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의 매력이란?

영성과 신심

부르심의 매력이란?

부르심에 응답하는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의 삶

2025. 0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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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난 편을 안 보셨다면, 먼저 읽어 보시길 추천해요.

<우리 피정 갈까?> 시리즈의 ‘1화 우리, 피정 갑시다!’)

 


 

안녕하세요, 한민택 신부입니다.

먼저 시작 기도로 에페 4,1-3 말씀을 듣겠습니다.

 

그러므로 주님 안에서 수인이 된 내가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

 

이번 피정의 주제를 부르심의 매력으로 정했습니다. 이 표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부르심이라는 주제로 나의 인생을 읽고자 하는 것입니다. 부르심의 매력, 과연 이 표현은 여러분에게 어떻게 다가오나요?

 


 

성소를 향한 마음의 끌림

 

먼저 매력이란 표현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종종 쓰시는 표현입니다. 한 성소 주일 담화(2019)에서 교황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나가다가 어부들을 보고 그들에게 다가가십니다. 우리가 혼인 생활을 함께하고픈 사람을 만날 때나 처음으로 봉헌된 삶에 매력을 느낄 때에, 바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놀라움을 안겨 주는 만남의 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해 줄 수 있는 기쁨의 약속을 예견합니다.”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마음의 끌림을 느끼는 것입니다. 매력은 설레는 마음을 갖게 하고 눈여겨보게 합니다. 그 안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통 젊음에서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그런데 젊음만이 아름다운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팔짱 끼고 걷는 노부부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어르신의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에서도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성체를 모시는 손에 보이는 상처와 굳은살은 그분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 주는 아름다운 징표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매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사제의 삶 혹은 수도자의 삶이 세상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를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매력이란 말을 사제 성소나 수도 성소만이 아닌 모든 성소에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의 성소, 거룩한 삶으로의 부르심만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삶이 발산하는 고유한 매력이 있습니다.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 그 매력

 

매력적이라는 말은 고리타분하고 답답한 것과는 반대말일 것입니다. 우리는 신앙에서 사이다와 같은 청량감이 있는 것을 떠올리나요, 아니면 고구마를 먹는 것과 같은 답답함을 느끼나요? 우리 주위 사람들은 천주교 신자인 우리를 향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부르심의 매력 하면 거룩한 사제복이나 수도복을 입은 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오지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시는 분, 혹은 의료 봉사와 같은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하며 온 삶을 바친 분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모두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번 피정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삶의 매력, 바로 그것을 찾고자 합니다.

 

얼마 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한 자매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신부님, 제가 젊어서 신부님 아버지와 면사무소에서 함께 근무할 때, 아버님 모습 보면서 언젠가 종교를 갖게 되면 성당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삶이 주는 매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매력은 일반 사회의 것과는 분명 다릅니다.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의 매력, 어쩌면 그 안에 배어 있는 아름다움이란 진정한 인간다움에서 풍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가 진정한 인간미를 풍길 때, ‘아 나도 저분처럼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화려해서가 아닌, 인간적으로 정말 존경스럽고 끌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노랫말 가사가 있죠. “우린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 가는 겁니다.” 곡물이 잘 익어 맛 좋고 향 좋은 술이 되어가는 것처럼, 우리도 나이가 들어 가면서 좋은 향기, 좋은 맛을 내는 그런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 되어 간다면, 분명 매력적인 삶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좋은 향기를 풍기며 잘 익어 가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부르심 속에서 나를 찾다

 

다시 부르심이라는 주제로 돌아옵니다. 부르심을 주제로 자기 삶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는 한 인간이자 신앙인으로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사람과는 다른 세계관, 인생관, 삶의 방식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신앙이 우리 안에 새로운 무언가를 가져다준 것입니다.

 

제가 파리에서 신학생 양성을 받던 시절, 부제 서품을 앞두고 사제 생활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졌습니다. 이 계획서의 첫 부분은 라이프 스토리, 사제 성소라는 주제로 바라본 나의 삶에 관한 것입니다. 나는 인간적으로 어떤 탄생,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그 안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경험한 중요한 사건이나 만남은 어떤 것이었고,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성소에 대한 나의 응답을 준비해 왔는지 적습니다.

 

두 번째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사제상으로, 학교에서 배운 것만이 아니라 사목 현장에서 살아온 삶을 통해 내 안에 새겨진 사제의 모습을 그립니다.

마지막 부분에는 사목 현장에 파견되었을 때 나는 어떤 사목 계획과 마인드를 갖고 사제의 삶을 살고자 하는지를 적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한순간에 살펴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이 작업을 위해 여러 번의 개인 피정을 활용했습니다. 피정을 통해 제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여러 사건과 만남 안에서 전해지는 주님의 손길과 부르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르심을 주제로 나의 삶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고 마음 따뜻한 일이었습니다. 매번 주님과 함께 대화하며, 나의 속마음을 온전히 드러내고,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작성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계획서를 읽으면 당시 포근하고 따뜻했던 마음이 새록새록 일어납니다.

 

부르심이라는 주제가 어려운 분도 계실 겁니다. 들리지 않는데 무슨 부르심이 있고, 어떻게 응답을 할까요? 부르심은 식별해야 할 무엇입니다. 보통 듣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사제 지망생들은 처음에 어렴풋한 주님의 음성을 듣고 신학교에 들어옵니다. 사제로서의 삶을 준비하며 7~10년 과정을 거칩니다. 공동체 생활을 합니다. 그 가운데 공부도 하고 사목 실습도 하며 사제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더 명확히 들여다보고, 과연 그 삶이 주님께서 불러 주신 나의 삶인지 스스로 묻고 답하게 됩니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기간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삶을 주님께서 불러 주신 나의 삶으로 알아듣고 스스로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제 지망자만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요청되는 작업입니다. 사제와 수도자를 비롯한 모든 신자는 단 하나의 성소, 곧 거룩한 삶,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으로 부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사제 혹은 수도자로서 나의 삶은 어떻습니까? 나는 신앙인으로 사는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나는 그 삶을 주님께서 살도록 불러 주신 삶으로 인식하며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물론 답이 준비가 안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번 피정이 그 답을 찾는 데 좋은 계기가 되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은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이며, 그 삶이 분명 가치 있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그 매력을 각자가 찾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의 성소

 

부르심은 나이를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띱니다. 어린 시절 젊은 날의 뜨겁고 열정적인 부르심이 있는가 하면, 노년의 차분하고 그윽하며 깊이 있는 부르심이 있습니다. 그 나이와 상황에 맞는 부르심을 듣고 응답하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편지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동치는 심장, 하느님을 향한 열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이미 하느님께 올리는 포도주로 바쳐지고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온 것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2티모 4,6-8)

 

부르심에 매력은 생의 과정 안에서 늘 새롭게 주어진다는 것에 있습니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 노쇠하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은 결코 지칠 줄 모릅니다. 부르심에 대한 우리에 응답 역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부르심의 매력은 각자의 고유한 기질과 생의 여정, 신앙 여정을 따른다는 것에도 있습니다. 부르심은 전 인간을 감싸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내가 생겨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했습니다. 알폰소 성인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영원으로부터 사랑하셨습니다.”(성 알폰소 주교 학자 기념일 성무일도 독서기도 중) 나라는 존재는 물리적이고 생물학적인 생명 그 이상입니다. 이런 시선은 우리 생을 달리 보게 합니다. 특히 우리 삶의 어두운 면과 그늘진 면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합니다. 나의 기질, 성격, 내가 태어나 자란 환경, 성장 과정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르심의 길을 아름답게 수놓는 것들입니다.

 

부르심의 매력이라는 주제로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작업입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 16,15)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역에서 제자들에게 던지신 질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 질문의 초점을 에 두었습니다. 그런데 한 신학자는 이 질문의 초점을 에서 너희로 옮겨 이렇게 물으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그분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주님을 따르기 위해 길을 나선 나는 누구인가?’

 

물론 이번 피정에서 이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론이 없더라도 무거운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한번은 우리 학교 직원들과 연수를 하면서 나를 찾는 여정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각자에게 던지게 했습니다. 낯설고 답하기 힘든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을 던지게 된 것만으로도 각자의 삶은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고, 우리의 응답은 하느님 앞에서 완성될 것입니다. 그러니 강박 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피정의 열매는 피정 이후의 삶에서 서서히 무르익을 것입니다.

 

다만, 이번 피정에서 다시 출발하자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 출발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설렘과 열망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살아 있는 나, 내 안에 고동치는 심장의 박동 소리 그리고 저 밑에서 숨죽이며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열망을 말이죠.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마르 6,30-31)

 

이제 우리 함께 외딴곳으로 가서 주님과 함께 쉼의 시간을 가집시다. 휴식과 충전은 지친 나 자신을 돌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내가 지나온 삶은 어떠했나요?

나는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왔나요?

 


 

여러분, 함께 묵상해요! 😉

 

1. 나의 삶과 신앙 여정을 돌아봅니다. 그 안에서 하느님의 어떤 부르심이 있었는지 헤아려 봅니다.

 

2. 나는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에 매력을 느끼고 있나요? 신앙인으로서 어떤 매력을 풍기며 살고 있는지 묵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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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수원교구 사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이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습니다. 축구와 글쓰기를 즐기며, 교회 쇄신과 시노달리타스 구현, 젊은이에게 신앙을 전하는 일, 희망의 신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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