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기적보다 먼저 시작된 ‘사랑’의 기적

성경 이야기

빵의 기적보다 먼저 시작된 ‘사랑’의 기적

연중 제18주일│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그리고 하나의 사랑

2026. 08. 01
읽음 56

5

2

🙏 조용히 묵상해 봅시다.

 

  • 나는 부족함을 먼저 계산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사랑을 먼저 나누는 사람인가요?
  • 예수님이라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실까요?
  • 내 삶에서 기적은 언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요?

 


 

숫자로는 불가능한 이야기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다. 이 기적은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의 네 복음서 모두에 전해진다. 복음서가 생겨난 초대 교회 공동체 모두에 그만큼 중요한 기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먹어야 하는 사람은 장정만 오천 명, 먹을 것이라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었다. 열두 명이 먹기에도 모자랄 텐데 오천 명이 넘는 사람이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찰 만큼 남았다니, 그야말로 기적이다. 먹고 남은 양만으로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 곧 이스라엘 전체가 다 먹을 만큼 넉넉한 기적이었다.

 


 

예수님의 대답은 달랐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 소식을 들으시고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고 전한다. 당신만의 시간이 필요하셨던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육로로 당신을 따라온 사람들을 물리치지 않으셨다. 그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그들 가운데 아파하는 사람들을 고쳐 주셨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늦은 시간, 외딴곳에서 제자들은 군중을 돌려보내 스스로 허기를 달래게 하자는 합리적인 방안을 예수님께 제안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마음은 달랐다.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낼 마음이 없으셨다. 제자들의 당혹스러움이 느껴진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하라고 하시나?’ 하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신 다음, 열두 제자들과만 나누어도 부족할 만큼 적은 빵과 물고기를 바로 나누어 주셨다. 겨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제자들에게 건네시자, 제자들은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예수님께서 나누시니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고, 그렇게 기적이 이루어졌다.

 


 

기적은 계산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셈으로는 제자들의 의견이 더 현실적이었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그런 의견이 더 적합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빵의 기적은 합리적이거나 현실적인 방법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애써 당신을 따라온 사람들을 자세히 살피시고 가엾이 여기시며, 그들 가운데 아픈 이들을 고쳐 주셨을 뿐만 아니라 적당히 돌려보내지도 않으셨다. 이 빵의 기적은 예수님께서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으셨을 때부터, 또 그들을 가엾이 여기셨을 때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내가 진짜 배부르고 싶은 것

 

예수님의 그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만의 시간이 필요하셨을 것 같은데도 따르는 사람들을 만나시고는 바로 측은한 마음으로 대하셨던 그 마음.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으셨던 그 마음.

 

얼마 되지 않는 음식이라도 기꺼이 나누셨던 그 마음.

 

그렇게 많은 사람과 나누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었음에도 곧장 나누어 내시는 예수님의 그 마음으로 배불러지고 싶고, 그것으로 행복하고 싶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찬 빵만이었을까? 이스라엘 열두 지파, 인류 모두에게 나누어질 만큼의 예수님 사랑도 함께 남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셈에 밝고 손익을 따지는 데 익숙한 우리에게 예수님의 그 마음은 제1독서인 구약의 예언자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 와서 돈 없이 값 없이 술과 젖을 사라.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 들어라, 내 말을 들어라. 너희가 좋은 것을 먹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리라.”(이사 55,1-2)

 

이것이 하느님의 마음이고 사랑이다. 셈 없이 값 없이 베푸시는 사랑 가득한 그분의 마음이다.

 


 

사랑, 공동체 안에서 이어지는 기적

 

예수님의 부활과 성령 강림으로 이루어진 초대 교회에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는 예수님의 마음을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니, 매우 중요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 기적 안에 담긴 예수님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 했을 것이고, 사랑 가득한 그분의 마음이 공동체 안에 생생하게 드러나도록 했을 것이다. 빵만으로 살지 않는, 셈하며 손을 움켜쥐지 않는 예수님의 사랑 가득한 나눔이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도 생생하게 기억되어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지기를 희망한다.

 


 

🔗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아티클

 


 

 
 
 
Profile
의정부교구 사제. 현재 의정부교구 성소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