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신앙인으로 이끌어 주는, 《함께 기도하는 밤》

가톨릭 예술

성숙한 신앙인으로 이끌어 주는, 《함께 기도하는 밤》

혼자 읽기에도 좋지만, 함께 읽고 나눔을 하기에도 좋은 책

2025. 04. 24
읽음 158

 

+찬미 예수님.

 

많은 분이 온라인에서 신앙의 맛을 찾곤 합니다.

저 역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많은 신앙 콘텐츠를 제공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해왔습니다. 익명 혹은 느슨한 연대로 연결된 관계는 본당에서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신부님께 물어볼 수 없던 내용을 조금 더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것이죠.

 

주기적으로 질문을 받다 보면 의아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삼위일체에 대해서’,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에 대해서’, ‘성만찬의 의미에 대해서와 같은 신앙의 본질에 관한 질문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죠. 오히려 미사에 지각한 사람도 성체를 모실 수 있는지, 성수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미사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지, 성체를 씹어 먹어도 되는지와 같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내용을 더 궁금해했습니다.

 

실제 삶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궁금해하면 다행입니다.

하느님이 안 계신 것 같은데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천국이 없다면 다 소용이 없지 않으냐?’, ‘하느님 믿는다고 힘든 내 상황이 좋아지지도 않는데 왜 믿어야 하냐?’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정말 답답해지곤 합니다. ‘나를 공격하려는 건가?’ 혹은 자기 삶이 힘든 이유를 신의 불합리함에서 찾으려고 하는 걸까?’ 온라인에서 받은 질문이라 생각할 시간을 얻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신앙은 앎을 통해 체험을 성찰하면서 성장합니다.

하지만 알아야 할 내용이 실생활에 와닿지 않으니,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하는 실수를 합니다. 행동에만 집중하면 그 의미를 놓치고 작은 규칙 하나하나에 매달려 마음이 완고해지기 쉽습니다. 자칫 교만해지거나 남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심판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실수는 자기 신앙을 위태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믿지 않는 이들 눈에는 이상한 신앙생활로 보일 것이고, 형제나 자매나 자녀들에게는 종교라는 이름의 강요가 될지도 모릅니다. 자연히 가족 안에서 믿음을 저버리거나, 잠시 쉬는 분들을 교회로 다시 이끌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신앙의 의미를 전해 줄 수 있을까?

신앙에서 앎은 믿음의 기반을 튼튼하게 해 주고, 삶은 앎을 풍성하게 만들며 신앙의 내공을 높여 줍니다. 그래서 신앙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하는 저에게 은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신자들에게 생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 용어로 신앙을 이야기하다 보면 사람들은 머리 아프다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설 것입니다. 신자라면 교회의 가르침이 담긴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한 권은 집에 두고 살펴야 하지만, 내용을 간추린 《예비자 교리서》도 가까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일터와 배움터 그리고 집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은 답을 찾고 싶어도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가족 중에 누군가 신앙에 관해 물어보면, 쉽게 답을 해 줄 수 있는, 이미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도 거부감 없이 나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우리에게는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잡고 교리와 삶을 연결해 주는 책이 필요합니다.

 

이영제 신부님의 《함께 기도하는 밤》을 권합니다.

교리 공부라고 하면 따분하고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로 인식하는 현장에서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교회의 가르침을 연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여 하느님을 저 멀리에 계신 분으로 느껴지지 않게 합니다. 또 단죄하는 듯한 단어를 사용하여 심판자이심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 안에서 언제나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이어 줍니다. 그리고 일상을 성찰하며 교리 내용을 삶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삶은 신앙을 키워 나가는 출발점이다.

하느님께서 전해 주신 놀라운 보물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열쇠가 됩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삶을 성찰하는 가운데

예수님께서는 복음의 빛으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함께 기도하는 밤》 중에서-

 

신앙생활은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그분의 뜻을 깨달아 그분을 닮아가는 삶입니다.

단순히 마음의 평화나 감정적 기쁨이나 위안을 찾는 삶이 아닙니다. ‘이 많아도 삶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그저 문자 속에 갇혀 사는 꼴이고, 앎이 없는 삶은 언제든 방향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이라면 예비자 교리 때 배운 내용을 삶과 연결 지을 기회가 될 것이고 신앙생활을 오래 하신 분은 신앙생활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막연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좋은 책이죠.

 

물론 너무 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의 책들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서 길을 찾고 싶다면 《교부들의 신앙》을 추천합니다. 만약 신앙생활을 할수록 질문들이 늘어난다면, 특히 하느님의 존재 여부나 악의 문제, 기도에 대한 응답이나 돈과 신앙과의 관계, 또 성의 문제나 인공 지능 시대에서의 신앙에 대한 주제로 궁금증이 커진다면 《그런 하느님은 원래 없다》를 추천합니다.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을 배우고 싶다면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를 추천합니다.

 

그럼에도 《함께 기도하는 밤》을 가장 먼저 권하는 이유는 혼자 읽기에도 좋지만, 함께 읽고 나눔을 하기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자기 삶을 돌아보며 하느님의 손길을 찾고, 나눔을 통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공동체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더욱 풍부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을 성찰함으로써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무엇이든 기본이 중요하다고 하죠.

이번 기회에 교회의 가르침을 되돌아보고 삶으로 연결해서 함께 성장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요?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교의신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공동체 기도 사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가톨릭 신앙의 보화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배우며,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의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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