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상징, 빛과 어둠, 낮과 밤

성경 이야기

두 가지 상징, 빛과 어둠, 낮과 밤

그가 그분을 만난 뒤로 - 니코데모 이야기(2)

우리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단서는 그가 찾아온 시간인 이다. 그는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다(요한 3,2). 학자들은 이 시간적 배경에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은 우선 고요하기에 명상과 깨달음의 시간이라는 해석, 타인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니코데모가 이 시간을 선택했다는 해석, 아니면 니코데모의 영적, 심리적 상태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는 해석 등 다양하다.

 

이에 관해 우리가 생각해 볼 만한 점은 바로 요한 복음서에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어둠’, ‘이라는 두 상징이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5)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우리는 낮 동안에 해야 한다. 이제 밤이 올 터인데 그때에는 아무도 일하지 못한다.”(요한 9,4)

 

예수 그리스도는 빛이시며, 그분은 어둠에 가득 찬 이 세상을 구하러 오신 분이다. 그분에게 가까이 가는 이는 빛을 향하는 이고, 그분과 멀어지는 이는 어둠 안에 머무른다는 것은 명백한 요한 복음서의 중심 메시지다. 요한 복음서에서 빛이 없는 이 밤은 과연 어떤 밤인가? 유다가 예수님을 배반하기로 마음먹고 밖으로 나갔던 그 시간이다.

 

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요한 13,3)

 

니코데모는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다. 중요한 것은 이 예수님과의 첫 대면 이후, 나머지 두 번의 등장에서 니코데모는 더 이상 밤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7,50-52; 19,38-42). 이것은 적어도 빛과 어둠을 그토록 강조하는 요한 복음서 안에서는 그의 영적 상태가 예수님을 만난 이후에 변화가 있었다는 신호다. 유다는 처음에 낮에 등장하여(12,3-8 참조) 밤에 퇴장하였으나, 니코데모는 그 반대로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중요한 힌트는 바로 이 대화 말미에 나타난 예수님의 말씀에서 드러난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요한 3,20-21)

 

이 말씀은 바로 빛이신 예수님을 처음으로 대면한 니코데모에게 주어진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제는 이 글을 읽는 우리에게 주신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혼자 당신을 찾아온 니코데모에게 너희라는 표현을 사용하신다.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고 내가 말하였다고 놀라지 마라.”(요한 3,7)

 

위로부터 태어남, 곧 하느님 안에서 새로 태어나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니코데모의 영적 상태가 아직 충분한 빛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있음은 그가 예수님께 건넨 첫마디에서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이 하느님에게서 오신 스승이심을 알고 있습니다.”(요한 3,2)

 

저희는 바로 그가 속한 공동체인 최고 의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니코데모의 말대로라면 이 공동체는 예수님을 그만큼 존중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흥미롭게도 이 말은 이후에 니코데모가 등장할 최고 의회 의원들과의 대화와 정면으로 대치되고 있다.

 

최고 의회 의원들이나 바리사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그를 믿더냐? 율법을 모르는 저 군중은 저주받은 자들이다.”(요한 7,48-49)

 

니코데모는 분명 혼자 예수님을 찾아왔다. 그럼에도 그는 저희는예수님을 하느님에게서 오신 스승이심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마도 니코데모가 비록 예수님에게 이끌려 그분을 찾아왔지만 아직은 동료들 안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일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속한 집단 안에서 익명의 이름으로 보호받고 싶어 한다. 언제나 주목받길 원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일 앞에선 집단 안에 속한 익명의 1(one of them)으로 남길 원한다. 아직 니코데모에게는 예수님을 적극적으로 따라가기 위한 변화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어지는 예수님과 니코데모의 대화는 니코데모의 질문과 이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니코데모:스승님, 저희는 스승님이 하느님에게서 오신 스승이심을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으면, 당신께서 일으키시는 그러한 표징들을 아무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답변: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니코데모: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

예수님의 답변: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니코데모:그런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

예수님의 답변: 너는 이스라엘의 스승이면서 그런 것도 모르느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말하고 본 것을 증언한다. 그러나 너희는 우리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Profile
인천교구 사제. 현재 로마에서 성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담긴 메시지를 연구하는 것이 제 주된 일이지만, 그것을 넘어 교회 안에는 세속에서 찾을 수 없는 사랑과 배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가능한,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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