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일, 평신도 주일 복음 묵상

성경 이야기

연중 제32주일, 평신도 주일 복음 묵상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 12,44 참조)

2024.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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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임금 이후 이스라엘은 남유다와 북이스라엘 왕국으로 나누어졌고, 남북 왕국은 각각 독립적인 왕조에 의해 다스려졌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 등장하는 엘리야는 북이스라엘에서 활동한 예언자로, ‘아합’ 임금이 통치하던 시대에 하느님의 뜻을 선포했습니다. 아합 임금은 성경이 전하는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악명 높은 인물이었습니다. 이방 여인인 이제벨을 아내로 맞이하여 이스라엘에 바알 신앙을 들여왔고, 바알을 위한 신전을 세우는 등 야훼 신앙을 저버리는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1열왕 16,29-34 참조). 이에 하느님께서는 아합 임금에게 분노하시어 그에 대한 벌로써 가뭄을 내리셨고, 오늘 독서는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온 나라가 가뭄이 들어 물이 마르자 백성들은 마실 물과 음식을 모두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때 엘리야 예언자는 사렙타에 사는 한 과부를 찾아가 마실 물과 빵 한 조각을 청합니다. 그 과부는 먹을 것이 없어 마지막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죽으려 했으나, ‘두려워하지 말고 음식을 만들어 오라.’는 엘리야의 말을 믿고,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줍니다(1열왕 17,13-15 참조). 이후 엘리야의 말대로, 그 여인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밀가루와 기름이 풍족해지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이 과부의 이야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한 가지는, 과부가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엘리야에게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마실 한 모금의 물도, 한입 베어 물 작은 빵조각 하나도 모자란 상황이지만, 하느님에 대한 믿음 안에서 하느님의 사람에게 그 작은 것은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마도 그녀의 마음에서 그 어떤 부유한 이의 나눔보다 귀하고 풍성한 마음을 보셨을 것입니다.\오늘 복음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사람들이 헌금함에 예물을 봉헌하는 모습을 보십니다. 부자부터 가난한 사람까지 많은 이들이 예물을 봉헌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큰돈을 넣는 부자의 모습이 아닌,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렙톤 두 닢을 봉헌하는 모습을 보시고 말씀하십니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 12,43-44 참조)

렙톤 두 닢은 당시 남성의 하루 일당이었다고 하니, 오늘날 일용직의 기준으로 약 15만 원 정도입니다. 물론 이 금액은 작은 돈이 아닙니다. 그러나 당시 사회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과부에게는 이 금액이 정말로 가진 것의 전부였을 것입니다. 과부는 그것을 하느님의 제단에 정성된 마음으로 봉헌한 것이지요. 성경은 무슨 사연이 그 과부를 제단으로 이끌었는지 밝히지 않지만, 마르코 복음사가가 보기에,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하느님 앞에 나와 봉헌하고자 마음먹었다면,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입니다.

제1독서에 나왔던 사렙타의 과부와 복음에 언급된 가난한 과부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 살아가면서도 하느님을 위해 어떻게 자신이 가진 것을 정성스레 나눌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아마도 자기 손에 있는 물질적인 것을 ‘나의 것’이 아닌, ‘하느님이 나에게 허락하신 것’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크건 작건, 나에게 허락된 것에 감사하며 하느님께 그 마음을 진실하게 봉헌할 때, 그 어떤 화려한 것보다도 하느님에게는 가장 귀하고 값진 예물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통해 우리는 또한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일 복음: 마르 12,41-44.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로마에서 성서 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평화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참된 평화를 전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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