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부님은 결혼할 수 없나요?

신학 칼럼

왜 신부님은 결혼할 수 없나요?

갈림 없는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삶을 위해

2025.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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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수원가톨릭대학교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독신을 지향하는 신학생들 사이에, 성공회 신부님께서 교회법 청강을 신청하신 것입니다. 수업 중 사제독신제관련 주제가 나왔고, 저는 조심스럽게 신부님께 여쭈어보았습니다.

 

혹시 신부님은 결혼하셨나요?”

 

신부님의 대답은 특별했습니다.

 

, 제 부인도 신부님입니다. 저보다 더 깊은 신심을 지닌 사람이지요.”

 

상상이 가시나요? 성공회에서는 기혼 성직 제도를 수용하는 동시에 여성의 사제 서품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겠죠.

 

신부님은 왜 가톨릭 교회에서만 결혼할 수 없나요?”

 


 

독신에 대한 교회법적 시작

 

사실, 이 질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가 속한 로마 가톨릭 교회가 아닌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는 동방 가톨릭 교회(Oriental Catholic church)에서는 기혼 성직 제도를 지켜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방 가톨릭 교회법전》 제373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하늘나라를 위한 선택으로서 성직자의 독신은 사제직에 적합하며, 보편 교회의 전통에 따라 어디에서나 크게 존중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초대 교회와 동방 교회의 전통 속에서 지속되어 온 기혼 성직자의 거룩한 관행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면 도대체 왜 로마 가톨릭 교회 신부님만 결혼할 수 없나요?”

 

사실, 이 조항에서 하나의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초대 교회 때 독신 제도가 없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초대 교황이신 베드로에게도 장모가 있었고(마르 1,30 참조), 바오로 사도의 편지에서도 사도들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것(1코린 9,5 참조)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직자의 직무 수행을 위해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독신 생활이 사제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여겨졌으며 306년경 스페인 교회 공동체를 위한 엘리바(Elvira) 공의회에서 독신 제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됩니다.

 

33: 주교, 사제, 부제 곧 직무를 지닌 모든 성직자는 아내와의 관계를 끊고 자녀를 낳지 않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로 하였다. 만약 이를 어기는 자는 성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법률은 몇몇 지역에만 적용되었을 뿐 모든 가톨릭 교회 국가에 적용되지는 못했습니다.

 


 

독신, 교회의 뜨거운 감자

 

문제는 중세 시대 때입니다. 성직자들이 독신 규정을 잘 지키지 않아 윤리적인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이는 대부분 성직자가 가정을 꾸리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었습니다.1)

 

첫 번째, 중세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성직 세습hereditary priesthood”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사제의 아들이 성직을 물려받고, 교회 주요 직책을 특정 가문이 장악하며 혈연과 권력에 따라 교회가 좌지우지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교회 재산이 사유 재산처럼 사제의 가족에게 상속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기혼 사제들은 교회 재산을 사유 재산처럼 관리하다가, 사망 시 아내나 자녀에게 상속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자들의 헌금이 가문 유지 비용으로 전용되었던 것입니다.

 

세 번째, 하느님과 교회 외에도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성직자가 가정을 이루어 가족 부양을 책임지면서 교회 정신과 사명 의식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는 성직자의 주요 임무인 가르치는 직무와 공동체 봉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습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을 바로잡고자 1139년 제2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사제 독신제를 공식화합니다. 바로 모든 사제의 혼인을 전면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정식으로 채택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공의회 제6조와 7조는 다음과 말하고 있습니다.

 

6: 차부제품 이상의 품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아내나 내연의 여인을 가지고 있는 자는 그들의 직위와 교회록을 박탈당할 것이다. …… 자신들을 혼인 생활과 부정한 생활에 전념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7: 선임 로마교황 그레고리오 7세와 우르바노 그리고 파스칼의 발자취에 동하면서 명하는 바, 그 누구도 아내나 내연의 여인을 가지고 있는 자가 드리는 미사를 그 사실을 알면서 참례해서는 안 된다. …… 아내를 갖기를 감행하는 주교, 탁덕, 부제, 차부제, 수도회 참사, 수도승 그리고 서원한 평수사들은 자신의 배우자와 헤어져야 한다고 명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교회의 법규를 분명히 위반하면서 맺은 결합은 혼인이라고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서로 결별한 후 그토록 심한 탈선에 대한 응분의 보속을 이행해야 한다.”2)

 

이후 트렌토 공의회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쳐 오늘날까지 사제 독신제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소중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신,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한 사랑의 선택

 

사제 독신제가 자연을 거스르는 비인간적인 제도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오히려 독신제가 사제 직무 활동에 있어서 하느님께 봉사하는 가장 이상적인 생활 조건이라 말합니다(《교회법전》 제2771항 참조).

 

그러나 가톨릭 사제가 독신을 살아가는 이유는 단지 제도적, 규범적 의무 때문만은 아닙니다. 성직자의 독신 생활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하늘나라를 위한 특별한 삶의 방식(마태 19,12)이고, 인간의 결심만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할 때 가능합니다.

 

그리고 사제의 독신은 세상의 가족을 포기하는 대신, 모든 이들을 가족으로 품는 보편적 사랑의 표지입니다. 특히 일편단심이라 번역된 “indiviso corde”라는 표현은 성직자의 독신 생활의 목적과 태도를 압축해 놓고 있습니다.

 

in(부정접두어) + diviso[나누다, 분열하다(dividere)의 과거 분사형] + corde(마음으로)

= ‘분열되지 않은 마음으로’, ‘나누어지지 않은 마음으로’, ‘갈림 없는 마음으로

 

사제의 독신은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한 사랑의 선택입니다. 사제들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독신 생활을 통해 인간적인 고독을 넘어, 하느님과의 친밀한 일치 속에서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분명, 이 시대가 여전히 사제의 독신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각주

1) Sara McDougall, “Bastard Priests: Illegitimacy and Ordination in Medieval Europe”, Speculum, Vol 94, No. 1(January 2019), pp. 138-172.

2) G. Alberigo, et al, “2차 라테란 공의회”, 《보편 공의회 문헌집》 제2권 전편, 김영국 외 4인 역, 가톨릭출판사, 2009, p.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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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Profile
수원교구 사제. 로마 라테란 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했으며, 진정한 교회법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금 이 순간, 신학생들이 진정 양들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는 양 냄새 나는 사제가 되기를 간절히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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