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사목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전국 16개 교구 중 부산교구와 인천교구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교구가 없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 줍니다.
우리나라에는 60여 개의 항구가 있으며, 그중 30여 개가 무역항입니다. 국내 최대 항구는 당연히 부산항입니다. 이 외에도 광양항, 인천항, 평택당진항, 포항항, 울산항 등이 대표적인 항구들로 꼽힙니다.
해양사목의 첫 번째 사명: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
바티칸에서 지정한 해양사목의 사목 대상자는 크게 세 부류입니다.
첫째, 선원Seafarers입니다. 선원이란 배에서 근무하는 승무원을 의미하며, 선장, 기관장, 항해사 등의 ‘간부 선원’과 사무장, 갑판장, 통신장, 조리장 등의 ‘일반 선원’으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동안 항해를 하며, ‘선원 교대’ 시스템을 통해 근무하고 체류 기간 30일을 허용하는 C-3-11 비자를 발급받습니다. 이는 선원 교대를 위해서만 부여되므로, 일반적으로 항에 도착하여 머물렀다가 다른 항으로 이동하는 선박의 선원들은 비자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이들은 외국인이자 노동자이지만, 국내 ‘이주사목’ 대상자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둘째, 어선원Fishers입니다. 어선원들은 일반적인 어부들로, 원양어선과 연근해 어선에서 일하는 어부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수협 중앙회’를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제도’를 활용하여 C-4 비자로 90일, E-8 비자로 5개월 정도 체류할 수 있으며, E-10 비자를 통해 배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는 조건으로 3년간의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로서 원양 및 연근해 조업, 단순노동, 공장 가공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 국내 ‘이주사목’ 대상자에 해당하지만, 국내 이주사목의 주요 대상인 농업, 공장제조업, 건설노동직에는 적극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항구나 작업공장 등을 직접 찾아가지 않고서는 이들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셋째, 그들의 가족들Families입니다.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선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보살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어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로, 많은 사람이 그 중요성에 공감할 것입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에서는 어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자국 내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 노동 시장으로 선원들을 파견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가톨릭 교회는 오랜 기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선원들을 위한 사목적 돌봄을 해양사목에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원법에 따라 선장의 권위가 특별히 인정되는 바다 위의 삶은 때로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날씨, 안개, 그리고 제한된 공간이라는 배의 특성은 선장과 선원들 간의 인간적 관계에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높은 사고사 비율과 심각한 정신건강 관련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안전하게 선원들이 귀환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들의 고충을 나눌 곳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세 부류, 곧 해양사목의 대상자들은 특별한 사목적 돌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해양사목은 더 알려져야 하며, 보편화되어야 합니다.
해양사목의 두 번째 사명: 서로를 잇는 든든한 연결망
‘이동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범주에 대한 사목을 촉진하고 조정하는 교황청 이민사목평의회는 해양사목의 전반적인 방향을 관리합니다. 1997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상업 운송과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 항만직원, 그리고 바다로 여행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특별한 사목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매뉴얼을 발표하였습니다. 또 해양 사도직에 관한 자의 교서 ‘바다의 별(Motu Proprio Stella Maris of the the Supreme Pontiff John Paul Ⅱ on the Apostolate of the Sea)’을 공포함으로써 이를 공식화하였습니다. 교황의 자의 교서 제12조 2항은 구체적으로 각 교구장 주교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합니다.
“교구장 주교는 다음과 같은 책임이 있습니다. 해양사목 전국 담당 사제와 합의하여 그의 교구에서 해양 사도직을 위한 담당 사제를 임명하고 필요한 권한을 부여합니다.”
“국제적 절차에서 해양 사도직 활동과 협력할 수 있는 협회 및 조직과 관계를 수립합니다.”
다시 말해 해양사목은 단일 교구의 활동에 머물지 않으며, 국내외를 아우르는 폭넓은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천주교 해양사목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아이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동아시아 지역 해양사목 국제회의 및 연수에 세 차례 참여하면서 한국 천주교 해양사목이 국제적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황청 이민사목평의회가 배포한 지침은 자의 교서 ‘스텔라마리스 교서’ 제11조 13항 및 제13조 6항에 근거하며, 북미 및 카리브해, 중남미, 아프리카 대서양, 아프리카 인도양, 유럽, 걸프국가, 남아시아,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9개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동아시아 지역에 포함됩니다. 각 지역에는 지역 코디네이터가 있으며, 대한민국이 속한 동아시아 지역의 코디네이터는 필리핀 마닐라 해양사목, 스칼라브리니 수도회 소속 부르노 신부입니다.
모든 해양사목 종사자들은 5년마다 국제 해양사목 전체 연수에 참여하여 일치를 드러내야 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네바에 본부를 둔 ILO(국제노동기구), 런던에 본부를 둔 IMO(국제해사기구), ITF(국제운송노동조합), ISAN(국제선원연대), ICSW(국제선원복지위원회) 등과 협력해야 합니다. 저는 동아시아 지역 코디네이터의 초대로 이러한 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고립된 한국 해양사목에서 국제적 연대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항구에서 선원들을 만나 미사를 집전하고 기도하며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회의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국제적 관점을 나누고 필요에 따라 협력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은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주어진 사명을 ‘혼자’가 아닌 ‘함께’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힘과 위안을 얻었습니다.
* 다음 화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