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주일 복음 묵상

성경 이야기

연중 제31주일 복음 묵상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마르 12,34)

2024. 11. 28
읽음 63

구약 성경의 토라 중 한 권인 신명기는 ‘모세가 백성들에게 전해 주는 율법’이 중심 내용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그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을 전해 줍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어떠한 관계를 이루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신명 6,5-6)

이집트의 오랜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신 하느님을 체험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세의 이러한 가르침은 중요한 삶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광야에서 고생했던 시간, 고통과 두려움에서 구원받고자 했던 그 간절한 마음을 기억하고, 결국 그것을 이루어 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롯이 그분을 사랑해야 함을 대대로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살아가던 당시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의 가르침은 놀라운 말씀이었을 것입니다. 율법 학자가 물어봅니다.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마르 12,28) 

 

그는 당연히 ‘온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라는 대답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말씀하셨습니다(마르 12,29-30 참조).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에 덧붙여 한 가지를 더 말씀하십니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1ㄱ)

 

사실 예수님의 이 두 번째 말씀은 레위기에 있는 내용입니다. 레위기 또한 신명기와 마찬가지로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야훼에게서 받은 율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레위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는 동포에게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

따라서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계명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웃 사랑이 하느님의 사랑과 동등하게 중요한 계명으로 강조되기 때문입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31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바라보고 기도하며 구원받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했던 당시 종교 지도자들과는 달리,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만이 아닌 주변 이웃에게도 향하도록 가르치고 이끄셨습니다. 예수님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셨고(“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마르 6,34), 오늘 복음에서 이웃 사랑의 의미를 하느님 사랑에 버금가는 것으로 말씀하심으로써, 하느님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도 사랑하고, 나아가 이웃도 사랑해야 함을 가르치십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결됩니다.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며,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도 소홀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진정으로 이웃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그 모든 것을 허락하신 하느님도 사랑할 것이고, 하느님이 빚어 만들어 주신 나 자신도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사랑의 이중 계명의 가치를 깨달은 율법 학자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마르 12,34)

 

우리도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우리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예수님께서 초대하시는 하느님 나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주일 복음: 마르 12,28-34.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로마에서 성서 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평화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참된 평화를 전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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