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정말 예쁘다. 계속 봐도 예쁘다. 그게 바로 우리 청소년, 청년들이다. 성전에 모여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아이들. 이 모습을 제대 위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서 왜 나를 사제로 불러 주셨는지, 또 사제의 길에 얻게 될 참된 기쁨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예쁘다. 정말 예쁘다. 분명 하느님께서도 그 마음이지 않을까? 창세기를 보면,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지금도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을 바라보며 같은 말씀을 하시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시지 않을까? 아이들의 미소 속에서 하느님의 웃음이 보인다. 참 좋다.
지난 2024년 10월 6일 저녁 6시, 14지구 흑석동 성당을 시작으로 이경상 주교님과 각 지구의 청소년, 청년들이 모여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미리 접수된 신앙에 관한 질문들을 모아 이에 대해 주교님께서 명쾌하게 답을 해 주시고 또 그 자리에 참석한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시는 토크쇼,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가페 식사로 꾸며진 지구 청소년, 청년 미사가 봉헌되었다. 19개 지구를 돌며 7개월 동안 이어졌던 긴 여정은 지난 2025년 4월 6일 17지구 등촌1동 성당에서 마무리되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지구 미사에 함께했던 기억을 더듬어 그때 체험한 소중한 모습들을 나누고 싶다.
지구 내 본당에서 몰려드는 청년들이 오랜만에 만난 다른 본당 청년들을 알아보고 기쁘게 인사를 나누며 성당 마당으로 들어왔다. 물론 대부분 자기가 속한 본당의 신자들만 알기에 로비나 화장실을 드나드는 청소년, 청년들 사이에 묘한 어색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숨어 있었다. 이 모든 행사를 주관하는 지구 담당 신부와 연합회에서 배정한 해설자의 안내에 따라 지구 내 신부님들과 교구청 청소년국 신부들, 그리고 WYD 조직위원회 신부들이 제대를 향해 입장했다. 한목소리로 성당을 가득 채우는 생활 성가가 하늘 높이 울려 퍼지는 감동적인 장면에 이어 주교님의 근엄하고도 친근한 목소리로 미사가 시작되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또 청년들을 위해 준비한 주교님의 강론이 끝나고 지구 청년들이 준비한 예물이 봉헌된 후, 모든 사제가 제대 주위에 모여 거룩한 성체를 축성하였다.
그렇게 미사가 끝나고, 잠시 쉬셔도 될 텐데 주교님께서는 성당에 모인 청소년, 청년들을 위해 본당별로 직접 셀카를 찍어 주시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셨다. 청년들이 다시 성당을 가득 메우자 지구 청소년, 청년 담당 신부님께서 토크쇼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QR 코드를 통해 주교님에 대한 첫인상, 성당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 등을 공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사전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모아 신앙과 삶에 대한 청년들의 질문에 주교님께서는 하나하나 정성껏 답해 주셨다. 주교님이 받으신 놀라운 탈렌트로 청년들을 들었다 놨다 하시며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게, 또 명쾌하게 답변해 주셨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한 청년들과의 즉문즉답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렇게 1시간 정도의 토크쇼가 끝나면, 지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참가자 가운데 2명 정도가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한 친구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중학교 1학년인 친구는 조부모님, 특히 할머니의 특별한 사랑으로 신앙을 이어받았다고 고백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아파 누워 계시는 동안, 동생과 함께 고사리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도했다고 한다.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바쳤던 기도들,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등을 더듬더듬 입으로 외워 가며 바치는 묵주 기도를 통해 할머니를 낫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비록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잘 몰랐지만, 간절하게 기도하면서 하느님께서 분명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자라났고 그 믿음이 신앙의 근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뒤편에서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하느님께 얼마나 간절히 매달렸는가. 진정한 기도의 자세는 수많은 말들로 치장한 화려함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분명 나의 아픔을, 나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는 굳은 믿음 안에서 꽃피는 간절함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이 하느님께서 우리 청소년, 청년들을 통해 그날 나에게 주신 선물이었다. 이런 내 마음과 같았던 것인지, 성전 뒤편에서 친구의 진솔한 고백을 듣고 계시던 어르신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아가페 식사가 끝나고 그 친구 얼굴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수소문했고,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저 발표를 잘했다는 이유로 던지는 감사의 표현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점점 돌처럼 굳어 가는 신앙의 모습에 잔잔한 울림을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부끄러움에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며 인사를 건네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자식을 낳아 보지는 못했지만, 절로 아빠 미소가 흘러나왔다. 하느님께서도 ‘보시니 참 좋다’라고 말씀하시며 미소 짓지 않았을까?
우리 청소년들, 신앙 안에서 잘 자라 주길. 우리 청년들, 세상의 헛된 유혹에 짓눌리지 말고 진리를 향해 걸어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2지구 청소년·청년들과 셀카를 찍고 계신 이경상 주교님 (촬영 이영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