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희망은 누구?

WYD2027

교회의 희망은 누구?

“여러분은 모든 이에게 계속해서 희망을 전해 주어야 합니다.”

2025. 0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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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각 729일 저녁. 전 세계에서 모인 가톨릭 청년들이 로마에서 거행되는 젊은이들의 희년개막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로마 바티칸 대성전 앞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서 갑작스레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58일 교황으로 새롭게 선출되신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오픈카를 타고 나타나신 것이었다. 인자한 미소로 젊은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손을 흔드시는 교황님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각 나라의 국기를 흔들며 교황님을 향해 환호하였다.

 

“Buona sera. Buenas tardes. Good evening.”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그리고 영어로 저녁 인사를 나누신 교황님께서는 환호하는 젊은이들을 향해 다음과 같은 말씀을 전하셨다.

 

오늘 여러분의 목소리, 여러분의 열정, 그리고 여러분의 외침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것입니다. …… 오늘, 이 며칠 동안의 여정, 곧 희망의 희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은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이 메시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이에게 계속해서 희망을 전해 주어야 합니다.”

 

레오 14세 교황님 역시 전임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셨던 것처럼, 젊은이들이 희망의 선교사가 되도록 격려하셨다.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희망이 필요하다. 너무나 간절하게.

 


 

그리스도의 희망, 우리 삶의 나침반

 

종교적, 정치적인 이유로, 또 국가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경제적인 이유로 군사적 폭력을 일삼고, 이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헤매고 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온갖 형태의 폭력에 노출되어 좌절과 절망 속에 묻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게는 일상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쏟아내는 비상식적인 분노와 비난들, 크게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위정자들과 국가의 주요한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는 기업들의 어긋난 판단과 비양심적인 행동들. 그 앞에서 청년들은 살아간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추구하려는 한 줌의 힘마저 빼앗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시는 희망은 우리가, 우리 청년들이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 주는 나침반이다. 또한 희망을 향해 용기 있게 걸어가도록 도와주는 영적인 힘의 원천이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이 왜 교황님의 말씀에 그토록 가슴 벅차하며 환한 미소를 짓는지 알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영적인 길잡이가 필요하다. 현실의 고통 속에서 단순히 함께 아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을 내밀어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우리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걸어가자. 하느님께서, 또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이 사실을 굳게 믿고 함께 걸어가자. 내가 너를 위해, 젊은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할게.’라고 말해 주는 어른이.

 

그러나 그것이 헛된 것을 그럴듯하게 꾸며 사람들이 따르게 만드는 거짓 희망, 가짜 희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삶의 참된 의미와 궁극적인 희망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범을 보이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손을 내미는 초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교황님이 희년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전하신 말씀은 결코 젊은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같은 신앙 안에서 우리가 받은 신앙의 참된 가치를 증거해야 하는 기성세대들, 나아가 모든 이에게 던지신 말씀인 셈이다. 우리 모두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로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

 

나는 조직위원회 사무국의 업무로 인해 안타깝게도 희년 행사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SNS를 통해 우리 멋진 한국 청년들이 미사와 세계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얼마나 뜻깊고 은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물론 누군가의 농담처럼 젊은이들의 희년이 아니라 소위 소매치기의 희년이 되어 핸드폰이나 개인 물품을 도난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진다. 또 공부만 하다가 이런 대규모 행사에 처음 참석한 이들이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사진과 영상 속 청년들의 해맑은 모습은 한국에 남은 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기에 충분하다.

 

레오 14세 교황님의 말씀처럼, 우리 청년들이 어떠한 것에도 굴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힘과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그렇게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자신이 받은 축복을 세상에 전하는 진정한 희망의 선교사가 되기를 기도한다. 아울러 우리 청년들이 삶 속에서 진정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우리도 그들을 위해 희망의 순례자,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기도한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5-39)

 

사진 ⓒ Vatican News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프랑스에서 교리 교육 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WYD 법인 사무국 및 기획 사무국 국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신자들이 신앙을 통해 하느님과 기쁘게 만나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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