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

성경 이야기

“나는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

2026년 2월 15일 | 연중 제6주일

2026. 02. 14
읽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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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법은 지키는 규칙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을 살아 내는 방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글자가 아니라 그 정신을 완성하러 오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옳음과 지혜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오늘 복음은 나라가 어수선해서 광화문에 함께 모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날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성직자와 수도자,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이 경찰과 대치하면서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들이 강제 진압을 하기 시작했고 남녀노소 가르지 않고 경찰차에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부조리에 맞서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을 쳐야 하는가. 저는 갈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의 강제 진압은 보는 것만으로도 무섭고 두려웠지만, 다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 위안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 있던 신부님 한 분이 갑자기 크게 외치셨습니다.

 

지금이에요. 지금 얼른 이 자리를 피하세요. 도망치세요!”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이지 싶었습니다. “지금이에요 더 열심히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도 아니고 도망치라니……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과 무서움에 당당함은 그대로 두고, 그 자리를 피해 도망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날 밤은 비굴했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망으로 가득 찼습니다.

 

다음 날 오전, 저는 어제 도망치라고 외치셨던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왜 도망치라고 했는지 꼭 따져 묻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이세 신부님, 우리는 내일 또 싸워야 해요. 세상을 바꾸는 노력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잖아요. 무모하게 싸우지 말고 지혜롭게 길게 싸워야 해요.”

 

저의 질문을 진지하게 경청하신 신부님의 답변은 저의 부끄러움과 실망에 물꼬를 틔워 주셨습니다. 더 나아가 없던 용기가,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긴 싸움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마태 5,17)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 율법을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바라시는 방법으로 해석하시고 실천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정신을 완성하시러 오셨습니다.

 

유다인들 역시 율법서의 내용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실천하지만, 예수님의 방식은 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예수님의 모습은 율법 학자들이 보기에 정통성을 어기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율법의 정신을 어지럽힌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계명의 완성을 누구보다도 원하셨던 예수님께서는 그 본질에 벗어남 없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그 일을 묵묵하게 해내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하느님 사랑의 실천 방법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너희는 말할 때에 .’ 할 것은 .’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마태 5,37)

 


 

🙏 오늘의 묵상 포인트

오늘 복음이 말하는 율법의 완성은 규칙을 지키는 태도일까요, 사람을 살리는 태도일까요?

 


 

 

Profile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사제. 미디어 사도직 위원회 위원장를 맡고 있습니다. 사진기로 하느님을 담고, 영상으로 하느님을 전하며, 글로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는 수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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