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로써 영원히 꺼지지 않는 생명을 얻으리라.”

성경 이야기

“인내로써 영원히 꺼지지 않는 생명을 얻으리라.”

2025년 11월 16일 | 연중 제33주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

202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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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중 제33주일입니다. 어느덧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입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종말론적 주제를 다루는데, 그중 복음은 성전 파괴 사건을 예고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루카 21,6)

 

예루살렘 성전은 기원후 70년에 로마 군대에 의해 파괴되었는데, 그 이전에도 기원전 586년에 느부갓네살의 공격을 받아 이미 한 차례 파괴된 적이 있습니다. 바빌론 유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유다인들은 성전을 재건하려고 했으며, 쯔루빠벨의 주도 아래 시작된 성전 재건축은 기원전 515년에 마무리되었습니다(하까 1,4-15 참조). 이후 기원전 20~19년경에 헤로데 임금이 제2성전을 확장하는 작업을 시작하였고, 이 공사는 기원후 63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 성전이 7년 만에 또다시 무너진 것입니다.

 


 

희망, 그리스도 안에서 꺼지지 않는 화덕불

 

예루살렘 성전의 함락은 이스라엘의 마지막을 의미합니다. 예루살렘은 성전을 중심으로 형성된 하느님의 거룩한 도시로서 하느님을 공경하는 구심점역할을 했습니다. 유다인들은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를 바쳤으며, 회당 또한 예루살렘 방향으로 지었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났으며, 그곳을 피난처로 삼았고, 그곳에서 하느님의 손길과 그분의 정의, 죄 사함, 평화와 축복을 체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거룩한 장소였습니다.

 

예수님의 종말 예고는 새로운 시작을 환기합니다. 백성들은 성전 파괴로 인하여 혼란의 시기, 심지어 전쟁과 반란, 박해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날, 누구는 감옥에 넘겨져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려갈 것이고, 또 다른 누구는 죽거나 미움을 받을 것입니다. 예루살렘이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것처럼, 지상의 모든 사람도 그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루카 21,35 참조). 예루살렘 멸망(성전 파괴)은 과거의 사건이지만, 미래의 사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1독서는 다가오는 그날”(말라 3,19)에 대한 주님의 예고를 전하고 있습니다.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말라 3,19)

 

2성전 재건 이후 이스라엘 사회에는 하느님의 정의와 질서에 대한 회의가 만연했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현존과 능력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말라키 예언자는 주님의 날에 의인과 악인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 예언하였습니다. 하느님의 가르침에 반하여 사는 이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말라 3,19)은 멸망할 것이지만,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그분을 경외하는 이들은 하느님의 소유가 되고 하느님의 비망록에 기록될 것입니다(말라 3,16 참조).

 

우리에게 마지막이 두렵지 않고 절망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희망적인 이유는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님께서 위로자이며 심판자로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는 믿음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참고 견디어 내는 자들에게 생명을 약속하셨습니다.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21,18-19)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 시점,  몸과 마음이 분주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주님을 믿으며 이 시기를 참고 견디어 봅시다. 새로운 시작이 우리를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말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그 안에서 희망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 오늘의 묵상 포인트

 

내가 기다리는 새로운 시작은 무엇인가요?

 


 

Profile
수원교구 사제.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 양성’이라는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신학생들과 함께한 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어리게 느껴졌던 신학생들이 양성을 마치고, 사제 서품 후 파견되어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교회와 하느님 백성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학교 양성자로서 살아가는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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