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청소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신부님들께서 저희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 주시는 것만으로 저희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여기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저희는 그것보다 더 깊은 친교가 필요해요.”
새 신부였을 때 주일 학교 학생들의 이름을 열심히 외웠다. 미사 전후로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 주며 친해지려는 나름의 노력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함께한 기억보다는, 중고등부 학생 미사가 끝난 뒤 곧바로 고해소로 달려가 고해성사를 주던 기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간혹 고해성사가 일찍 끝나 교리실로 내려가면 교리 수업이 끝난 뒤 간식을 먹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어지는 12시 미사 주례를 위해 다시 고해소로 달려가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의 친교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아이들 이름도 외워서 불러 주는 좋은 사제’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실상은 일주일에 겨우 하루, 그것도 오전에 겨우 한두 시간 만날 수 있는 바쁜 신부님이었을 뿐이다.
한참 지난 뒤의 일이기는 하지만, 학생의 이야기에 첫 본당에서의 내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무척 아팠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니 어쩔 수 없어.’ ‘다른 할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어.’라는 식으로 핑계만 댔던 것 같았다. 핑계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청년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출발점은 결국 같을 것이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다. 일단 귀 기울여 들어야 청년들을 이해하고 동행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 시대의 청년과 교회, 그리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심포지엄 개최!
WYD 조직위원회 일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한 지난 11월부터는 청년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연구 기획에 들어갔다. 다행히 하느님께서 교회 안의 좋은 지향을 지닌 많은 분들을 보내 주신 덕분에 이 연구 작업의 첫 모임을 12월에 열게 되었다. 이 시대에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삶에서 어떤 두려움과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지 청년들에게 직접 들어야 한다는 데에 마음을 모았다. 아울러 가톨릭 청년으로서 신앙의 가르침을 충실히 간직하며 살아가는 여정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듣는 기초 연구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도 뜻을 합쳤다.
이후 서강대학교 사회학과의 교수 신부님들과 연구진, 그리고 WYD 센터 영성팀 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질적, 양적 연구를 진행했다. 전국 각 교구 청소년국 신부님들과 청소년·청년 관계자,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아 포커스 그룹을 구성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불어 청년들이 처한 삶의 실태를 폭넓게 파악하기 위한 설문을 기획해 전국 각 교구에 설문지를 보내고 취합하는 과정도 진행했다. 기존의 실태 조사가 교회 내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비가톨릭 청년들과 무종교 청년들을 대상으로 외부 리서치 기관을 통한 설문 조사도 병행했다. 이러한 연구 조사 작업의 첫 결실로 지난 11월 15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목연구소에서 〈우리 시대의 청년과 교회, 그리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라는 심포지엄을 열게 되었다.
제1강연은 연구 실무를 담당한 정규현 신부님이 연구를 통해 발견한 유의미한 결과들을 정리·분석하고, 오늘날 청년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실태를 발표했다. 제2강연, 제3강연은 청년으로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산하 IYAB(International Youth Advisory Body)라는 청년 자문 기구의 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지운 박사가 자문 기구의 활동과 WYD와의 연계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심포지엄의 절정이 마지막 강연이라고 느꼈다. WYD 봉사자들이 질적 연구를 통해 직접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 시대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을 ‘세대 간의 상호 소외, 고립, 갈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발표했다. 처음에는 불편한 이야기만을 듣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했지만, 마땅히 교회가 노력해야 할 일뿐만 아니라 청년들 역시 교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함께 제시되었다.
WYD와 함께 공명으로 나아가기
청년들을 이해한다는 것. 이는 청년들이 겪는 현실에 대한 공감과 단순한 위로를 뛰어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연민에 바탕을 둔 ‘공명’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때 청년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그리스도를, 교회를 통해 만나게 될 것이다. WYD는 그런 기회를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만남의 장이다.
마지막으로 심포지엄 발표 가운데 깊은 울림을 주었던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이는 제3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WYD가 불안을 극복하는 영성을 청년들에게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지 제언한 대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처럼 교회는 믿는 이들에게서 출발하고, 변방으로 나아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는 청년들의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교회를 의미한다. 인간 존엄성, 공동선, 연대성의 원리에 기초한 가톨릭 사회교리는 청년 세대의 불안과 절망을 희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신학적 자원을 제공한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교회는 화해와 치유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동시에 구조적 불의에 대해서는 분명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대안적 사회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는 청년들에게 단순한 종교적 위안이 아니라 삶의 변화와 사회 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청년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인다면, 청년들 역시 교회를 통해 말씀하시는 그리스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WYD 청년 기초 인식 조사 결영 발표 심포지엄 중에서 (2025.11.15.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