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깨달음

성경 이야기

“나는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깨달음

2025년 5월 25일 부활 제6주일

2025. 0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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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쉰다는 것

살아 있는 우리는 숨을 쉽니다. 그래서 숨을 쉰다는 일은 중요합니다. 우리 삶의 질과 관련 있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생명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숨을 쉬지 않는 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합니다. 성서의 시작인 창세기는 숨 쉬는 것의 의미를 신앙의 눈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이 생명의 은 히브리어로 네페쉬 נפש 라는 단어입니다. 원래 이 말은 신체의 한 부분, 들숨과 날숨이 오고 가는 목젖, 목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다 그 의미가 점점 확장되어서 생명을 뜻하게 됩니다.

 

인간 생명의 시작이 하느님께서 불어넣어 주신 숨으로 시작되었다는 창세기의 신앙 고백은 우리 생명의 근원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내 손에 있는 것이 처음부터 내 것이라 여기는 현대인의 오만을 좌절시키십니다.

 

생명과 죽음도 자신의 손아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에게, 그 생명의 시작이 어디인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이 행위의 시작이, 그 처음의 들숨이 바로 하느님께 있다고 고백합니다.

 

이 해석을 받아들이는 우리는 겸손해집니다. 성서는 우리의 시작과 끝이 나 자신이 아닌 하느님께 달려 있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맨 처음 그때, 흙으로 빚어져 흙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아담이라는 태초의 사람에게, 흙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게 생명을 선사하셨다고 성경은 아름답게 고백합니다.

 

다시 숨이라는 단어로 돌아가서, 이 말은 신약 성경에서 다른 말로 확장됩니다. 바로 입니다. 정확하게는 보호자, 변호자, 거룩한 영과 같은 말들로 그 의미가 확장됩니다. 이 여러 표현을 우리가 잘 아는 단어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바로 성령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보호자 성령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16)

 

이 말씀은 무슨 의미입니까? 마치 처음 그때에 아무것도 아닌 인간에게 당신의 숨을 불어넣으신 하느님께서 이제는 그 숨을 우리에게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마치 숨을 들이시고 내쉬듯이 그렇게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약속입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계속해서 그 창조를 이어 가시겠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본 창세기의 구절이 사람의 신세를 깨닫게 해 우리를 겸손하게 했다면, 오늘 예수님의 말씀, 내 시작이신 주님께서 나와 함께하시겠다는 약속은 당연히 우리에게 큰 위로와 기쁨이 됩니다.

 

그분께서 너희와 함께 머무르시고 너희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요한 14,17)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진정한 위로와 기쁨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 주십니다.

 

이 기쁨은 돈이 잘 벌려서, 내 명예가 높아져서, 내 집값이 올라가서 생기는 기쁨이 아닙니다. 먼지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는 그런 기쁨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하심을 알아차리는 근원적인 환희이며, 충만한 기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우리 존재의 시작과 마침을 마주하는 기쁨을 알려 주십니다.

 

! 나는 하느님의 사람이구나. 내 안에, 나와 함께 성령께서 함께하시는구나!’라는 이 깨달음을 얻도록 이끄십니다.

 

이렇게 깨달은 기쁨은 자연스레 나의 시선을 공동체로 향하게 합니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하시며, 생명을 계속하게 하시는 분인 것처럼 지금 내 앞에 있는 저 사람과도 함께하시는 분임을 알게 합니다. 저 힘 없고 약한 사람, 소외받고 가난하며 고통 중에 있는 저 사람도 하느님에게서 온 사람이라고 나를 흔듭니다.

 

창조주 앞에 우리 모두가 그분의 숨을 부여받은 피조물 공동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그중에서도 믿는 우리는 구체적으로 성령을 모시고 있는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로마 교황청립 성서 대학에서 성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라는 말씀을 사제 생활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실현하고자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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