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에서 배우는 십자가 사랑

교리와 전례

미사에서 배우는 십자가 사랑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례 유산 10

2026. 0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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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1. 십자가는 몸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의 신비입니다.

2. 우리는 '십자 성호'라는 작은 몸짓을 통해 그 사랑을 배우고, 다시 고백합니다.

3. 미사는 우리를 십자가 사랑 안으로 이끌고 파견합니다.

 

 


  

십자 성호의 의미,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지난 글에서 우리는 십자가그리스도의 탄생과 공생활, 특히 당신의 죽음・부활・승천과 성령의 파견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신비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상징임을 묵상했습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설명을 따르다 보면, 신학적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압박감을 느끼거나, 이 신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 부족한 신자라고 자책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은 결국 그리스도와의 만남인 전례와 주일 미사 참례를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신자들의 이러한 고충을 잘 아는 교황은 십자가의 신비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은 …… 십자 성호 …… 의 효력을 배워 알고 있습니다우리는 어쩌면 그에 관한 생생한 기억이 없을 수 있지만아이의 작은 손을 부여잡고 처음으로 우리 구원의 표지를 긋도록 이끌어 준 그 커다란 손짓을 쉽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 움직임에는 말이 뒤따릅니다마치 그 몸짓의 모든 순간을그 온몸을 다 끌어안으려는 듯그 움직임에 말이 느리게 뒤따릅니다. ‘성부와 …… 성자와 …… 성령의 …… 이름으로 ……… 아멘.’ 그런 다음에 아이의 손을 내려놓고혼자서 그것을 모두 따라 하는 아이를 지켜보며도와주려고 곁을 지킵니다.

이제 전해진 그 몸짓은 마치 주님과 함께 자라나면서 형성되는 습관처럼 되어성령께서만 아시는 그 의미를 얻게 됩니다그 순간부터는 그 몸짓과 그 상징의 힘이 우리에게 속하게 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우리가 그 몸짓에 속하게 되어그것이 우리를 길러 주고우리는 그 몸짓으로 양성되는 것입니다여기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그 몸짓에 담긴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 몸짓을 하면서도그 몸짓을 받아들이면서도 작은 이가 되는 것입니다나머지는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이렇게 우리는 상징적인 언어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나는 간절히 바랐다〉47

  

교황의 말씀을 기억하기 좋도록 단순하게 표현해 봅니다.

 

십자 성호를 그으라! 그리고 습관이 되게 하라! 성령께서 그대의 몸짓이 가진 의미를 깨우쳐 주실 것이다! 이미 많은 이가 그 의미를 알고 있다.”

 


 

십자가의 사랑은 어떻게 우리 몸에 새겨지는가?

 

우리 스스로 질문해 봅시다. 십자가 사랑의 의미가 우리의 몸짓과 행동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고 있나요? 우리는 수녀님과 신부님들의 예비 신자 교리나,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성당에서 만난 누나와 형들 그리고 친구들 등 누군가의 애정 어린 손길을 통해 십자 성호 긋는 법을 배웠습니다.

 

, 우리는 십자 성호 긋는 법을 논리적 사고나 이성적인 학습으로 익힌 것이 아닙다. 교황의 말씀대로,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이끌어 주는 커다란 손짓을 통해 십자가의 그 사랑을 전해 받은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십자가의 사랑은 몸짓으로 전수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우리의 몸은 영혼과 육신의 내밀한 결합이며, 육신의 질서 안에서 영적인 영혼을 볼 수 있기에 상징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나는 간절히 바랐다〉 44).”

 

그리스도의 영혼은 십자 모양으로 두 팔을 벌려 나무에 매달린 희생의 몸짓에서 확연히 드러났으며, 우리는 각자의 십자 성호 몸짓으로 그 사랑을 기억하고, 표현하며, 재현합니다.

 

십자 성호를 긋는 몸짓은 그 행위와 동작의 질서 안에서상징적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이 몸짓을 간직한 신앙인의 몸을, 성령께서는 육적 욕망의 외피가 아닌, 예수님 사랑의 발현체로 만들어 성화시키십니다.

 


 

미사는 왜 십자 성호로 시작하고 끝나는가?

 

때때로(어쩌면 너무 자주) 우리는 전례 거행을 일종의 틀을 갖춘 예식으로만’ 여기려는 태도를 발견합니다. 반면 전례 형식에 매몰되는 율법주의자가 되지 않으려고 교회의 규범을 지나치게 무시하거나 창의적 방법으로 전례를 거행하려는 반발 또한 심심치 않게 목격됩니다. 특히 십자가의 사랑 그 자체이신 분이 현존하시는 매일의 미사 거행에서 이러한 경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틀을 갖춘 예식으로 전례를 거행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모든 전례 거행은 그리스도와 그 인 교회의 여러 몸짓과 다양한 행위들이 모인 활동이기 때문입니다(《전례헌장》 7항 참조). 몸짓, 동작, 행위 등은 사람마다 다르고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몸의 표현과 활동은 질서에 따라 조직되어야만 상징성을 지니게 됩니다.

 

잘 조성된 전례 예식의 틀은 그 거행(Celebratio)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영혼까지도 드러냅니다. 특히 미사 거행에서는 감각적인 표징(《전례헌장》 7항 참조)인 빵과 포도주의 축성을 통하여 당신의 몸과 피가 우리 앞에 실재하게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러한 질서를 세우는 권위를 교회에 주셨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교회가 청하는 것을 전례 거행 안에서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곧 교회가 인정한 형식에 따라 하느님께 거룩한 예배를 드리며 청할 때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우리가 감각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드러내시는 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십자 성호의 몸짓에 깃든 사랑을 더 간절히 깨닫도록 성령께 청해야 합니다.

 

미사 거행은 십자 성호로 시작하여 십자 성호로 마무리됩니다. 마치 수미상관(首尾相關)의 구조를 가진 한 편의 시처럼, 미사에 참례한 모든 이는 자신의 몸에 십자가의 사랑을 새기며 미사를 시작하고, 같은 몸짓으로 그 사랑을 새로이 받아 세상으로 파견됩니다.

 

그런데 미사의 시작과 끝에 같은 형태로 십자 성호를 새기지만, 주례 사제는 조금 다른 모양새로 긋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제 사랑의 몸짓인 십자 성호의 다양한 형태 속에 담긴 흥미로운 의미들을 톺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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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전례-행정 담당으로, 귀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맡은 자리에서 부제님들과 학사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나누고 싶고, 더 나아가 평신도들이 전례 거행 안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찾도록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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