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수님의 모든 제자는 스승을 배신하였습니다.”

성경 이야기

“사실 예수님의 모든 제자는 스승을 배신하였습니다.”

2025년 5월 18일 부활 제5주일

2025.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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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배신과 베드로의 배신

유다는 예수님을 배신했습니다. 복음서들은 모두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마태오 복음서와 마르코 복음서는 그가 돈 때문에 예수님을 팔았다고 합니다(마태 26,15; 마르 14,11). 루카와 요한 복음서는 사탄이 그에게 들어가 스승을 배신하였다고 합니다(루카 22,3; 요한 13,27).

 

유다 이스카리옷은 오랜 시간 동안 예수님의 반대 자리에 있었습니다. 교회의 역사 속에서 그는 마치 악의 화신처럼 취급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선함과 사랑을 거슬러 구세주를 죽이는 일에 앞장선 악인으로 낙인찍혔습니다.

 

그럼 유다 이스카리옷만이 예수님을 배신한 것입니까? 돈 때문에, 악한 동기로 주님을 배신하여 죽게 한 일은 그 한 사람만이 저지른 잘못입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한자리에 앉으십니다. 교회는 이 복음 말씀으로 십자가 고통이 있기 전에 가졌던 예수님과 제자들의 파스카 만찬 자리를 다시 떠올리도록 이끕니다. 그 만찬 자리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영광을 말씀하십니다. 서로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요한 복음서는 바로 그 직전에 예수님께서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신을 이야기하셨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빵을 적셔 유다에게 주었고, 그 이후 그에게 사탄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빵을 적셔서 나누는 것은 함께 밥을 먹는 이들이 늘 하는 유다의 식사 풍습이었습니다. 시편 41편의 시인은 마치 이 상황을 알았다는 듯이 이렇게 노래합니다.

 

제가 믿어 온 친한 벗마저, 제 빵을 먹던 그마저 발꿈치를 치켜들며 저에게 대듭니다.”(시편 41,10)

 

사실 예수님의 모든 제자는 스승을 배신하였습니다. 적극적으로 배신한 사람은 유다 한 명이었지만, 그 식사 자리에서 예수님과 함께 빵을 나눈 제자들은 소극적으로 또는 침묵으로 그분을 배신하였습니다. 스승과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제자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베드로에게 건네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 제자들의 배신을 암시합니다. 예수님은 첫 제자에게 닭이 울기 전에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성서 언어에 맞게 옮기자면 세 번이나 나를 부정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에게 건네시는 이 말씀은 베드로로 대표되는 모든 제자가 당신을 부인하게 될 것이라는 예고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알다시피 예수님의 십자가 옆에는 그분의 제자들이 아니라, 낯모르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부활이 자신들에게 올 때까지, 낯선 방의 어둠 속에서 문을 닫아걸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요한 20,19 참조).

 

물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혼자서 그 십자가를 감당하셔야만 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 짐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며 오롯이 당신 혼자서 감당하셔야만 하는 몫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2독서의 요한 묵시록이 전하듯이, 예수님께서는 의미 없는 처참한 죽음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을이루셔야만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또 고백해야 합니다. 주님을 팔아넘긴 이는 유다 이스카리옷이겠지만, 그분을 반복하여 모른다고 하는 이는 입니다. 나도 주님을 배신했다는 것을 용기 있게 말해야 합니다. 돈과 사탄에 넘어간 유다처럼, 내가 세상의 화려함과 욕심, 두려움 때문에 주님을 외면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활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거기서부터 사랑할 수 있습니다. 새 하늘 밑과 새 땅 위에서 주님의 제자로서 사랑을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여 제자답기 때문이 아니라, 배신과 두려움에도 나를 향한 주님의 자비 덕분에 사랑을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부활을 통해 알아들은 사랑은 바로 이런 사랑입니다. 제자 된 우리들이 나눌 사랑은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스승이 보이신 그 사랑입니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로마 교황청립 성서 대학에서 성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라는 말씀을 사제 생활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실현하고자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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