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는 화해를 핵심 메시지로 삼았습니다. 화해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완전한 평등을 회복하는 것으로 모든 인간의 평등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글 | 호세 이냐시오 곤살레스 파우스José Ignacio González Faus (예수회, 그리스도교와 정의 연구센터)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이 모두 정확하다면 화해는 바오로 신학을 요약하는 핵심 개념이며 그의 생각을 설명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화해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해 새로 태어났으므로 새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로마 6,4-5, 콜로 2,12). 화해를 중심에 두고 삶을 변화시키며 ‘화해의 직분’을 이행한다는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몇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결론이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안하는 차원에서 몇 가지를 언급하겠습니다.
1. 화해가 단순히 윤리적이기 때문에, ‘전쟁보다 평화가 낫기 때문에’ 서로 화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에게 화해란 인간은 하느님에게서 온 존재이며 하느님은 인간이 되기를 원하시는 존재라는 인간의 진리를 재구성합니다.
2. 인간이 서로 화해하지 않으면 하느님과도 화해할 수 없습니다. 마태오 복음 5장 24절은 두 사람 간의 적대감을 넘어 일반적인 적대감에 대해 말합니다. 복음에 사용된 ‘서로 화해하다’라는 단어의 최우선 의미는 감정의 변화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도 이를 적극 실천하며 예수님과 함께 그 참뜻을 배워가야 합니다.
3. 화해에는 그리스도인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거나 하느님과 더 가깝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하셨으며 동서양의 많은 사람이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과 함께 식탁에 앉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4. 화해는 전반적인 그리스도론과 관련이 있으므로 오늘날 구속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5. 바오로의 견해를 보면 평등 신학과 그리스도교의 화해의 중요성은 필연적으로 연결됩니다. 불평등과 경쟁을 기초로 타인을 이기고 없애려는 적대적인 자본주의는 화해와 정반대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타인은 반드시 이기고 짓밟아야 할 경쟁상대입니다. ‘사적인 악덕이 공공의 미덕’이라는 주장은 사적인 적대감이 공공의 평화라고 말하는 듯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경쟁은 맛을 내는 소금이 될 수 있으나 모든 경제 관계를 경쟁으로 일축하거나 경쟁에 기초한다면 소금을 직접 먹는 것과 같아서 고혈압을 유발해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6. 적대감에 기초한 경제 기반의 사회에서 화해란 평화의 기쁜 소식(에페 6,15)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화해와 평화 전에는 분열과 적대감이 있었습니다. 평화를 선물로 주신 분께서 당신은 평화를 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고 가족을 갈라놓으러 오셨다고 선언하실 정도입니다(마태 10,34-36). 화해를 거부하는 세상에서 화해는 역설적으로 그리스도인의 갈등의 토대입니다.
7. 불평등, 이방인 혐오, 인종차별, 정치·경제적 분열로 가득 찬 세상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하느님에게 적대적이며 하느님의 진노에 노출된 세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깨지면 모든 인간관계도 깨진다는 창세기 1~11장의 메시지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소돔의 멸망을 막았을지 모를 ‘소돔의 의인 10명’이 이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하길 희망합니다.
8. 과거에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신봉되었던 전쟁은 의롭지 못하며 형제를 해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의무는 전쟁을 대체할 방법을 찾고 폭력을 배제하며 중재할 힘이 있는 보편적 권위를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 글은 스페인 학술지 <Razón y Fe>에서 발췌 및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원문 출처 ■
Gonzalez Faus, J. I. (2019). Reconciliacion. Imperativo del momento, mensaje biblico y tarea cristiana.
<Razón Y Fe> Vol. 280(1442), pp.289-299.
https://revistas.comillas.edu/index.php/razonyfe/article/view/1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