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비추는 교회의 지혜> 시리즈의 아티클로, 이 글은 "교회와 세상을 연결하는 창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이어집니다.
2013년 3월, 전 세계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서 바티칸 대성당 발코니에 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최초의 남미 출신이자 최초의 예수회 출신이며,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교황이었습니다.
교황은 자신의 롤 모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처럼 가난하고 변방으로 밀려난 이들과 함께하는 소탈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특히 교황 선출 직후 보여 줬던 모습들은, 그가 빈민들과 함께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소탈한 삶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냈습니다.
교황은 첫 사목 방문지로 람페두사섬을 선택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작은 어선을 타고 몰려든 난민들이 목숨을 잃었던 곳으로 향한 교황의 첫 발걸음은 교회가 앞으로 누구를 바라보고 무엇을 해야 할지 행동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온 누리에 복음의 기쁨을……
2013년 11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온 누리의 왕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첫 번째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을 발표합니다.*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에 관하여’라는 부제 아래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줍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교황 권고는, 친숙하고 소박한 문체로 가톨릭 교회가 ‘새로운 복음화’의 요청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대에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동년 6월에 회칙 〈신앙의 빛〉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름으로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작성한 초안을 다듬고 덧붙인 것으로서, 엄밀한 의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번째 문헌은 〈복음의 기쁨〉입니다.
“저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선교 선택’을 꿈꿉니다. 교회의 관습과 행동 양식, 시간과 일정, 언어와 모든 교회 구조가 자기 보전보다는 오늘날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적절한 경로가 되기를 바랍니다.”(27항)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49항)
“영적 세속성은 신앙심의 외양 뒤에, 심지어 교회에 대한 사랑의 겉모습 뒤에 숨어서 주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적인 영광과 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주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셨습니다.”(93항)
“일부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심지어 봉헌된 사람들조차도 온갖 형태의 적대심, 분열, 비방, 모략, 중상, 복수, 질투, 그리고 자기들 생각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심어주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실제로 마녀사냥처럼 보이는 탄압마저 용인하는 것을 볼 때에 저는 언제나 가슴이 미어집니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복음화하겠다는 것입니까.”(100항)
교황은 신앙의 세속화를 경계하면서도 교회의 내적 성찰을 통한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을 강조합니다(176항 참조). 더 나아가 교황은 주제를 세분화하여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과 복음의 기쁨을 세상과 나누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 제4장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은 케리그마의 공동체적 사회적 반향(177~185항),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186~216항), 공동선과 사회 평화(217~237항)와 평화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대화(238~258항)로 구성되어 있다.
더 나아가 교황은 사회 평화를 단순한 폭력의 부재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부의 재분배와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 인권에 대한 사회 요구는 어떤 경우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 존엄성은 어떤 이유로도 훼손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
2) 일치가 갈등을 이긴다.
3)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4) 전체는 부분보다 더 크다.
교황은 모든 사회 현실의 끊임없는 긴장과 연관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이 원칙들이 지켜질 때 비로소 모든 나라가 평화를 위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221항 참조). 이 네 가지 원칙은 세대·성별 간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이정표가 되어 줍니다. 선교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다운 마음가짐과 모습을 모두가 지닐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네 가지 원칙을 짧게 설명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1)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
시간의 위대함은 눈앞의 즉각적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천천히 확실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유연성과 참을성을 길러 줍니다. 그러므로 이 원칙은 우리가 충만함과 한계 사이의 긴장을 받아들이게 하는 초대와 같습니다. 이는 복음화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2) 일치가 갈등을 이긴다
일치는 새로운 전진의 연결고리입니다. 일치는 갈등보다 훨씬 우월하고, 갈등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입니다. 더 나아가 연대는 가장 깊은 의미에서 역사를 일구어 가는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일치가 모든 다양성을 조화시켜 준다는 확신을 선포해야 합니다.
3)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생각과 실재는 양극의 긴장이 존재합니다. 실재는 날 것 그대로 있지만, 생각은 다듬고 가공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실재가 일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합니다. 육화와 말씀의 실천과 관련하여 실재는 생각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말씀이 실천을 통해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 정의와 사랑의 활동을 해야 합니다.
4)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
세계와 지역, 모두 중요합니다. 교회는 세계적인 차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지역적 차원도 바라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는 다면체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부분이 집합인 다면체는 각 부분마다 그 고유성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사목과 정치 활동에서도 각각의 가장 좋은 부분을 모아야 합니다. 거기에는 가난한 이들과 그들의 문화와 열망, 잠재력을 위한 자리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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