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피어오르는 WYD의 바람

WYD2027

제주도에서 피어오르는 WYD의 바람

전 세계 청년들의 마음에 신앙의 씨앗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2025.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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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제주도는 소문대로 정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아침 미사를 봉헌하기 전 잠시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맛보기 위해 산책을 나갔다가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제주도 자연의 무서움만 체험하고 어깨를 움츠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바람이 많이 불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칠기까지 했다.

 

그런데, 바람만 센 것이 아니었다. 어제부터 시작된 제주교구 사제 연수 중에서 신자들을 향한 신부님들의 사랑이 담긴 바람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헛된 바람이 아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밝혀 주시고 보여 주신 근거 있는 바람이었다. 바로 청년들에게, 모든 신자들에게, 나아가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하느님의 사랑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그 바람이다.

 

강의 내내 이미 WYD에 참가했던 젊은 신부님들은 옛 기억에 젖어 들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입가의 미소와 함께 촉촉한 눈빛을 보여 주셨고, WYD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 청년들이 이루는 대규모 순례에 호기심과 걱정이 가득한 선배 신부님들의 눈빛들도 볼 수 있었다. 경험치가 다르다 해도 신부님들의 눈빛에는 사제로서 신자들에게,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해 신앙 안에 담긴 큰 선물을 나누고 싶은 바람이 가득했다.

 

간략하게 연수의 일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사제 연수는 제주교구에서 사목하는 60여 명의 전체 사제가 모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어떻게 잘 준비할 것인지, 특히 서울에서 진행되는 본대회 이전, 제주교구를 찾아올 전 세계 청년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로 준비되었다.

 

교구장이신 문창우 비오 주교님께서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의 최종 문헌을 소개하는 기조 강연으로 연수의 문을 열었다. 특히 시노드의 정신을 각 지역 교회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것을 당부하시며, 이러한 연속성 안에서 세계청년대회를 시노드적 신앙 공동체의 모습으로 준비하자고 권고하셨다.

 

이어서 WYD에 대한 본격적인 강의가 이어졌다. 먼저 WYD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시작으로 2023 리스본 WYD의 다양한 영상과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56일의 본대회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2027 서울 WYD는 어떠한 신학적 근거와 사목적 방향으로 이루어지는지 소개하였다.

 

특히 2027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장이신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께서 WYD와 청년 사목을 위한 교회의 쇄신을 위해 표명한 만남’, ‘사목’, ‘순례’, ‘선교(증거)’를 우리 교구민 전체가 갖추어야 할 시노달리타스적 교회의 태도로 다시금 강조하셨던 것, 그리고 주제 성구인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에 담긴 영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진리’, ‘사랑’, ‘평화라는 세 가지 대주제와 아홉 가지의 소주제를 설명하고, 이에 따라 어떠한 사목적 활동을 준비하고, 본대회에서 결실을 맺을 것인지 소개하였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고 둘째 날 주교님의 아침 미사로 연수가 계속되었다. 특별히 복음에서 바리사이의 누룩을 조심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우리 역시 우리 안에 알게 모르게 숨어 있는 누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 주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알아듣는 지혜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셨다.

 

이런 누룩의 비유는 이어지는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장 장원석 신부님의 교구대회 소개 강의에서도 이어졌다. WYD라는 엄청난 규모의 행사가 주는 감동에 취해 있을 때, 우리는 자칫 준비 과정에서 또 본대회 안에서 청년들의 마음을 놓칠 수 있는 바리사이의 누룩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2016 크라크푸 WYD(폴란드)에서 체험한 교구대회를 중심으로 재치 있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한 홈스테이를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WYD에 직접 참여했던 청년의 체험을 나누고, 이후 구체적으로 제주교구의 교구대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신부님들의 나눔 시간이 이어졌다.

 

사실 처음으로 다른 교구에 초대를 받아 WYD를 소개하는 자리였기에 솔직하게는 신부님들이 원하는 것을 잘 전해드릴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아직도 적지 않은 신부님들이 WYD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계신 분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내 안에 숨어 있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들어 낸 거짓 걱정이었다. 교회의 일이고, 신자들을 위한 일이라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맡기신 일이라는 마음을 지닌 신부님들을 뵙고 나니 절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하는 일이며,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걱정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걱정이 나의 눈을 가리지 않도록, 하느님의 바람이 한국의 15개 교구에 불어 전 세계 청년들의 마음에 신앙의 씨앗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기도가 무엇보다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제주도에서 피어오르는 바람이 한국에, 그리고 온 세상에 전해지길 바라며.

2025년 제주교구 사제연수 (촬영 이영제)

 


 * WYD에 대한 다양한 소식은 이영제 신부의 블로그 오다리 신부의 WYD 이야기(https://blog.naver.com/josephleeyj)’를 통해서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프랑스에서 교리 교육 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WYD 법인 사무국 및 기획 사무국 국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신자들이 신앙을 통해 하느님과 기쁘게 만나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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