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전례학자들은 초대 교회를 수시로 관찰합니다. 교회가 당대 문화와 조화를 이루려고 전례의 외적 표현을 개정-개혁할지라도, 절대 변형하거나 폐지할 수 없는 핵심 기준이 있음을 성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부르크하르트 노인호이저는 ‘모든 시대’의 전례적 표현 양식은 성경(특히 신약), 교부들의 해석, 그리고 동-서방 교회가 고유한 전례 양식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남긴 초기 전례서 등을 통해서 그 핵심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잠시 사도행전이 전해 주는 첫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전례를 둘러봅시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46-47)
이를 묵상하며 우리는 첫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어쩌면 그들의 삶 전부인 ‘전례 거행’의 역동과 활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드러내 놓고’ ‘거리낌 없이’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한마음으로” 또한 “열심히” 성전에 ‘모여’ 기도했을 뿐만 아니라, 이 집 저 집으로 순회하며 빵 나눔(성찬례)을 거행하여 어디를 가든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며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주님의 거룩한 이름으로 신자들이 모였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 모임’에 현존하십니다(마태 18,20 참조). 또한 ‘그 모임’에 참여한 이들에게, 언제나 당신 부활의 선물인 성령을 가득 채워 주십니다(요한 20,19-23 참조). 성령으로 충만한 형제자매들은 음식을 나누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모든 일상에서 즐겁고 순박한 ‘기쁨’을 누립니다.
전례, 기쁨의 샘
클레멘스 리히터가 잘 짚어 주듯이, 전례 거행 안에서 주님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하기(시편 105,3 참조)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하느님 얼굴을 전례 거행의 현장에서 찾고 보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전례는 예수님께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이라고 외치는 이들의 삶 한가운데에서 솟아나는 기쁨의 샘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심지어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지 않는 다른 이들, 곧 “온 백성”들 마저 그리스도인들의 전례 모임에 호감을 보였다고 합니다. 첫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전례는 다른 이들의 눈에 기이한 밀교 예식처럼 비추어지기보다, 오히려 기쁨과 사랑이 넘치는 “모임”, 곧 ‘친교(Communio)’의 구체적 표현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사랑이신 아버지 하느님께서 당신의 두 손으로(이레네오 성인), 곧 예수님과 성령의 협력 활동으로, 지상의 ‘모든’ 삶의 자리에 손수 마련하신 구원의 현실이 거행된 것이기에 당연합니다.
오늘의 우리는 어떻습니까?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아침 기도를 봉헌한 여러분은, 직접 참여하고 거행한 그 전례 활동에서 기쁨을 충만히 누렸나요? 나를 위로하는 성령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었습니까? 고통스러운 내 현실을 극복할 힘을 얻었는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시대의 전례 생활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성찰한 뒤, 2022년 6월 29일에 <나는 간절히 바랐다>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교서에서, ‘오늘’의 하느님 백성은 교회 생활의 근본인 전례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고 진단합니다.
교황이 꼽은 첫째 원인은 무엇일까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기도 법칙(lex orandi)을 개정-개혁한 지 60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그것이 신자들 삶에 스며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법이 있을까요? 교황은 기도 법칙이 “전례 교육”을 통해서 ‘현실적으로’ 적용된다고 역설합니다. 이제 교황직의 수행을 통해, 하느님께서 ‘오늘’의 교회에 어떤 말씀을 하시고자 하는지 찾아봅시다.
<참고문헌>
1) 1970년 전례 개혁 이전의 로마 전례 사용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자의 교서, <전통의 수호자들(2021년 7월 16일)>.
2) 하느님 백성의 전례 교육에 관하여 주교, 신부, 부제와 축성 생활자와 평신도들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서, <나는 간절히 바랐다(2022년 6월 29일)>.
3) 부르크하르트 노인호이저, 《문화사에 다른 전례의 역사》, 김인영 역, 분도출판사 1992. (특히 22~23쪽)
4) 클레멘스 리히터, 《전례와 삶》, 정의철 역,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5. (특히 125~127쪽에 있는 ‘기쁨은 전례의 본질적인 요소인가?’)
5) Irenaeus Lugdunensis, Contre les hérésies, livre 5, vol. 2: Texte et traduction, ed. A. Rousseau (SCh 153), Paris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