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마르코 13장의 말씀으로,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는 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마르 13,26-27)
‘사람의 아들’이라는 칭호는 예수님께서 스스로를 가리키실 때 사용하는 ‘완곡어법’입니다. 이 칭호는 복음서의 저자들이나 다른 등장인물에 의해 사용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며, ‘나’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고자 사용하시는 칭호이지요. 예수님께서 이 칭호를 사용하는 문맥을 살펴보면, 그분의 사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예수님께서 중풍 병자를 고치시는 이야기에 처음 등장합니다. 예수님께서 어떤 집에서 복음을 전하고 계셨는데, 사람들이 중풍 병자를 들것에 실어 옵니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아 예수님을 만날 수 없자, 그들은 지붕 위로 올라가 들것을 내려 중풍 병자를 예수님께 보여 드립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중풍 병자를 치유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마르 2,9-10 참조)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통해 당신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분임을 선포하십니다. 다음으로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에 대한 가르침에서도 언급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과 제자들을 비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마르 2,27-28)
예수님께서는 이 가르침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시며, 바로 당신이 그것을 위한 참된 길임을 선포하십니다. 즉, 어떠한 규정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다는 것이지요.
사람의 아들이라는 칭호는 예수님께서 당신이 겪으실 수난과 부활을 말씀하실 때도 등장합니다.
“그분께서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셨기 때문이다.”(마르 9,31)
우리가 잘 알듯이,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보여 주신 가장 큰 사랑의 모범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기 위해서는 우리도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예수님께서도 몸소 보여 주신 것으로, 당신을 따르는 우리 모두 따라야 할 신앙의 핵심과도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러한 말씀을 하시면서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으로 당신을 설명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사람의 아들’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때가 되면 사람의 아들이 와서 당신이 선택한 이들을 모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아들에게 선택받은 이들은 어떤 이들일까요? 앞서 살펴본 대로, 예수님께서 당신을 사람의 아들로 지칭하시면서 가르쳐 주신 것들을 잘 지키는 이들일 것입니다. 죄를 용서받기 위해 노력하고, 규정을 참된 의미를 기억하며 지키려 노력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며 살아가는 삶. 사람의 아들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며, 사람의 아들로서 알려 주신 이러한 것들을 잘 지킴으로써, 각자의 마지막 날에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선택받는 이들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주일 복음: 마르 13,2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