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희년, 그리고 WYD

신학 칼럼

프란치스코 교황과 희년, 그리고 WYD

‘희망의 순례자’가 될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5.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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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6,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차기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유럽 대륙의 가장 서쪽 끝으로 순례를 떠났던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이제 아시아의 동쪽 끝인 서울로 순례를 떠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WYD를 통해 교회가 하나이고 보편적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일치를 향한 꿈을 나누기 위해 같은 곳에 함께 모여 기도하고, 각자 체험한 하느님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될 테니 말입니다.

 * 사실 ‘World Youth Day’세계 젊은이의 날(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거행되는 교구별 모임)’세계청년대회(국제 단계 모임)’ 모두 같은 용어로 사용되지만, 한국에서는 두 행사를 구분하여 칭하고 있음.

 


 세계청년대회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예수님의 수난으로부터 1950년이 된 1983년부터 1984년까지, 교회는 구원의 특별 희년을 기념했습니다. 희년을 마무리하며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은 전 세계 젊은이들을 바티칸으로 초대했습니다. 당시 예상 인원은 약 6만 명이었으나, 실제로는 25만 명이 모였습니다. 이 놀라운 응답에 감명받은 교황은 구원의 절정인 성주간을 교회가 젊은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세계 젊은이의 날로 선포합니다. 이듬해에는 국제 젊은이의 해(Internatianal Year of Youth)에 다시 한번 젊은이들을 로마에 초대했는데, 이번에도 무려 30만 명이 교황의 초대에 응답했습니다이 모임 후 많은 이가 도대체 무엇이 이런 큰 반향을 일으켰는가? 젊은이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가?’를 묻게 되었습니다. 이에 교황은 1985세계 젊은이의 날(World Youth Day)’을 제정하며, “젊은이들이 바로 WYD의 발명가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교황은 구원의 특별 희년에 사용한 큰 나무 십자가를 젊은이들에게 선물하며, 십자가를 통해 선포된 그리스도의 구원을 땅끝까지 전파하라는 사명을 전합니다. 이 십자가는 계속해서 차기 세계청년대회 개최지에 전달되었습니다. 지난 39차 세계 젊은이의 날에도 포르투갈 청년 대표단이 한국 청년 대표단에게 그 십자가를 전달했고, 이 십자가는 한국 젊은이들과 함께 전 교구를 순례할 예정입니다. 이로써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예열이 시작됩니다.

 

WYD1986년에 각 교구에서 개최되었으며, 1987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국제 모임이 열려 지금의 형태로 발전하였습니다. 젊은이 사목을 담당하는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한 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거행하던 세계 젊은이의 날을 교회력의 마지막인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변경하였습니다.

 

2025년은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폐막 미사 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희망의 순례자가 될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5년 로마에서 전 세계 젊은이들을 만나 희년 청년대회를 함께 기념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2025년 희년 청년대회를 함께 지내기 위해 저는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2025년 특별 희년 동안 성 베드로 성당의 성문은 항상 열려 있지만, 단순히 관광객으로 참여한다면, 희년을 위한 행사 참여에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727일부터 83일까지 실시될 희년 청년대회는 교구별로 인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개별 참여를 원하는 분들은 희년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 후 참여할 수 있습니다.

 

 

Guest에서 Host!

 교황은 2024년 세계 젊은이의 날 담화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이러한 조언을 드립니다.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참된 순례자로 길을 나서십시오. 셀카를 찍으려고 몇몇 찰나의 순간에만 관심을 둘 뿐, 자신이 걸어가는 길의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못 보는 피상적인 구경꾼처럼 되지 마십시오.”

 어쩌면 SNS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시가 될 수 있는 말이지만, 교황은 특별 희년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접근하길 바라십니다. 저 역시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11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언어를 공부하던 시절, 마드리드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릴 예정이었고, 페루자 교구도 젊은이들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500유로(70만 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에 바로 신청해 버렸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스페인을 여행한다는 들뜬 마음으로 세계청년대회를 기다렸습니다. 당일 페루자의 청년들은 외국인 신부를 반갑게 맞아 주었고, 전 세계 젊은이들을 만날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마드리드까지 버스로 총 18시간이 걸렸고, 매일 아침마다 벽돌같이 딱딱한 빵이 나왔으며, 지붕이 없는 공터에서 침낭에 의지해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본대회에서는 잔뜩 화가 난 한 한국 여성이 내가 몇백만 원을 내고 왔는데, 이게 무슨 대우야! 샤워 시설도 열악하고! 체육관에서 자라고? 나 집에 갈 거야!”라며 자기 짐을 들고 집에 가려 할 때 봉사자들이 그녀를 말리는 장면도 목격했습니다. 관광객 모드였던 저는 그 마음이 이상하게도 이해가 갔습니다.

 

그래도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같은 신앙과 같은 지향으로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 믿으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마지막 밤, 교황님과 함께하는 철야 기도를 위해 넓은 공항 부지로 이동했지만, 무대와 가까운 곳에는 자갈밭뿐이었습니다. 하룻밤을 지새워야 하는 상황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결국 공항 부지에서 나와 인근 공원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새벽 3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고,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물줄기가 쏟아지는 상황에도 좋다고 뛰어다니는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이건 뭘까?’ 하며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제 인생에서 마드리드 세계청년대회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를 회상할 때마다 저의 마음가짐을 되돌아봅니다.

 

나는 관광객이었나 순례자였나?

나는 그들 안에 잘 녹아들었는가?

나는 하느님을 찾으려 노력했는가?

아니면 그저 나의 안위와 편안함을 추구하려 했는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때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손님Guest이 아닌 주인Host이 될 것입니다. 이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우리가 환대해야 합니다. 물론 홈스테이를 비롯한 적절한 숙박 시설,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협조, 안전 관리 및 보안 관계자들과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언제나 밝은 미소와 건강하고 아름다운 K-문화와 K-예절로 손님을 환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정말 기대됩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화이팅!

 

Profile
수원교구 사제. 로마 라테란 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했으며, 진정한 교회법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금 이 순간, 신학생들이 진정 양들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는 양 냄새 나는 사제가 되기를 간절히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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