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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로마 성 밖 바오로 대성전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부처가 함께한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 우리말로 울려 퍼진 성가와 함께, 긴장이 위안으로 바뀐 그날의 이야기를 사제의 참관기로 만나 보세요. |
청와대가 오는 행사는 처음이라
이번 6월, 로마에는 바쁜 일이 많았습니다. 바티칸·이탈리아 순방 중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부처가 함께한 평화와 연대를 위한 미사, 그리고 김혜경 여사와 함께한 WYD 봉사자 간담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시기에 대표 봉사를 맡고 있다 보니 사실 그 책임감의 무게가 남달랐고, 부담도 컸습니다. 청와대가 오는 행사를 마련해야 한다니……. 생애 처음 마주하는 일이었고, 앞으로도 접하기 어려울 행사이기에 낯섦과 긴장감이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앞이 불확실할 때는 결국 주님을 찾게 됩니다. 미약한 기도였지만 그만큼 간절히 성모님의 은총을 청했고, 감사하게도 별다른 사고 없이 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영부인과 함께한 WYD 봉사자 간담회
첫 행사는 로마 한인신학원에서 열린 영부인과의 WYD 봉사자 관련 간담회였습니다. 새벽 미사가 끝나자마자 분주히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영부인을 가까이서 뵙고 WYD에 대해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그 고민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었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교구 WYD 담당 신부님과 상의하며 원고를 다듬었지만, 그 앞에서 떨지 않고 잘 발언할 수 있을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이 간담회는 WYD에 참석했던 젊은이들이 그 안에서 체험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한 신부님은 그 안에서 자신의 사제 성소를 찾았다고 했고, 해외에서 사목했던 한 신부님은 WYD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에 한국인 사제로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질에서 온 한 자매님은 많은 이들이 함께 준비하며 느낀 일치와 협력의 체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가톨릭북플러스’ 웹진의 필진이기도 한 이열린 효임골룸바 자매님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관계의 단절이라는 어려움 앞에서 WYD가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고 대화하며 자기 안에 있는 고귀한 양심을 일깨우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K-컬처 너머의 WYD
저는 사람들이 WYD에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접근하였습니다. 타종교 혹은 무종교인에게는 WYD가 단순한 종교 행사로 비칠 수 있지만, 실은 어느 한 공동체의 행사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행사이며, K-컬처에 관심 있는 모든 젊은이와 한국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2027 WYD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유례없이 높아진, 더없이 좋은 환경에서 개최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K-컬처가 WYD 참가의 본질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 속에 스며든 우리의 신앙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소중한 체험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한국의 젊은이들은 해외 가톨릭 문화권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의 말씀처럼,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고 싶어 하고, 그들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하며, 믿음의 말씀을 듣고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야말로 WYD의 기본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은 인류 역사 안에 그리스도, 바로 그분께서 계신다는 진리의 충만함에서 그분을 찾고 있습니다.
떨리는 미사, 뜻밖의 위안
주님의 도우심으로 그날 간담회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이틀 뒤 주일에 열릴 미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성 밖 바오로 대성전을 향해 나섰습니다. 미약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한 것들이 열매를 맺기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오랜 준비 끝에 맞은 평화와 연대를 위한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긴장은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자리한 미사이다 보니 혹여나 돌발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미사에 참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 큰 위안이 되어 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교황청립 성음악 대학원(Pontificio Istituto di Musica Sacra)에 다니시는 사제, 수녀님, 평신도 형제자매님들의 아름다운 한국어 성가였습니다. 한 소절 한 소절, 정성을 다해 부르는 성가대의 음악은, 미사의 아름다움을 한층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켜 주었습니다.

성가는 두 배의 기도
로마에서 한국 주교님들의 사도좌 방문이나 이번처럼 정부 부처가 참가하는 특별한 미사가 거행될 때의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성음악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신 사제, 수도자, 평신도 형제자매님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 중이신 평신도 형제자매님들께서 성가대 지원을 해 주신다는 점입니다. 성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이 먼 곳까지 와서 매일 연습과 연구로 다듬어 온 그분들의 목소리는, 아무리 열심히 연습한 아마추어라도 프로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케 했습니다.
미사 가운데 대성당 가득 한 음 한 음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성가대의 화음을 들으며, 그동안 고민하며 보낸 시간이 무언가로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교부께서는 일찍이 성가는 두 배의 기도와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름다운 성가가 미사의 은총과 그 장엄함을 몇 배로 풍성하게 해 줄 수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믿음은 달라도 음악은 하나
이렇게 아름다운 성가를 우리말로 부른 것은, 가톨릭 세례를 받지 않은 정부 수행단원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으리라 감히 추측해 봅니다. 주님을 향하여 마음을 모아 부른 전공자들의 성가는 가톨릭 전례의 장엄함, 그리고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단에서 공동 집전을 하는 동안 미사에 초대된 많은 분이 미사 참례를 위해 제작된 소책자를 보며 성가를 따라 부르시는 모습을 보고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말로 전해진 이 음악적 메시지는, 교우가 아닌 분들도 전례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 주었습니다.
성가가 두드린 신비의 문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가 거행된 성 밖 바오로 대성전, 그곳에서 울려 퍼진 성가는 직접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풍성했습니다. 카를 라너는 인간을 본질적으로 ‘신비에 대해 열려 있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적합한 인용일지 모르겠지만, 이 미사에서 아직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못한 많은 이들 역시 이토록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성가를 들으며, 본래 하느님을 찾도록 설계된 자신의 본성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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