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일 묵상 |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성경 이야기

연중 제18주일 묵상 |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탐욕, 이미 많이 가졌음에도 더 가지려 하는 것

2025. 0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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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보면 홈쇼핑 광고가 나옵니다. 제품을 소개하는 다양한 홍보 멘트가 연이어 들려옵니다. 그 말들에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새 화면 하단에 마감까지 몇 분 남았습니다!”라는 자막이 지나갑니다.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이것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진행자가 말합니다. “이 제품을 다시는 이 가격에 만나실 수 없습니다.” 결국 수화기를 들어 결제를 마치고는, ‘잘했어. 잘했어.’라며 스스로를 달래 줍니다. 그런데 홈쇼핑에서 방금 산 제품은 집 안 어딘가에 있던 것과 비슷한 물건입니다. 결국 홈쇼핑에서 들리는 달콤한 말에 오늘도 넘어간 것입니다.

 

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일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카 12,15)라고 말씀하십니다.

 

탐욕을 뜻하는 그리스어 πλεονέκτης(pleonektes)가득한’, ‘많은이라는 형용사와 가지다라는 동사가 합성된 단어입니다. , 이미 많이 가졌음에도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을 탐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탐욕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탐욕은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고, 더 가지려는 마음을 부추깁니다. 이런 욕망 속에서 또 다른 죄들이 양산됩니다. 시기, 질투, 증오, 비방, 중상모략을 낳을 낳고, 타인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게 하며, 타인의 성공을 불편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결국 탐욕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들을 보지 못하게 하고, 나를 비참한 길로 이끕니다. 분명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고유한 보석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탐욕은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게 만들어 내가 가진 보석을 보석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사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따라다니다가 믿음에서 멀어져 방황하고 많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1티모 6,10)

 

탐욕은 우리의 가치 체계를 무너뜨립니다. 돈은 본래 행복을 위한 수단이지만, 탐욕은 돈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 결과 사람은 돈에 지배당하고, 돈의 노예가 된 이들은 하느님을 경배하기보다 자신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고 여기는 존재를 섬깁니다. 그 결과 우상 숭배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안에 있는 현세적인 것들, 곧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우상 숭배입니다.”(콜로 3,5)

 

우상 숭배에 빠져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이들은 사람마저 수단으로 인식하여 착취를 정당화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탐욕으로 인해 삶의 모든 기준이 흐려져 사랑과 정의, 공동체 같은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가치들을 소홀히 하거나 잊고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 속 부유한 사람도 본질적인 가치들은 잊은 채, 자신에게 쌓인 재물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그에게 이웃과 하느님, 사랑, 공동체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더 큰 곳간을 지어 많이 쌓는 일에만 몰두합니다. 모든 관심은 자기 자신과 재산, 먹고 마시며 즐기는 삶에만 쏠려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갑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루카 12,20)

 

결국 그가 쌓아 놓은 재물은 죽음 앞에서 다른 이들의 소유가 될 뿐이며, 그는 허무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의 진정한 행복은 재물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죽음은 우리가 소유한 모든 것들을 부질없게 만들고, 더 많이 가질수록 죽음 앞에서 더 큰 두려움과 허무함만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가진 것을 나누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이는 많은 사람의 위로와 격려 속에서 죽음을 평화롭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탐욕을 경계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했듯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1티모 6,10)”이기 때문에, 돈이 아니라 사랑, 이웃, 공동체,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 앞에서 진정으로 부유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때 죽음은 두려움이 아닌, 하느님을 드디어 만나 뵙게 된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성서신학을 전공했고,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신부로 활동 중입니다. "인간의 지식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에페 3,19)라는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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