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같이 근무하는 성소국 국장 신부님이 예비 신학생들에게 간혹 제 이야기를 한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은 저와 신학교 입학을 같이한 입학 동기이고, 친분 있는 사이입니다. 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여러 번 준비했던 것, 몇 번 실패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사제가 되었다는, 모범이 될 경험담이 필요했기에 제 이야기를 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좀 더 잘 준비해서 단번에 신학교를 입학한 사례가 더 좋지 않냐고 말이지요. 신부님은 이보다 더 모범적인 이야기는 없다고 말하셨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해 보면 어떻게 잘 견디고 극복했는지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그래서 사제로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있거나 힘든 시기가 찾아오면 그때를 소급해서 기억하곤 합니다. ‘그렇게 힘들 때도 있었는데…….’ 하고 말이지요.
긴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저는 세 번 만에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두 번의 실패를 맛보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는 순간에 주임 신부님께서 저에게 제안하셨습니다. 수학능력평가시험이 아니라 대학수료자전형으로 신학교를 준비하라고 말이지요. 안 하겠다고,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고 신부님께 말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습니다.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부님 말씀대로 일반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두 번의 실패로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이미 바닥이고, 이루어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매일매일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은총’이었습니다. 그래서 실패자로의 삶이 아닌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저에게 참 좋은 경험이자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부족하고 나약한 사람과도, 스스로가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과도 함께하신다는 감사함이 깊은 믿음으로 변화되어 저를 더 움직이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사제로 살아가면서 부족하고 허물 많은 제 모습을 발견해도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또 불안하고 두려운 시기를 이겨 낸 것을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저에게도 주님께서 함께하셨다는 체험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공유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밤새도록 애썼지만 수확하지 못한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누군가의 믿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의 삶이 누군가를 신뢰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되는 여정이기를 응원하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