다른 한쪽 문은 성모님이 지키시고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우리와 함께 머무실 것이며,
이 수도원은 찬란한 광채를 발하면서 빛나는 별이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성녀는 자신이 하느님의 도구이며, 교회와 세상에 새로운 형태의 삶을 수도회를 통해 세우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성녀는 주님께서는 청하기도 전에 수도원에 자매들을 보내시고, 필요한 것들을 주시며, 자매들을 돌보시고 그들이 봉쇄 수도원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은총을 베풀어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그녀의 고백처럼 데레사의 온 생애, 특히 수도원 창립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는 믿고 의지하는 이를 도우신다는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에 생명을 주고 세상과 소통하시고자 예수의 데레사 수녀를 당신의 도구로 선택하시고 그녀의 수도원 창립을 도와주십니다. 주님께서는 파견하시는 분이시며, 우리가 어려움에 직면할 때 우리의 마음을 믿음으로 채워 주시는 분이십니다. 때로는 우리의 계획을 바꾸어 주기도 하시지만, 그 계획을 실행할 힘과 용기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성체를 모시는 것으로 완성되는 가르멜수도원 설립
한편, 하느님께서는 예수의 데레사 성녀에게 ‘신비 체험’이라는 은사를 주십니다. 이 신비 체험의 여정은 인간에게 당신 자신과의 통교를 선물로 체험하게 해 주시는 하느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입니다. 이러한 은사는 성녀의 꾸준하고 열심한 기도 생활을 통해 사랑 가득하고 자비로운 주님의 눈을 마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은총입니다. 성녀는 기도의 열매를 혼자 간직하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사랑의 속성은 나눔입니다. 진정으로 하느님을 체험한 사람은 혼자 그 기쁨과 은총을 간직할 수 없습니다. 마치 삼위일체의 사랑이 흘러넘쳐 우리에게 성령 하느님으로 주어지듯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은총은 우리의 삶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넘쳐흘러 전해집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데레사 성녀는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를 교회에 봉헌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목적으로 수도원 창립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자신을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라,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성녀는 투병으로 인한 극도의 고통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사도직을 수행합니다.
더 나아가, 예수의 데레사 성녀는 수도원 설립은 성체를 모심으로써 완성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성녀가 수도원을 설립한 이유가 성체를 모신 성당이 한 곳이라도 더 늘어나게 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그녀에게 큰 기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창립한 수도원에서 첫 미사를 거행하고 경당에 성체를 모셨을 때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새로운 수도원이 참으로 시작되었다고 여겼습니다.
이는 수도회를 비롯한 우리 그리스도교 영성 생활에 있어서 성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하나의 예시입니다. 데레사 성녀에게 있어서 수도원을 통해 도시 가운데 성체를 모시는 것은 세상에 주님의 현존을 알리는 일이며, 세상 사람들에게 주님의 현존을 통해 사랑과 자비를 펼쳐 나가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성체 앞으로 나아가기
그러나 성녀의 창립 활동이 항상 순조롭고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반대를 피해 한밤중에 경당을 임시로 만들기도 했고, 당시 성체를 모독하려는 개신교도들의 위협에도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녀는 영성체 후에 주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체험하며 용기를 냅니다. 그리고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성당으로 찾아가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과 자신의 문제에 대해 상의했습니다.
이러한 성녀의 모범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줍니다. 우리도 때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에 봉사하고 본당 공동체와 함께 신앙생활을 합니다. 항상 아름답고 평화로우면 좋겠지만, 사실 신앙생활이 항상 평화롭기는 어렵습니다. 때로는 개인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공동체의 문제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그때 우리는 예수의 데레사처럼 성체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성체 안에 계신 주님과 침묵을 통해 대화하고 우리의 문제를 주님께 봉헌합시다. 때로는 여러 분심이 우리를 산란하게 할지라도 ‘성체 안에 예수님께서 계시다’는 진리는 변치 않으니, 우리의 사도직 활동을 주님께 내어 맡기고 그분께 필요한 용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그때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생각하신 때에 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한 은총을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