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루카 11,9)

성경 이야기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루카 11,9)

2025년 7월 27일 연중 제17주일(조부모와 노인의 날)

2025.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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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 방송사의 <배우반상회>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배우 신승환 씨의 어린 두 딸이 아빠와 나누는 대화는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둘째 딸은 처음엔 친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난 친구가 별로 없어. 그냥 친구 생기면 뭐 그렇게 바뀌는 점도 없는데, 굳이 친구가 필요한가 이렇게 생각했거든.” 하지만 아빠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빠가 친구가 많잖아.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식장에 아빠 도와주셨던 분들도 많이 오셨고, 아빠가 엄마랑 할머니한테 친구들 다 소개해 드렸잖아.”

 

첫째 딸은 그런 아빠를 보며 "진짜 부러워. 뿌리 같은 친구들이 많아서 진짜 부러운 것 같아. 진짜 아빠가 걸어온 길이 돋보이는 자리였어.”라고 말했습니다. 둘째 딸은 장례식에서 모인 많은 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아빠 진짜 잘 키우셨구나! 이렇게 친구가 많아서 할아버지는 저 먼 곳 가실 때도 안 외로우셨겠다.”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던 어린 딸들의 작은 시선이 아빠의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동시에 할아버지가 잘 키운 아빠 덕분에 많은 이들이 기도해 주었으니 할아버지가 좋은 곳에 가셨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딸들 역시 친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달라고 청합니다. 그렇다고 제자들이 기도할 줄 몰랐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다인이라면 누구나 이미 기도할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특별히 예수님께 기도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어떤 특정한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늘 끊임없이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다른 기도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입니다. 마치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할아버지를 다시 떠올리게 했던 위 이야기처럼,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과 그 이후에 이어지는 움직임들을 제자들은 보면서 하느님의 모습을 아주 가까이 느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는 단순히 가까운 관계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또 어떻게 우리와 함께 하시는지 알려 주는 보물 지도와 같습니다. 누구나 길을 잃어버릴 때마다 바칠 수 있도록 주님께서 선물처럼 주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주님의 기도를 바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진정 용기가 필요하죠. 정말 하느님이 아버지라고 믿기로 작심하십시오. 나와 동행해 주시고, 나를 용서하시고, 나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내가 청하는 것은 다 귀담아들어 주시는 아버지 말입니다. 믿음을 갖는 일, 이것도 하나의 거창한 모험입니다. 그래서 모두 다 함께 기도하는 일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 《우리 아버지-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드리는 주님의 기도》, 120쪽 참조

 

우리에게 신앙을 전수해 주시고,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신 조부모와 노인들을 기억하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Profile
인천교구 사제. 역사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시흥 은계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미움으로 살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말씀 살아내기'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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