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완성된 문장들 사이에서
기도를 책으로 만드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이미 아름답고 완성된 문장들 앞에 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찬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였고, 나는 그 안에서 흐름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잘 쓰기’보다 ‘잘 이어 보기’를 선택했다. 찬가와 찬가 사이를 무리 없이 잇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이 작업은 ‘편집’이 아닌 ‘동행’에 가까워졌다. 기도를 덧붙이는 대신, 그 기도와 함께 걸어가는 시간을 만들었다.
30일의 흐름, 그리고 멈춤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필사 노트》는 30일 동안 이어지는 필사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 한 편의 찬가를 읽고, 묵상하고, 직접 써 내려가는 단순한 구조다.
그러나 그 흐름을 만드는 일은 단순하지 않았다. 찬가의 배열과 주제의 흐름, 묵상 질문까지 하나하나 선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한 페이지 앞에 오래 머무르는 시간이 반복됐고, 그 멈춤은 문장을 다듬는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질문 앞에 서게 되는 사람
이번 작업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부분은 묵상 질문이었다.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 나는 어떤 마음으로 서 있나요?”

이 질문을 쓰고도 한동안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질문은 독자를 향하지만, 결국 필자인 나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노트의 질문들은 누군가에게 건네지기 전에, 이미 한 번 나를 지나간 문장들이다.
오래 머무르는 방식
‘필사’는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다. 한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 동안 문장은 더 오래 머무른다.
그래서 이 노트에는 ‘잘 쓰기’보다 ‘오래 머무르기’를 담고 싶었다. 중간에 멈추거나 하루를 건너뛰어도 괜찮도록 여지를 남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문장 앞에 머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남은 한 문장
작업을 마친 뒤에도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다.
“살베, 바다의 별이시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하느님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네.
당신께서는 이를 받아들이시어
세상에서는 평화가 미소를 짓는다네.”
문장을 따라 쓰는 순간, 그 문장은 자신의 문장이 된다. 손을 거쳐 내려오는 동안 의미는 조금씩 스며든다.
그래서 이 노트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남는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이 문장을 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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