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 조배를 할 때 제일 어려운 것?

신학 칼럼

성체 조배를 할 때 제일 어려운 것?

성체 조배를 방해하는 것들

2025. 07. 08
읽음 52


성체 조배를 통해 주님과 영적 일치를 이루고자 하는 신앙인은 하느님께 나아가길 바란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 길을 걸어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 내면에서는 방해 공작이 일어난다. 마음을 어지럽히고 하느님을 온전히 체험하지 못하게 하는 여러 작용 때문에 내면은 점점 흐려지고 어두워진다. 조배에 힘쓰더라도 오히려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죄가 많아 주님께서 외면하시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방해 공작을 받는 신앙인에게 성령을 부어 주신다. 성령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하여 제자가 되게 하신다. 그리고 우리가 진리를 깨우쳐 참된 자유를 누리게 하신다. 하느님 아버지께로, 그분의 나라로 나아가게 하시는 것이다.

 

오늘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가로막는 요소들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성체 조배를 통해 더욱 깊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방해 요소 1. 피곤함

 

먼저 다룰 방해 요소는 피곤함이다. 사회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받고, 인간관계에서 다양한 상황에 부딪히다 보면 우리 육신과 영혼은 지칠 수밖에 없다. 기도하면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 아예 잠들어 버리는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처럼 하느님 앞에서 피곤함이 몰려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느님께서는 참아버지로서 크신 자비로 우리 영혼과 육신을 받아 주신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 주님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있다. 위로자이신 성령께서는 세상살이에 상처받은 우리 영혼을 위로하기까지 하시니, 남몰래 울던 우리도 주님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쉬게 된다.

 

만약 조배 중에 주님 안에서 평안한 쉼이 느껴진다면, 그대로 머물러도 좋다. 주님께서는 가만히 받아 주시며 당신 안에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해 주실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눈이 떠지고 정신이 또렷해져 다시 주님께로 나아갈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 쉼이 단순히 졸음을 해소하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단지 편안함에 안주하는 시간이 된다면, 성체 조배는 하느님을 향한 여정이 아니라 정체된 상태에 머무는 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러니 일부러 쉬겠다고 마음먹고 주님 앞에서 게으름을 피우거나 떼를 쓰는 태도는 경계하자. 이는 주님 안에서 쉼을 느끼는 행위가 아니라 나태한 스스로를 방치하는 일이다.

 


 

방해 요소 2. 해야 할 일

 

두 번째로 성체 조배를 할 때 방해가 되는 요소는 해야 할 일, 즉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느껴지는 일상의 과제들이다. 이 외에도 자기 안의 욕망, 살면서 받은 상처, 죄악으로 누리던 쾌락 등이 집중을 흐트러뜨린다.

물론 우리의 삶은 해야 할 일로 가득하다. 살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체 조배를 위해 시간을 내고, 그 시간만큼은 주님 안에 머무르겠다고 결심했다면 그 일들은 미뤄 놓는 게 좋다. 갑작스러운 복통처럼 생리적인 현상은 우선 해결해야 조배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떠오르는 일들의 대부분은 미뤄도 괜찮은 것들이다.

 

가스불 끄고 왔나?’

이따 그 사람 만나서 무슨 말을 할까?’

공과금 내야 되는데 돈을 어디서 빌리지?’

 

이때는 억지로 생각을 밀어내기보다는 자신을 다독이며 안심시켜 주면 된다. 지금 당장 안 해도 괜찮다고, 기도 마치고 해도 된다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고 나면 그 생각들이 흩어지면서 다시 주님께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해야 할 일들이 주님보다 앞서지 않도록, 그 생각들이 나를 휘어잡지 않도록 나 자신을 다스려야 성체 조배 안에서 하느님께 온전히 나아갈 수 있다.

 


 

방해 요소 3. 지루함

 

마지막으로, 성체 조배를 하려는 신앙인은 지루함을 마주한다. 기도에 집중하려 해도 마음이 쉽게 산만해지고, ‘기도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회의가 밀려오기도 한다.

 

조배 중에는 하느님 앞에서 침묵하고, 성체 안에 살아 계시는 예수님의 현존에 집중하고자 애쓴다. 정자세를 한 채 움직임을 줄이고, 고요 속에 머무른다. 믿음 안에서 자신을 내어 드리고, 주님께서 함께하시며 우리의 영혼과 육신을 돌보시도록 자신을 맡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보이지 않으시고, 거룩하신 영의 움직임이 곧장 느껴지지도 않는다.

 

성령께서는 바람처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우리 내면에 다가오신다. 성령의 활동은 끊임없이 이루어지지만, 우리가 이를 느끼고 동참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님께 나아가기 위해 이전에 익숙하던 자극과 기쁨을 내려놓는 과정에서는 감각의 공백이 생기고, 육신의 감각을 영의 감각으로 변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감각의 공백 상태, 즉 무미건조함을 경험하게 된다. 육신은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원하는데, 하느님에 관한 느낌이 곧바로 내면에 다가오지 않으니 지루해지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뇌는 반복되는 행동에 지루함을 느끼도록 작동하기에, 기도와 침묵이 계속될수록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성체 조배는 해 봤자 소용없다.’는 마음으로 중단되기도 한다. 때문에 지루함은 기도를 방해하는 요인으로만 여기기 쉽다.

 

그러나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이를 두고 하느님 사랑으로 불타오르도록, 한 사람의 영혼을 마른 장작처럼 메마르게 하시는 것이라 하신다. 지루함은 영혼이 세상의 쾌락과 거짓된 위안으로부터 메말라 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각인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믿음과 희망 안에서 견딜 때 우리는 성령의 활동에 온전히 동참하게 되며, 자기 자신을 정화해 주님께 나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성체 조배에서 지루함은 반드시 부정적인 감각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하느님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기에,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지루함을 받아들이고 이 과정을 잘 견디겠다는 의지를 가진다면, 성체 조배는 더욱 깊이 있는 만남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요약

 

 피곤함은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경험하는 계기

 해야 할 일들은 주님께 온전히 나아가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

 지루함은 영적 감각을 회복하는 전환의 과정

 

성체 조배는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이 시간을 방해하는 것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께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잃지 않는 것이다. 방해 요소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 어려움에도 계속해서 하느님께로 향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성체 조배 안에서 참된 영적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Profile
인천교구 사제. 김포성체순례성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십자가의 요한 성인을 존경하며 살아갑니다. 하느님과의 깊은 영적 일치를 추구하고 직접 체험하신 그분의 삶은 제게 큰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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