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시는 ‘구원의 날’

교리와 전례

오늘,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시는 ‘구원의 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례 유산 3

2025. 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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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의 의미를 새롭게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저절로 맞이하는 것만 같은 오늘은, 사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는 구원의 날입니다!

 

어느 오늘에 베드로와 요한은 파스카 음식을 차리도록 파견되었습니다. 늘 그렇듯 제자들은 스승의 말씀을 착하고 순박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가서 우리가 먹을 파스카 음식을 차려라.”(루카 22,8)라는 주님의 말씀에 성실하게 순명하여, 음식을 차리고 만찬에 참석합니다. 그때만 해도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왜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루카 22,15)라고 하시는지 온전히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가 최후의 만찬이라 부르곤 하는 그 식사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제사를 재현하는 구원 성사의 원형임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비록 제자들이 깨닫지 못했어도, 아버지 하느님께서 영원으로부터 세우신 구원 계획 안에서, “모든 창조와 모든 역사는 이 만찬을 위한 거대한 준비1)에 불과했던 것이고, 제자들이 파스카 음식을 차린 어느 오늘마침내 구원 역사 그 자체가 드러나는 시점만찬 때로 수렴되고 있었던 것입니다.2) 바로 그때, “파스카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3)

 

어느 오늘에 무지할 뿐만 아니라 준비도 되지 않은 제자들에게 구원의 선물이 무상으로 주어졌듯이, ‘나의 오늘도 그렇습니다. 그때 그 제자들보다 더 부족하고 나약한 나에게도 성체성사를 통해 부활이 선물로 주어집니다.

 


 

성체성사, 자비의 선물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선물을 받기에 우리는 너무 부족합니다. 심지어 거룩한 선물을 받고자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공짜라서 그럴까요? 토마스 아 켐피스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모심에 그리 열중히 끌리지 않고 냉랭하며 준비가 부실하니 극히 울고 탄식할 일입니다.”4)

 

이렇게 말한 것이 대략 15세기경이라 하는데 오늘은 다를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선물은 어마어마하게 큰데 그것을 받는 사람은 너무 작아, 우리는 그 엄청난 불균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5)

 

그렇지만, 교황은 희망의 말을 덧붙입니다.

 

주님의 자비를 통하여 그 선물이 사도들에게 맡겨져,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6)

 

성체성사는 우리의 뛰어남에 대한 칭찬의 선물이 아닌, 우리의 비참함에 대한 자비의 선물인 것입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재현되는 그때로 들어가 예수님의 생생한 말씀을 들어봅시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7)

 

이 구원의 말씀은 과거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성경이 진리의 말씀이라면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예수님의 선포는 나의 오늘에도 유효하기 때문입니다.8)

 

특히 너희가 듣는 가운데”, 곧 전례 공동체에 현존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들을 때 온전히 실현됩니다. 미사 거행 안에서 함께 모여 듣는 선포의 말씀은 살아 계신 주님의 말씀이며, 성체는 오늘저희에게 주시는 일용할 양식인 것입니다.9)

 

바로 그 때문에, 파스카이신 그리스도께서 선물로 주어지는 전례 공동체야말로 이 지상에서 당신을 참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조합니다.10) 이렇게 전례는 구원 역사의 오늘(Liturgia: Hodiehistoriae salutis)”입니다.

 

오늘 너희는 우리를 구원하러 오시는 분이 주님이심을 알게 되리라.”11)

 


 

참고 도서

1) 장 피에르 롱자, <수도승의 전례:하느님의 위대한 오늘>, 《코이노니아》 50(2025), 김경은 옮김, 한국 베네딕도 협의회, 118-129.

2) 토마스 아 켐피스, 《준주성범》, 윤을수 옮김, 가톨릭출판사, 20052.

3) 프란치스코, <나는 간절히 바랐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68(2023),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1-51.

4) CYPRIANUS, De Dominica oratione, ed. C. Moreschini (CCL 3A), Brepols, Turnholti 1976, 86-113.

5) ORIGÈNE, Homélies sur S.Luc. Texte latin et fragments grecs. Introduction, traduction et notes, edd. H. Crouzel-F. Fournier-P. Périchon (SCh 87), Cerf, Paris 1962, 338-339

각주

1) 프란치스코, <나는 간절히 바랐다> 3,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68(2023),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2.

2) 프란치스코, <나는 간절히 바랐다> 3항.

3) 위와 동일, 65항.

4) 토마스 아 켐피스, 《준주성범》, 윤을수 옮김, 가톨릭출판사, 290.

5) <나는 간절히 바랐다> 3.

6) 위와 동일.

7) 참조: 《로마 미사 경본》의 감사기

8) Cf.ORIGÈNE, Homélies sur S.Luc. Texte latin et fragments grecs. Introduction, traduction et notes, edd. H. Crouzel-F. Fournier-P. Périchon (SCh 87), Cerf, Paris 1962, 338-339.

9) Cf.CYPRIANUS, De Dominica oratione, XVIII, ed. C. Moreschini (CCL 3A), Brepols, Turnholti 1976, 101-102.

10) 참조: <나는 간절히 바랐다> 8. 10-13.

11)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미사 입당송〉, 《로마 미사 경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전례위원회 편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23, 165.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전례-행정 담당으로, 귀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맡은 자리에서 부제님들과 학사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나누고 싶고, 더 나아가 평신도들이 전례 거행 안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찾도록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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