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림 제1주일입니다. 전례력으로 한 해가 시작하는 날입니다. 새로 시작된다는 것, 이전의 오래된 것들은 시간의 뒤편으로 물러나고 새날이 시작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다시 새로운 해를 약속하는 새로운 달력 앞에서 미리 새로움을 기다리는 교회의 대림이 귀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오늘, 교회는 예수님의 다시 오심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매 미사 때 주님의 기도를 마치며 사제의 입을 통해 바치는 그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해 독서와 복음을 통해서 생각하게 하지요.
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 다시 오심이 ‘공정과 정의’를 이루게 될 것이라 합니다.
2독서의 바오로 사도는 다시 오실 예수님 앞에서 교회 공동체의 성도들 모두가 그분 앞에 거룩하게 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복음의 예수님께서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실 때에, 당신께서 다시 오실 그날에 그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신앙으로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을 알고 있고,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혼란한 세상에 모든 것을 바로잡아 주실 주님이 오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도 듭니다. 왜 주님께서는 오시지 않는 것일까? 이 복음의 약속을 한 지 이미 2000년 넘게 흘렀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같은 고민을 가진 수도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약속하신 대로 오시지 않는지 오랜 시간 동안 기도하며 주님께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주님께서는 한밤의 꿈처럼 나타나 해답을 주셨습니다.
“나는 이미 세상에 복된 마지막 날을 위해 갔었단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갔었지. 굶주린 아이의 모습으로, 종교가 다른 이교도의 모습으로, 모든 것을 잃은 노숙자로, 불치병에 걸린 외로운 노인의 얼굴로 여러 차례 나의 땅을 방문했었지. 구름과 권능과 영광은 없었지만 처음 내가 세상에 갔을 때처럼 조용히 방문했었단다.”
이 응답을 들은 수도자는 기도의 내용을 바꾸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왕을 진심으로 깨어 기다리기를, 그들의 마음을 열어 주시기를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주님께서 왜 오시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은 바뀌어야 합니다. ‘왜 오시지 않는가’가 아니라, ‘나는 주님께서 다시 오시기를 바라는가?’라고 물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어 ‘공정과 정의’를 세우실 때에 그분 곁에 내가 과연 서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은 주님의 재림을 받아들이기에 나를 중심으로 너무나 꽉 차 있습니다.
무질서함과 일상의 근심이 주님의 다시 오심을 못 알아보게 할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최대한 늦게 오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나도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뤄 온 공정과 정의, 자비와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는 두 번의 전쟁이 세계를 뒤흔들던 때에 교회 밖에서 하느님을 기다리기를 자처합니다. 고통받는 노동자들 옆과 가난하고 지친 아이들 곁에서, 스스로를 절망으로 몰아세운 여인들 뒤에서 하느님의 자리를 찾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세례받기를 권하는 신부에게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합니다.
“다만 이제 제 마음은 제단 위의 거룩한 성사로 영원히 넘어갔습니다. 제 바람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가 사랑하고 결코 놓아 버릴 수 없는 것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지 않는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많은 것이 교회 밖에 있습니다. 저는 늘 바로 이 지점에, 교회의 문턱에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머물러 있습니다.”(신을 기다리며, 시몬 베유, 2015년)
세상의 고통 앞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시몬 베유는 교회 밖에서, 아니 교회의 문 앞에 서서 오시는 주님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기다림도 이렇기를 바랍니다. 나의 믿음이 이미 오신 주님을 세상에서 찾기를 원합니다.
대림 제1주일인 오늘, 당신의 다시 오심을 늦추시고 인내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립시다. 시작하는 이 한 해에는 공정과 정의가 용서와 사랑이 좀 더 나의 삶에 자리하기를 바랍시다. 그래서 고통받는 이웃의 모습으로 당신의 다시 오심을 준비하시는 주님께 우리도 응답합시다. 아멘.
주일 복음: 루카 21,25-28.3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