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고 사랑이 넘치는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가톨릭 예술

겸손하고 사랑이 넘치는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성녀의 작은 길》을 번역한 이인섭 신부님을 만나다

2025. 01. 22
읽음 162

《성녀의 작은 길》 읽기

 

 1925년에 시성되고, 1997년에는 교회 학자로 선포된 소화 데레사 성녀. ‘작은 꽃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이 성녀만큼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성인은 없는 것 같다. 오늘날처럼 복잡한 시대에, 성녀는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으로 누구나 걸어갈 수 있는 작은 길을 보여 주며 단순하고 겸손한 삶의 방식을 강조했다. 이러한 성녀의 주요 메시지를 담은 책, 《성녀의 작은 길》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소화 데레사 성녀에 대해 궁금했던 이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진실한 사랑을 어떻게 드러내고, 주님께 충실한 모습으로 살아갈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얇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만큼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의 번역자, 이인섭 신부님과 만났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드디어 《성녀의 작은 길》이 출간되었습니다. 완성된 책을 보니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저도 사람이기에 번역 원고를 제출하면 언제쯤 책이 나올까, 표지는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기다리곤 합니다. 예수님을 기쁘게 기다렸던 소화 데레사 성녀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먼저 완성된 책의 표지 색상이 따스한 톤이라 좋았습니다. 마치 예수님 앞에서 수줍어하시는 성녀의 붉게 물든 얼굴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이 자리를 빌려 항상 수고해 주시는 편집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번역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책이 얇아도 소화 데레사 성녀의 말씀을 번역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작업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저는 로마에서 공부하고 있어 이탈리아어 번역을 주로 해 왔어요. 그래서 원서가 영어인 이 책의 번역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번역하기 어려운 구절은 이탈리아어판을 참고하며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성녀의 저서를 인터넷에서 전자책으로 구매했는데, 잘못된 책을 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 앞 서점에 가서 소화 데레사 성녀의 자서전 이탈리아어판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여의찮아,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교회사를 전공하는 후배 신부에게 도움을 요청해 책을 빌려 보기도 했어요. 도움을 준 사랑하는 후배 심건우 예로니모 신부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번역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티 없이 맑은 순수한 소녀와 같은 소화 데레사 성녀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이었어요. 때 묻은 제게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 일이었지만, 주님의 도우심이 함께였기에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소화 데레사 성녀를 사랑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성녀의 어떤 면을 더 주의 깊게 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은 소화 데레사 성녀의 자서전과 서간들 곳곳에서 작은 들풀처럼 소박하고 아이 같은 모습으로 주님 앞에 서야겠다는 성녀의 마음을 담은 글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성녀가 갖고 있던 미소함의 영성을 더욱 깊이 묵상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이르는 길은 성녀와 함께 걷는 작은 길입니다. 그토록 거룩한 삶을 사셨던 성녀께서, 당신 자신을 작은 풀꽃으로 비유하시며, 죄 많은 저에게도 이 길을 열어 주셨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고,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작업에서 소화 데레사 성녀의 메시지 중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독자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문장을 소개해 주세요.

그분께서는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닌, 우리의 미소한 덕행에서 생겨나는 열매를 조용히 음미하시길 원하십니다. 그것이 그분을 기쁘게 해 드립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습니다. 비록 우리가 위대한 성인들처럼 영웅적인 삶을 살기는 어려울지라도,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이웃에게 소소한 배려와 사랑을 베푸는 일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린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2025, 한국의 독자들과 가톨릭 신자들이 소화 데레사 성녀의 글을 다시 읽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성녀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가르침 중 특히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운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양보하기, 어른에게 예의 갖추기, 친구들과 다투지 않기 같은 기본적인 가치들이죠. 그러나 지금 세상은 유치원 때 배운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매우 어수선합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의 가르침은 더욱 거대해지고, 큰 야심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상대방을 용서할 줄 모르고, 힘과 권력으로 세상을 평정하게 부추기는 이 세대,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의 말씀이 담긴 이번 책을 읽은 독자들이 또 어떤 책을 읽어 보면 좋을까요? 추천 부탁드려요.

저는 신학생 시절에 《소화 데레사의 삶과 사랑》이라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따스한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리고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한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도 가톨릭 고전으로 아주 훌륭한 작품입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꼭 읽어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소화 데레사 성녀의 말씀을 처음 접할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많은 분이 가톨릭 교회가 너무 딱딱하고 엄숙하며 보수적인 분위기라고 느끼기 쉬워요. 그런데 저는 주님께서 마치 퇴근한 뒤 우리를 꼭 껴안아 주시는 아버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마치고 아이를 보러 귀가하는 아버지는 집에서 아이가 특별한 무엇인가를 준비하기를 기대할까요? 그저 달려와 껴안아 주기를 바랄 거예요. 이 책은 우리가 엄숙한 신앙생활 가운데 놓치기 쉬운 따스한 아버지, 주님의 모습을 일깨워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번역하고 싶은 다른 작품이 있으신가요? 신부님의 새해 계획도 궁금합니다.

새해에는 지금 진행하는 박사학위 논문 작성에 더욱 힘써야 할 것 같고, 외국어를 몇 가지 더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이탈리아에는 좋은 복음서 묵상집이 많은데요. 두께가 만만치 않아 두렵지만, 언젠가 인노첸조 가르가뇨(Innocenzo Gargano)라는 분이 쓴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라는 네 복음서 묵상집 시리즈를 번역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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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삶의 영감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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