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서 내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는데……
짧은 시간이라도 고요하게 머물며 성찰과 묵상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 청년이 보낸 메시지다. WYD 준비 과정 봉사자들이 준비한 ‘주님을 위한 24시간’ 전례 행사에 참여한 후, 짧은 소회를 나눠 준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고해성사를 받지 못했음에도 짧게나마 청년들이 준비한 양심 성찰을 함께하면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 작은 쉼을 느꼈다는 말이 참으로 고마웠다. 무엇보다 이런 따뜻한 전례 행사를 준비해 준 봉사자들에게 더 큰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이번 전례 행사는 준비 과정 봉사자라는 이름으로 모여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읽고 ‘성령 안에서의 대화’라는 방법을 통해 함께 생각을 나누고 기도하며 양성을 받았던 1기 젊은이들이 처음으로 준비한 것이다. 기획 총괄과 진행을 맡은 프로젝트 봉사자(봉사자들은 이를 ‘프봉’이라 부른다)와 업무 분장에 따라 모인 묵상팀, 고해 안내팀, 봉헌팀 등의 팀봉사자들과 팀원들은 자기 시간을 쪼개가며 밤낮으로 준비했다.
명동대성당 주위에 봄을 만끽하고자 성급하게 피어난 꽃들이 미워서인지 꽃샘추위는 봉사자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했다. 하지만, 충실히 준비한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누구는 연차를, 또 다른 누구는 반차를 쓰고 일찍 명동대성당 코스트홀에 모여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봉사라는 이유로 자칫 고해성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을 피하고자, 몇 분의 신부님들이 봉사자들만을 위한 고해성사를 먼저 주었다. 고해성사를 마친 청년들은 팀별로 물품을 옮기고 자리를 배치하고 마지막으로 대본을 확인했다.
그렇게 어느덧 달님이 하늘에 걸린 시간이 되자, 퇴근하고 숨 가쁘게 달려온 청년들이 성당을 조금씩 채웠다.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과도 같은 명동대성당은 지금도 수많은 신자들이 성체 앞에 눈물을 흘리고 성체를 받아 모시며 주님을 만나고 일치를 이루는 거룩한 곳이다. 역사 안에서 가장 가난한 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복음이 선포되는 이 자리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하느님의 거룩함에 스며든다. 그렇게 청년들도 침묵 가운데 눈을 감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혼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던 모습은 굳이 무엇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이번에 청년들이 준비한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띈 건, ‘산책 고해성사’였다. 물론 고해틀을 사이에 두고 고백하는 비대면 방식과 영성센터 앞 돌마당에 사제와 나란히 앉아 대면 방식으로 고해를 주는 것도 새로웠지만, 명동대성당 주변을 사제와 함께 걸으며 죄를 고백하고 이에 대한 영적 조언을 듣는 방식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엄청난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이 산책 고해를 받기 위해 긴 줄을 만들었다.
그렇게 고해를 마친 청년들은 봉사자들이 기도와 함께 준비한 ‘예수님께서 보내 주신 편지’를 받고 미리 준비된 나뭇가지로 만든 둥근 조형물에 이쑤시개를 꽂으며 인간의 죄로 인해 고통받으신 예수님의 가시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가시관은 성체강복이 있기 직전 제대에 봉헌되었다.
우리의 죄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극도의 고통을 당하셨지만, 사랑의 절정인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죄를 없애심으로써 우리를 다시 하느님과 화해시켜 주셨음을 전례적으로 드러내었다. 마지막으로 성체 안에 신비로운 방식으로 숨어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성체조배와 강복이 이어지며 청년들이 준비한 ‘주님을 위한 24시간’이 마무리됐다.
청년들이 물었다. “아니, 겨우 3시간인데, 이름은 왜 24시간인가요?” 물론 교황님의 지향은 24시간 성당을 개방하고 언제든 죄를 뉘우치고 용서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전례 예식, ‘주님을 위한 24시간’이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렇게 진행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고해성사를 통해 다시 주님과 일치를 이루었다면, 이제 일상에서 주님과 함께 살아가고자 노력함으로써 ‘24시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주님의 현존 안에 머물기 위해 바로 이 전례를 마련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봉사자들과 친해진 청년들은 함께 사진을 찍고 서로를 칭찬하고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마무리했다.
고맙습니다, 우리 청년들. 그리고 감사합니다, 주님.
그런데 주님, 정말 우리 청년들 보시니 예쁘지 않으신가요?
분명 당신도 청년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주님을 위한 24시간 전례 행사를 마치고 다함께 (촬영 이영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