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향한 사랑과 걱정에 대해 성찰하라

지혜의샘

자녀를 향한 사랑과 걱정에 대해 성찰하라

2025.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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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을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고,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 좀 더 분발하고 노력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 단순히 부모님들의 욕심으로만 치부되어서도 안되는 이타적이며 희생적인 사랑의 마음입니다. 다만 마음만 앞서기보다는 신앙인으로서 그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저의 어머니는 첫째인 누나 때와 달리 저와 동생에게는 공부에 관련해서는 잔소리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장사하느라 바쁘신것도 있었지만, 공부로 스트레스 받고 살기 보다는 어릴 때는 더 많은 것들을 체험하며 살기를 바라셨지요. 하지만 사교성이 없고, 내성적이며 소극적인 부분에서는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제 의사와 관계없이 보이스카웃에 가입시키고, 없는 살림에도 이것저것 활동적인 것에 참여하도록 하셨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경험들이 제 삶에서 전혀 의미없는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지평을 넓게 해주고 지금의 사제생활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사춘기 시절에 저의 의사가 무시되고 강제된 것이나 저로 인해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가 되어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적대하거나 반발하도록 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자녀들을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이 순수한 사랑이 아니라 때때로 엉뚱한 곳에서 오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 과거에 겪었던 아픈 상처와 치유되지 않고 흉터로 남은 트라우마, 너무 희생적인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잃고 자녀에게 모든 것을 투영하는 어리석음... 부모님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 나약한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자녀들을 향한 불안과 걱정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 늘 살펴야 합니다.

 

사랑은 정말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녀들을 내가 바라는 더 성장한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이 사랑으로 전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처럼 모든 것을 다 알고, 무엇인 최선인지 언제나 알지는 못합니다. 그런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나 혼자하는 사랑이 아니라 나누는 사랑이 될 수 있도록 자녀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면 좋겠습니다. 내 자녀가 언제 사랑받는다고 느끼는지, 언제 마음의 안정을 찾는지. 지혜로운 사랑은 내가 하는 사랑이 받는 이에게 잘 전될되는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녀들의 행복한 삶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은 자녀들이 스스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신뢰 가는 안내자이자, 든든한 지지자이자, 친근한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살고, 행복한 삶의 모범이 되도록 부부가 함께 노력하며, 자녀들에게 지혜로운 사랑을 충분히 주도록 합시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부모로서의 사명을 충실히 살고, 그 결실을 주님께 맡겨드리는 여러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원주교구 가정사목국 국장

권호범 야고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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