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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1. 아기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잠든 도상은 강생·수난·부활이 하나의 구원 신비로 통합됨을 드러내며, 성탄과 십자가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 줍니다. 2. 성체는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과 현존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미사 안에서 십자가 사건은 ‘현재’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3. 우리가 영하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강생부터 부활까지 모든 신비를 담은 실재입니다. |

지난 글에서는 대림 시기의 가장 핵심적인 상징 언어인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성체와 성혈이 대림 시기, 곧 거룩한 기다림의 상징임을 알았다면,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성탄의 상징, 곧 당신의 첫 번째 오심의 상징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이런 그림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1)
강생의 신비 자신이신 아기 예수는 구유가 아닌 딱딱한 십자 나무 위에서 평안히 자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 생명을 의미하는 아기와 죽음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역설적으로 함께 배치한 도상은 16세기 이후부터 오랫동안 유행했습니다. 예수 고난회의 창설자인 십자가의 바오로 성인 역시 “십자가 위에서 주무시는 아기 예수님”에 대한 깊은 신심을 지니고, 임종 때 성인의 방에서 같은 도상의 그림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2)
이 그림에는 주님의 탄생과 당신의 죽음이 공존합니다. 예수님 탄생의 목적은 오직 죽기 위한 것, 곧 십자가 희생 제사를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은 영광스러운 부활의 전제 조건입니다. “성탄은 십자가”이며 “십자가는 부활”인 것입니다. 그래서 십자가 위에서 평안히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님의 모습은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한 ‘십자가의 역설’을 묵상하게 합니다.
“멸망할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1코린 1,18)
이처럼 인간의 한계에서는 역설이며 모순인 ‘탄생-죽음-부활’의 조합은, 하느님의 ‘구원의 신비’ 안에서 통합됩니다. ‘구원의 신비’ 안에서 그리스도의 강생, 죽음, 부활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성체, 예수님의 십자가 신비를 밝히는 상징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것을 강조합니다.
“떼어 나누는 바로 그 빵이 의미하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이며, 아버지를 향한 사랑에서 나오는 순종의 희생 제사입니다.”(《나는 간절히 바랐다》 7항)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는 ‘기다림’, 곧 대림의 상징만이 아닙니다. 교황의 말씀처럼, 성체는 예수님의 십자가 신비를 밝혀 주는 상징이며, 순종의 희생 제사의 열매이며, 실체이고, 주님의 탁월한 현존을 의미합니다.
새하얀 빵의 형상으로 당신 현존을 드러내지만, 이는 십자가 위에서 온통 붉은 피를 흘리며 돌아가신 바로 그 순종의 희생 제사를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에게 이 빵의 형상이 과거 사건의 기억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형상은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 때 빵을 쪼개신 장면을 기억하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를 과거라고 하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 재현된 실제라고 믿습니다. 인간 역사의 흐름에서 과거 시점에 일어난 십자가 사건은 미사 거행 안에서 구원의 현실이며 ‘현재’입니다.
교황의 말씀에 따라 “떼어 나누는 빵”에서 십자가의 신비를 알아보았다면, 십자가 위에서 편히 잠든 아기 예수님의 그림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편하게 잠드는 모습은,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영원으로부터’ 인류 구원을 위하여 당신을 봉헌하고, 십자가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끌어안았음을 보여 줍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순종하여 십자가 희생 제물로 당신을 바치려고, ‘몸’이 되고자 하셨습니다. 이에 대하여 히브리서 저자는 아드님이 “이 세상에 오실 때”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전합니다.
“당신께서는 제물과 예물을 원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저에게 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번제물과 속죄 제물을 당신께서는 기꺼워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아뢰었습니다. ‘보십시오, 하느님! 두루마리에 저에 관하여 기록된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5-7)
“그리스도께서 전부이시다!”
참으로 그리스도의 몸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당신의 살입니다(요한 6,51 참조). 이는 젖살이 통통한 아기 예수님의 살입니다. 성장하여 아버지 요셉에게 배운 목수 일을 하며 탄탄해진 근육질의 살이고, 공생활을 시작하며 40일간 단식하고 기도하실 때 굶주리며 말라가던 그 살입니다. 마침내 당신의 때가 이르러 수난하실 때 채찍질과 구타로 상처 입어 피가 철철 흘러나오던 찢겨진 살이고, 그 상처를 그대로 지닌 채 부활하시어 토마스에게 몸소 확인시켜 주신 영광스러운 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영하는 당신의 거룩한 몸은 ‘그리스도의 영혼(Anima Christi)’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당신의 모든 신비를 드러내는 상징이자 당신 자신입니다. 미사 거행을 통해 늘 우리에게 ‘오시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결국 당신의 모든 신비(강생, 삶,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를 나타내는 상징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영원의 실체임을 깨닫게 합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당신의 몸과 피를 영하며, “그리스도께서 전부이시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3)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성탄 시기에 자주 하시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여러분에게 성탄 선물은 그리스도 자신입니까?
아니면 휘영청 반짝이는 길거리 어디엔가 있는 그 누구 혹은 그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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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Allori Cristofano의 작품, 〈Gesù Bambino addormentato sulla croce〉, 참조: https://catalogo.fondazionezeri.unibo.it/scheda/opera/54188/Allori%20Cristofano%2C%20Ges%C3%B9%20Bambino%20addormentato%20sulla%20cro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