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324년 실베스테르 1세 교황께서 ‘하느님의 집(Domus Dei)’으로 봉헌하셨으며, 공식 명칭은 “지극히 거룩하신 구세주와 성 요한 세례자와 성 요한 복음사가 대성전”(라틴어: Archibasilica Sanctissimi Salvatoris ac Sancti Ioannis Baptistae et Evangelistae in Laterano)입니다. 이 명칭은 라테라노 대성전이 지극히 거룩하신 구세주께 봉헌된 첫 번째 성당이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대성전의 정면 입구 상단에는 라틴어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OMNIUM URBIS ET ORBIS ECCLESIARUM MATER ET CAPUT(도시와 세상의 모든 교회의 어머니이자 머리)”
이 문구는 라테라노 대성전이 로마 교구의 주교좌 성당이지만, 동시에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중심이라는 종교적 지위를 표현합니다. 실제로 라테라노 대성전은 베드로 대성전이 세워지기 전까지 교회의 중심지였습니다. 축일에 선포되는 독서와 복음은 ‘성전’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안내합니다.
구원의 장소, 예수 그리스도
첫 번째, 예수님께서는 성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장사꾼과 환전꾼들을 성전에서 쫓아내시고 표징을 요구하며 불신하던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유다인들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성전 건물을 생각했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요한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몸을 가리켜 말씀하셨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는 성전 정화 사건을 통해서 당신께서 유일한 성전, 곧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현존의 장소라는 사실을 알려 주시는 것입니다.
두 번째, 성전은 구원의 장소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서에서 주님의 집은 생명의 원천으로 묘사됩니다.
“그 물은 주님의 집 오른쪽 밑에서, 제단 남쪽으로 흘러내려 갔다.”(에제 47,1)
성전에서 나온 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바닷물을 살아나게 합니다. 거기에는 물고기도 가득하고, 모든 것이 살아납니다(에제 47,8-9 참조). 강가의 양쪽에 솟아난 나무에는 먹음직스러운 온갖 과일이 맺혀 있습니다(에제 47,12 참조). 성전은 생명의 주관자이신 주님의 영광이 머무는 거룩한 장소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흘러나온 물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주님의 집’에 관한 에제키엘 예언자의 말씀은 유배 생활로 고통받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구원의 희망을 심어 주었습니다.
세 번째, 신자 공동체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1코린 3,16)
바오로 사도의 수사학적 표현은 코린토 신자들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으로 가득 찬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당시 코린토 신자들은 존재론적 이유를 핑계 삼아 갈등을 일으키고 공동체의 일치를 해치고 있었기에, 바오로 사도는 그들에게 심판을 경고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거룩한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이에 걸맞게 합당하게 처신하며 살아가기를 요청합니다.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 …… 그러니 여러분의 몸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1코린 6,19-20)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에 각 지역 교회가 어머니이신 로마 교회와 일치되어 있음을 기억합시다. 또한 유일한 성전이신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만나고 그 안에서 구원을 체험함으로써, 우리 모두 거룩한 하느님의 성전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 봅시다.
🌸 오늘의 묵상 포인트
예수님은 성전을 허물면 며칠 만에 다시 세운다고 하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