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신 하느님

신학 칼럼

겸손하신 하느님

<위기에서 배우는 겸손> 4화

2025. 02. 22
읽음 59

겸손은 모든 이의 삶에 꼭 필요한 요소지만 오늘날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훨씬 그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이 글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겸손의 개념을 분석한 후 이를 진리와 온유함으로 정의합니다. 우리가 현재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겸손이라는 미덕을 배울 수 있을까요? ‘겸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인간이 하느님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살펴봅시다.

 

| 마르타 메디나 발게리아스Marta Medina Balguerías (교황청립 코미야스 대학교)


겸손을 정의하기 위해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이 미덕의 특성은 모든 이에게 유용합니다. 겸손은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는 매우 풍요로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재앙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하느님께서 어디에 계시냐고 묻곤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신 하느님께서는 겸손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하셨습니다. 그분은 항상 진리에 주의를 기울이시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그분은 인간의 자유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행동하십니다. 그분은 세상을 통해, 사물을 통해, 존재를 통해, 즉 성사를 통해 현존하시므로, 인간이 원한다면 매일 경험하는 현실을 통해 그분과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분을 믿으라거나 그분과 관계를 맺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없습니다.

 

격동의 시대는 신앙에도 도전입니다. 첫째, 우리가 가진 하느님의 이미지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의 영성 생활을 재정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여의찮으면 하느님께서 그 안에 어떻게 현존하시는지 이해하기도 어렵고, 하느님 겸손의 근본을 파악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또한 하느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자면 성사나 종교적 활동을 우리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 등 시청각 매체를 통해야 했던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움은 성장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삶에서 하느님을 볼 수 있게 되거나 묵상과 개인 기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겸손을 기르는 것은 하느님께 더 많은 일을 맡겨드리고 신앙생활에서 항상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신비로워 알지 못하는 일들을 저는 이해하지도 못한 채 지껄였습니다. 당신에 대하여 귀로만 들어 왔던 이 몸,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

─ 욥 42,3.5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겸손

 

성경에 따르면 겸손한 자는 높임을 받습니다(루카 1,52 참조). 전통적으로 그리스도교에서 겸손한 사람은 단순히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진리와 온유함으로 살아가기만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자를 선호하시며 그들의 삶과 헌신이 한 귀로 흘려넘기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러므로 겸손에는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겸손은 사랑의 필수 불가결한 전제 조건입니다. 진정으로 나 자신이 되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때 비로소 진정으로 사랑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 실체이며 마지막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사랑하게 만드는 이 미덕을 기르면 희망은 보장됩니다.

 

그리스도교의 희망은 순진한 낙관주의가 아니며, 무기력한 비관주의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이미 현실에 존재하지만 완전히 실현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 참여하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희망적인 현실주의입니다. 우리가 겪는 이 상황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는지, 우리의 사명이 무엇인지 기억하는 데 있어서 항상 지속적으로 회심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 계획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도전받을지라도, 그것이 진리라면 영원히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이를 기억하고 계속해서 동참하는 것입니다. 위기가 지나가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잊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쉽습니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피상성에 진정으로 맞서 싸우고 겸손, 동참, 헌신, 사랑, 공동체의 미덕과 가치를 우리 삶에 뿌리내리는 것입니다. ‘뉴 노멀의 바람이 그동안 우리가 심으려 했던 것들을 날려버리지 않도록 하려면 핵심은 바로 그러한 뿌리내림입니다.

 

 


*이 글은 스페인 학술지 <Razón y Fe>에서 발췌 및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원문 출처 ■

Medina Balguerías, M. . (2020). La humildad como aprendizaje de la crisis.

<Razón Y Fe> 282(1447), 167-177.

https://revistas.comillas.edu/index.php/razonyfe/article/view/1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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