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은 우리 신앙에서 어떤 분이실까?

신학 칼럼

성모님은 우리 신앙에서 어떤 분이실까?

올바른 성모 신심을 찾아서 ④ 마리아 공경과 구세주의 어머니

2026.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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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올바른 성모 신심’은 교회 안에서 어떻게 이어졌을까요?

바오로 6세 성인 교황과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의 가르침을 통해, 성모님을 올바르게 공경하면서 그리스도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신앙의 길을 살펴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모 마리아를 ‘교회의 전형이자 모범’으로 선포하며, 과장되거나 사적인 신심 형태로 흐르는 경향이 있었던 성모 신심을 그리스도 중심으로 바로잡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의회의 결정이 사목 현장에 온전히 뿌리내리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 혼란 속에서 교회의 목자들은 올바른 성모 신심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흔들림 없는 길을 제시해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바오로 6세 성인 교황과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의 가르침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바오로 6세 성인 교황의 ‘마리아 공경’

 

1974년, 바오로 6세 성인 교황은 사도적 권고 〈마리아 공경(Marialis Cultus)〉을 반포하시면서, 올바른 성모 신심을 가늠할 네 가지 분명한 기준을 내놓으셨습니다(〈마리아 공경〉, 29-39항 참조).

 

• 성경적이어야 합니다. 성모 신심은 막연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닌 철저히 성경에 뿌리를 두어야 합니다.

• 전례적이어야 합니다. 성모 신심은 교회의 전례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결코 전례를 침범하거나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 교회 일치적이어야 합니다. 성모 신심을 강조하되, 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해치지 않도록, 성모 신심의 본질을 바르게 전해야 합니다.

• 인간학적이어야 합니다. 성모님의 모습은 과거에 박제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뇌 및 품위와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바오로 6세 성인 교황님은 문헌을 통해 올바른 성모 신심이 언제나 삼위일체 하느님을 향하고, 그리스도께로 이끌며, 성령의 활동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성령의 활동을 마리아 안에 가두고 그리스도를 가리려 했던 과거의 과도한 신심을 바로잡는 가르침입니다.

 

동시에 교황님은 공의회 정신을 외면하고 외적 행위에만 집착하는 감상적이고 부질없는 신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마리아를 무엇보다 ‘기도하는 교회의 모범’으로 제시하셨습니다(〈마리아 공경〉, 18항, 38항 참조).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의 ‘구세주의 어머니’

 

그로부터 13년 뒤인 1987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은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Redemptoris Mater)〉를 반포하셨습니다. 교황님은 1981년 5월 13일 파티마 성모 발현 기념일에 입은 총격 사건 이후, 자신의 생명을 구하신 성모님의 전구를 확신하며 파티마 성모상에 탄환을 봉헌하는 등 성모님과 각별한 영적 유대를 지니셨습니다.

 

바오로 6세 성인 교황님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올바른 성모 신심의 기준을 마련해 주셨다면,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님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성모 신심의 깊은 영성을 펼쳐 보이셨습니다.

 

교황님은 성모 마리아를 우리보다 높은 곳에 존재하며 어떤 고통과 번뇌도 초월한 분으로만 그리지 않으셨습니다. 교황님은 성모님 역시 우리처럼 캄캄한 어둠 속을 믿음 하나로 걸어가신 분, 곧 ‘신앙의 나그넷길(순례)’을 걸어가신 분(〈구세주의 어머니〉, 17항), 이집트 피난과 십자가의 고통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섭리 앞에서도 철저한 의탁으로 걸음을 내디디신 분이시기에, 그분은 우리와 함께 걷고 우리보다 앞서 신앙의 순례를 걸어가신 분이라고 말씀하십니다(〈구세주의 어머니〉, 16-19항).

 

〈구세주의 어머니〉가 특별히 강조하는 대목은 ‘어머니의 중개’입니다(〈구세주의 어머니〉, 제3부 참조). 마리아의 중개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개와 경쟁하거나, 거기에 무언가를 보태어 예수님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성모님의 중개는 오로지 그리스도의 중개 ‘안에서’, 그 중개에 ‘참여하며’, 그리스도의 공로에서 ‘흘러나오는’ 것입니다(〈구세주의 어머니〉, 38항). 그러므로 어머니의 중개는 그리스도를 가리기는커녕,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그러하셨듯 오히려 우리를 그분께로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길이 됩니다.

 

바오로 6세 성인 교황의 〈마리아 공경〉이 성모님을 올바로 ‘공경하는 법’을 가르쳤다면,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의 〈구세주의 어머니〉는 그 공경을 우리의 ‘신앙의 여정’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 두 문헌은 하나가 되어, 우리 신앙인들을 그저 바르게 공경하는 자리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께로 묵묵히 걸어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러나 이렇듯 균형 잡힌 교황님들의 훌륭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성모님을 향한 과도한 신심은 오늘날 사목 현장에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5화에서는 2025년 교황청 신앙교리부가 발표한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통해, 오늘날 교회는 성모 신심에 대해 다시금 무엇을 밝히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지는 다섯 번째 글은 다음 주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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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현재 레지오 마리애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지도 신부를 맡고 있습니다. 성소를 고민하던 시절, 프랑스 떼제 공동체에서 봉사하며 만난 "For to me to live is Christ"라는 구절은 훗날 저의 서품 성구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리 1,21)가 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그리스도께서 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고자 합니다. 하느님 말씀부터 빅데이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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