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약 성경의 기록과 교부들의 성찰에서 ‘의사이신 그리스도’가 실현하신 구원과 건강에 관하여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교부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건강, 질병, 치료법에 기여하며 사람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안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를 헤아리며 인간의 건강과 구원에 관심을 기울인 교부들의 성찰을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글 | 파블로 다미안 오이오Pablo Damián Oio (코르도바 가톨릭 대학교)
교부들은 육체와 영의 일치를 고려하여, ‘삶의 방향이 바뀌는 회심’을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여겼습니다. 미덕을 통해 인간의 힘과 능력은 그들이 창조된 본래 목적을 향해 방향을 재조정하게 됩니다. 회심은 분명 인간 혼자만의 일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기도를 통해 회심하겠다는 동기가 부여됩니다. 기도에는 인간을 단련시키고 유혹과 질병에서 보호하는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에 따르면 “기도는 건강의 수호자”입니다(《이단에 반대하는 강론》 7,7).
인간이 미덕을 회복하여 욕정을 극복하면 무정념, 즉 아파테이아에 도달합니다. 아파테이아는 “어원적 의미로 보면 모든 욕정에서 벗어난 영혼의 상태일 뿐만 아니라 모든 미덕을 지닌 데서 파생되는 상태”로 간주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정념을 하느님을 알게 되는 간접적인 원천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진정한 종착점은 애덕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적인 깨달음과 관상에 도달하면 지성은 건강을 회복하여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 안에서 피조물을 관조하는 본래의 기능을 되찾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건강, 질병, 치유에 대한 교부들의 사상에는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의 두 가지 움직임인 강생과 승천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영은 하느님의 선물이자 인류에게 주어진 은총이며, 예수님께서는 이와 동시에 인류를 대신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응답하십니다. 교부들은 성령의 은총을 강조하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그분의 생명에 참여하도록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인간의 회심, 치유 과정을 통해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신학자 알베르토 에스페젤의 말처럼 다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은 손상된 형상을 회복하고 계보의 정신을 부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원을 통한 중재에서 하느님-인간으로서의 그리스도의 존재론적 정체성은 구원론적인 그의 사명으로,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를 회복하기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치유와 회복의 길
교부들은 ‘미덕을 통해 죄로 인해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에서 비롯된 질병은 하느님의 은총과 기도와 성사, 그리고 하느님을 알고 관상하도록 자신의 힘을 하느님께 향하게 하는 인간의 협력을 통해 치료되고 치유됩니다. 그렇게 인간은 죄로 인해 깨어진 균형과 조화를 자기 자신, 다른 피조물, 그리고 창조주와 함께 회복합니다.
병든 자와 억압받는 자의 치유를 언급하는 교부들의 생각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온갖 고통과 악에서 인간을 해방하려고 오셨으며, 인간의 모든 차원을 고려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학이 과학에 제공할 수 있는 주된 공헌이자 접점으로 우리는 인간으로서 고통받는 이들을 만나 우리 모두에게 완벽한 건강과도 같은 구원의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신학자 올레가리오 곤살레스 데 카르데달이 이를 적절하게 표현했습니다.
“‘치료자-치유자-의사’로서의 예수님의 능력은 확장되어, 오늘날 육체적 고통부터 도덕적 질병과 죄까지 치유하기에 이르렀다. 이것들이 모두 같은 사람 안에서 영향을 미치고 그를 괴롭히고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행동은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치유(Heilung), 온전케 하심(Heil), 친절(χρηστοτησ), 박애(ϕiλαντροπiʹα)의 표현으로 통합적인 일치로 여겨졌다. 우리는 이러한 전인격적 실재를 확고히 인식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에게 주어진 구세주(σwtηρ)라는 칭호와 그리스도가 가져다주는 구원(σwtηρiʹα)을 이해해야 한다.”(루카 2,11; 요한 4,42; 티토 2,11.3,4 참조)
결론적으로 교부들에게 그리스도는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한 구속의 신비로 우리를 치유하고 구원하신 유일한 참된 의사입니다. 그러므로 증거자 막시무스의 말을 떠올리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인간을 창조하신 그분은 …… 자신의 수난을 통해 우리의 욕정을 치유하기 위해 몸소 수난을 당하셨다.
그리하여 육신에서 우리의 욕정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없애시고,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성령 안에서 우리 능력을 새롭게 하신다.”
(《하느님성과 구원 경륜에 대한 글》 3,14)
*이 글은 스페인 학술지 <Razón y Fe>에서 발췌 및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원문 출처 ■
Oio, P. D. (2023). Salus: Salud y salvación en la ciencia y en los Padres de la Iglesia
<Razón Y Fe> 287(1461), 131–150.
https://revistas.comillas.edu/index.php/razonyfe/article/view/19498
https://doi.org/10.14422/ryf.vol287.i1461.y202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