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년대회. 분명 대규모 국제 행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1986년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으로부터 시작된 이 놀라운 신앙의 순례는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찬미와 찬양을 부르며 친교를 나누는 국제 행사이다. 지난 대회들을 기준으로 2027 서울 WYD의 본대회 참가자가 100만 명에 웃돌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숫자만 보더라도 WYD는 실로 엄청난 국제 행사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 행사를 ‘사목’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다시 말해 단순히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모여 치루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가깝게는 지역 교회의 청소년, 청년 사목 쇄신의 기회로 삼고 나아가 대회를 준비하는 교구 공동체 모두는 준비 단계에서부터 그리고 대회가 끝난 후 삶의 현장에서도 모두가 신앙 안에서 성장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이끄는 교회의 활동이기에 ‘사목’이라 부른다. 맞다. WYD는 행사가 아니라 ‘사목’이다.
‘대회’와 ‘사목’, 이 두 가지 관점을 어떻게 조화롭게 하나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것이 WYD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가 많은 젊은이 봉사자와 함께, 그리고 교구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사전 행사로서 각 교구에 머물며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신앙 공동체의 삶을 체험하고 나누는 4박 5일의 교구 대회, 더불어 교황님과 함께 교리 교육과 전례, 그리고 문화의 축제를 벌이는 5박 6일의 본대회를 더욱 안전하게, 더욱 멋지게 만드는 것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사항이다.
하지만 행사에만 집중하면, 준비하는 과정 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선물을 놓칠 수 있다. WYD를 통해 교회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배우고, 이러한 교회의 모습 안에서 청년들은 자신이 신앙 공동체의 변두리에 있는 이들이 아니라 중요한 ‘주체’임을 새롭게 깨닫고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열정적으로 봉사하고 자신을 봉헌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현대 사회의 새로운 복음화라는 교회의 근본적인 사명을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마련해 주신 선물이다.
WYD를 준비하는 기간, 그리고 WYD 대회 중에 서로를 향해 밝은 미소로 응대하고 형제의 작은 목소리에도 경청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리고 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더욱 매력적으로 선포할 방법을 모색하며, 복음을 입으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마다 실천하고자 노력한다면, 세상 사람들의 눈에 어떤 평가가 나오든 WYD는 신앙 안에서 큰 축복이자 구원의 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선물을 받기 위해 일단 ‘나’는 어떤 태도로 WYD를 준비해야 할까? 얼마 전 서울주보에 실린 예수회 사제이신 김우선 데니스 신부님의 글이 떠올랐다. 신부님께서는 WYD의 근본적인 이유를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해석하시며, WYD라는 순례의 여정 안에서 체험하는 ‘공동체성’을 중요한 가치로 제시하셨다.
“청년대회 참여는 쾌적한 여행이 아니라 불편을 감수하는 순례입니다. 멀리서 온 청년뿐 아니라 홈스테이를 제공하여 순례자를 맞아들이고 환대하는 가정도 순례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 대회를 통해서 신앙인의 정체성, 가치관을 심화하고, 어떤 이는 ‘인생이 바뀌는’ 경험도 합니다.”
신부님의 글을 다시 읽으며, 중요한 단어가 머리 속에 계속 한 단어가 맴돌았다. 불편함. 오늘날 세상은 더 편안하고 편리한 삶을 인간에게 제공하고자 끊임없이 경쟁하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편안함, 편리함은 가치 체계 안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사람들은 그 자체를 ‘옳은 것’인 양 간주한다. 그러다 보니 ‘불편함’은 무가치한 것, 나아가 틀린 것, 옳지 않은 것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하지만 불편을 감수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놀라운 것들이 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 도보 성지 순례에 참여하고 나서 늘 주눅 들어 있던 내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 그리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는지 깨달음으로써 하느님과 부모님, 그리고 이웃들에게 감사할 수 있었다.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던 귀한 보물이었다. 2011년 마드리드 WYD에 프랑스 청년들과 함께 참가했을 때도, 비록 먼지가 풀풀 날리는 운동장에서 밤하늘의 별들을 이불로 삼아 잠을 잤던 불편한 순간 속에서, 버스로 이동해도 될 거리를 굳이 함께 걸어가며 기도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힘든 순간 속에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성장시키셨다.
2월 서울대교구 사제 인사 이동을 통해 뜻하지 않게 법인사무국장과 기획사무국장이라는 너무나도 무거운 직책 두 개를 맡게 되었다. 순명이 덕을 거스르지 않는 한도 안에서 주교님께 수차례 읍소하였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안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마지막 침대에 누워 지친 몸을 내던질 때까지, 두려움, 버거움이 양어깨를 짓누른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WYD라는 순례의 여정 속에 편안함이 아닌 ‘불편함’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내 마음 밭에 뿌리신다. 여러 팀으로 진행 중인 봉사자 모임,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단체의 관계자들,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들을 표현하는 동료, 선후배 사제들과의 만남, 절대 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불편함 속으로 들어가라고 주님이 매일 새롭게 초대하신다. 그래, 주님을 믿고, 동료 사제들을 믿고, 그리고 사랑하는 청년들을 믿고 이 불편함을 향한 순례길을 떠나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느님께서 부족한 나를 통해 이루신 놀라운 일을 발견하게 되리라.

WYD 전략팀 봉사자 모임 (촬영 이영제)
*WYD에 대한 다양한 소식은 이영제 신부의 블로그 ‘오다리 신부의 WYD 이야기(https://blog.naver.com/josephleeyj)’를 통해서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