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서품을 받고 중계동 성당에서 보좌 신부로 있는 유상준 베르나르도입니다. 올해 여름 이탈리아로 서울대교구 청년, 청소년 1,200명 정도와 함께 ‘1004 프로젝트’라는 ‘젊은이의 희년’ 순례를 함께 다녀오며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이의 희년 순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다시 불러 모으시고 새롭게 하시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청년들과 함께했던 그 현장은 하나의 딱딱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제 마음 깊은 곳에 생생한 하느님의 현존으로 남았습니다.
여정의 시작
사실 희년의 여정은 준비 과정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구 청년 담당 신부여서 노원 지구 ‘1004 프로젝트’ 담당 신부가 되었고, 지구 참가자들을 교육해야 했습니다. 그들에게 이 프로젝트가 하나의 여행이 아니라 성령과 함께하는 순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전 모임 준비를 했습니다. 사전 모임을 하는 동안 청년들과 청소년들은 기다림과 설렘으로 가득한 동시에, 순례를 과연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구 내에서 다섯 번의 사전 모임과 발대 미사를 하고 이탈리아로 출발했습니다. 그곳에서의 열흘은 사전 모임이 없었다면 너무나 고된 여정이었을 겁니다. 저와 함께 준비한 지구 청년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순례자로서 하느님과 발걸음을 함께했습니다. 청년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저는 큰 감사를 느꼈습니다. 모든 순간이 순조롭고 쉬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 여정에서의 어려움은 제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하느님과 충분히 대화하지 못한 제 모습을 비춰 주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교회의 얼굴
희년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교황님과 함께하는 밤샘 성체 조배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청년, 청소년들뿐 아니라 수많은 나라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고요히 무릎 꿇고 주님 앞에 자신을 봉헌하던 장면은 가장 아름다운 교회의 얼굴이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이, 눈을 감고 가만히 주님을 바라보는 이, 옆의 친구 손을 꼭 잡고 함께 묵상하는 이, 기도하다 피곤해서 고개를 떨구는 이들을 바라보며 저는 그 순간 주님께서 이 공동체 안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가대의 노래와 함께 여러 나라의 대표들이 나와 기도를 봉헌하고, 교황님께서 우리와 함께 무릎을 꿇고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때 저는 이 순례가 결코 일회적인 행사가 아니라, 청년들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신앙적 나침반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젊은이의 희년’ 순례는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용기와 확신을 심어 주었습니다.
청년들의 이야기
한국에 돌아온 뒤 청년들의 후기를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후기를 들으며 저는 성령께서 얼마나 강하게 그들 안에서 활동하고 계신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신앙의 전환점이 되었다.”라고 고백했고, 또 다른 이는 “가족이 아닌 또래와 함께 종교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청년은 “교황님을 직접 뵐 수 있다는 설렘과 전대사의 은총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라고 말하며, 낯선 환경 속에서도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기억을 전했습니다.
함께한 청년들의 이야기 속에서 ‘희망’, ‘감사’, ‘새로운 다짐’이라는 공통된 단어가 반복되었습니다. 이는 개인적 감상을 넘어 성령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시며 공동체 전체를 일으키고 계심을 보여 주는 증거였습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는 이번 여정이 청년들에게 한때의 추억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살아가도록 이끄는 생생한 체험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WYD를 기다리며
희년이라는 의미를 올해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희년은 구약에서 기원한 특별한 해로, 해방과 회복,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오늘 우리의 청년들에게도 이 희년은 과거의 무게에서 해방되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의 눈빛과 기도 속에서 저는 ‘젊은 교회’의 가능성을 보았고, 이것이 곧 한국 교회의 미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희년의 체험은 저에게도 도전이었습니다. 행사 준비의 어려움, 현장의 긴장, 예기치 못한 변수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을 통해 하느님께서 청년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또 그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이제 머지않았습니다. 저는 이번 희년의 체험이 곧 WYD 준비의 중요한 초석이 되리라 믿습니다. 희년 안에서 청년들이 보여 준 열정, 연대, 신앙적 다짐은 WYD를 통해 더 큰 보편 교회의 체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2025년 희년은 끝나 가지만, 그 열매는 익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 청년들은 이미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이 귀한 은총의 시간을 기억하며, 앞으로 다가올 WYD에서 다시 한번 우리 교회의 희망을 증언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희년에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젊은이들은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의 기도와 열정이 오늘 교회를 새롭게 세워 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여정 안에서 작은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자신의 현재를 위해, 그리고 청년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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