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서평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2025. 05. 29
읽음 21

많은 천주교 신자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성당에 다닌다고 말한다. 과연 성당에 다니는 것은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도움이 될까? 만약 성당에 다니며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그것은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일까?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런 의문이 종종 들었던 나는 주말 맞이 독서로 영성 심리에 관한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여러 책을 검색하던 중, 가톨릭 영성 심리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신부님의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이 글은 위에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자, 영성과 심리의 관계에 대해 나름대로 탐구한 기록이다.

 

신앙, 영성, 그리고 심리

 

홍성남 신부의 <혼자서 마음을 치유하는 법>에서는 나 자신을 아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신앙생활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작업은 중요하다. 이때 만나는 하느님이야말로 참으로 나의 하느님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지에 이르렀을 때 풍요롭고 생산적인 삶이 시작된다.” 영성 심리에 따르면 나의 마음에 불편함이 있음에도 그것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할 때, 혹은 과거에 얽매여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건강하지 못할 때는 내가 그리는 하느님 상에도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의 경우 사랑이신 하느님, 자비하신 하느님의 모습을 느끼지 못하고 처벌자이신 하느님, 분노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의 관계이다. 나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믿음도 제대로 뿌리내리고 성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성 심리는 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 즉 자존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은 자존감과 연관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요소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시나 성경 속 인물들의 행위로 알기 쉽게 풀어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자기용서의 중요성이다.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친구로 부르시며 하러 온 일을 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유다는 주님의 이 부드러운 용서를 받았음에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저자는 이 예시 뒤에 이렇게 덧붙인다. “영성 심리가 말하는 지옥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영혼들이 가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자기용서는 쉽지 않지만 영성심리는 나의 마음 안에 맺힌 것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림자와 함께 살기

 

<혼자서 마음을 치유하는 법>이 나에게 건넨 위로는, 인간은 모두 나약하고 미성숙한 존재이지만 이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내 안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신앙인들은 자신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기도 안에서 이를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이렇듯 신앙과 심리는 어느 하나가 선행하는 선후관계가 아닌 동반자적인 관계이다. 신앙생활로 인해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이 건강한 상태일 때 신앙생활도 성숙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 마음이 건강한 상태인지를 때때로 돌아보아야 한다. 이 책은 불안, 미움, 용서, 과거의 상처 등을 다루는데, 하나의 주제가 끝날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어, 나에게 필요한 마음 돌봄을 셀프로 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방영된 유퀴즈에 유흥식 추기경님이 출연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을 느낄 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데, 하느님은 나를 있는 그대로 항상 사랑해주시니까, 그런 사랑으로 세상에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 정말로 그렇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내 안의 그림자마저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한다. 주님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고 또 그 안에서 살아갈 힘을 얻을 때 진심으로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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