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 복음 묵상

성경 이야기

주님 세례 축일 복음 묵상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2025. 01. 11
읽음 134

[이사 42,1-4.6-7; 사도 10,34-38; 루카 3,15-16.21-22]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주님 세례 축일은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신 사건을 기념하면서 성탄 시기의 문을 닫고 연중 시기의 문을 여는 날입니다. 주님의 세례로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드러납니다(“주님 공현의 삼중 차원”, 《강론지침》 124). 올해는 전례력으로 다해이므로, 루카 복음서 저자가 전해 주는 세례 이야기(루카 3,21-22)가 선포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세례 사건 자체에 대한 보도는 매우 짧습니다(루카 3,21). 마르코 복음서 전승에는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지만(마르 1,9), 루카 복음서에서는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앞서 요한이 투옥된 사건이 다루어지면서(루카 3,20) 요한에 의한 세례 보도는 삭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루카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의 세례 이후 벌어진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에, 먼저 하늘이 열리고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내려오셨습니다. 이어서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당신의 아들 예수의 신원을 선언하십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이 순간에 성삼위 신비의 공현”(《강론지침》 131)이 일어납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죄와 죽음의 인간적 운명에 참여하려는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성부와 성령과의 친교를 이루십니다.

 

루카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의 세례와 성령에 의한 기름부음을 하나의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예수님 위에 내려오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위에 성령이 내려오심은 예수님께 기름이 부어짐을 의미합니다. 세례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자 메시아로서 예수님의 신원이 드러납니다. 성령은 예수님의 활동을 이끌어 주는 힘입니다(루카 4,1.14).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메시아적 사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루카 4,18-19 참조). 사도 10,37-38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의 공적 활동을 요약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1독서), 이러한 맥락에서 하느님께서 예수님께 성령과 힘을 부어 주신 일”(사도 10,38)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소리 중에서, 특별히 내 마음에 드는 이라는 표현은 주님의 종의 첫 번째 노래의 시작 구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이사 42,1) 이사 42장에서 소개되는 주님의 종은 누구일까요? 그는 하느님께서 붙들어 주시고, 선택하시고,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이입니다(이사 42,1).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펼치고 세상에서 공정을 바로 세울 것입니다(이사42,2-4). 그에게 맡겨진 사명은 백성을 위한 계약이 되고 민족들의 빛”(이사 42,6)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보지 못하는 이의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해방시키고 어둠에 있는 이들에게 빛을 주기 위함입니다(이사 42,6-7). 루카 3,22과 이사 42,1 사이 관계를 연결해 읽어 본다면, 이사야가 예언적 방식으로 소개하는 주님의 종은 예수님을 통해 종말론적 방식으로 구체화됩니다. 주님의 종이 죄지은 이스라엘을 위해 고난을 겪고 죽임을 당함으로써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주었듯이, 이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전적으로 순종함으로써, 다시 말해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통해 인류의 구원을 위한 사명을 수행할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셨듯이,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 묻히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날 존재입니다(로마 6,3-4 참조). ‘하느님의 아들이자 주님의 종이신 예수님과의 일치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에 맡겨진 사명, 곧 그리스도의 사제직·예언자직·왕직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다짐해 봅시다.

Profile
수원교구 사제.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 양성’이라는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신학생들과 함께한 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어리게 느껴졌던 신학생들이 양성을 마치고, 사제 서품 후 파견되어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교회와 하느님 백성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학교 양성자로서 살아가는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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