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늘 기도하는 법을 찾아 헤맸던 이들에게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 줄 《기도, 사랑의 여정》이 출간되었다. 2027 WYD 행사를 준비하며, ‘기도’의 중요성을 전하고자 했던 서울대교구 이경상 주교는 유학 시절 은사였던 마누엘 루이스 후라도 신부의 저서를 직접 번역해 한국에 소개했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 기도의 본질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기도 방법의 핵심을 담고 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기도의 여정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이 책의 번역자, 이경상 주교를 만났다.

주교님, 안녕하세요. 2027 서울 WYD 총괄코디네이터로 활동하시면서 바쁘실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주교님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 소임을 수행하면서, ‘2027 서울 WYD 총괄 코디네이터’라는 막중한 책무를 소화해야 하므로 물리적으로 매우 바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시간은 놓치지 않고 지냅니다. 모두 하느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고민하고 그것을 실무에 적용하려고 하기에, 기도하며 궁리하는 시간을 제일 많이 편성해 놓고 지냅니다. 그러다 보니 수면 시간이 좀 짧은 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기도, 사랑의 여정》은 주교님의 은사이신 마누엘 루이스 후라도 신부님이 쓰신 책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핵심 주제는 ‘기도’인데요. 주교가 되신 후, ‘기도’에 관한 주제의 책을 직접 번역해 소개하고자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젊은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면서 그들의 삶에서 깊은 연민을 느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 그들이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면, 그들이 과거를 정화하고 기대와 용기를 갖고 현재와 미래를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하느님과 잘 사귀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기도입니다. 그래서 기도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주교님께서 사제품을 받으신 지 올해로 37년이 되었습니다. 오랜 사제 생활을 하며 특별히 좋아하시거나, 늘 바치시는 기도가 있으실까요? 주교님께 가장 힘이 되어 준 기도가 있다면, 그 기도를 통해 어떤 위로를 받으셨을지도 궁금합니다.
저에게는 기본적으로 성무일도가 기도 생활의 뼈대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늘 바치는 기도, 수시로 관상할 수 있도록 저의 영성을 자극하는 기도는 예수님의 바로 옆에서 생활하신 성모님의 시선으로 관상의 주제가 잘 정리되어 있는 묵주 기도입니다. 묵주 기도를 바칠 때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면서 온갖 어려움, 해결해야 할 난제, 간혹 찾아오는 불안감 등에서 어머니의 따스한 위로의 품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셨어요. 이 책은 20~30대 청년 신자들이나, 막 기도 생활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큰 도움을 얻게 될 것 같아요. 독자들이 이 책의 어느 부분에 더 집중해서 읽으면 좋을까요?
어느 부분에 따로 집중하라고 권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가 각자 관심이 끌리는 대로 머물면 됩니다. 기도를 수련할 때 그렇게 주님의 인도하심에 맡기는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번역 작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전반적으로 과거에 후라도 신부님께서 저를 개인 면담으로 지도해 주시던 시절이 자주 생각났습니다. 그분의 육성과 표정, 손짓 등이 떠올라서 갑자기 많이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번역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의 저자인 후라도 신부님께서 간단하게 표현하시는 편이라서, 그분 글에 담긴 뜻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독자분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용어나 표현이 생소하더라도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저 주어진 인간적인 조건을 가지고 일반적인 시선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게 하는 것이 기도라고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신 의도가 바로 그런 거 아닐까요?
이경상 주교가 WYD 희희희 행사에서 《기도, 사랑의 여정》 출간 기념 사인회를 하고 있는 모습
혹시 앞으로 책을 직접 집필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주교님의 따뜻하고 유쾌한 목소리가 담긴 이야기를 기다리는 신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일단 2027년에 개최될 WYD를 비롯하여 바쁜 일이 좀 마무리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번에 《기도, 사랑의 여정》을 번역한 것도 WYD를 준비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진행한 것이었거든요.
요즘 개인적으로 읽고 계신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주교님의 독서 취향이 궁금합니다.
저는 앙리 드 뤼박의 저서인 《역설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겨 주세요.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해서 태초부터 변함없이 강렬하게 사랑하신다는 진실을 전하셨습니다. 기도를 통해서 그분을 사귈 때, 우리는 현재의 매 순간이 시간을 초월한 영원하신 하느님의 계획과 관계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도는 사랑이신 하느님의 자상함을 체험하게 하고, 끈질기게 구애하시는 하느님의 설득 작업의 실마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