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 승리하신 주님

영성과 신심

거룩한 밤, 승리하신 주님

부활을 맞이하며 읽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

2024. 11. 27
읽음 75

0

0

 

부활하신 주님은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말씀으로 우리에게 힘을 주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천 년 동안 주님의 수난이 반복되지만, 언제나 그 죽음과 상처를 딛고 승리를 선언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가 깊이 묵상하도록 이끌어 준다.

 


 

그러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졌다. 무덤이 열리고 …… 

백인대장과 또 그와 함께 예수님을 지키던 이들이

지진과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몹시 두려워하며,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하고 말하였다.”

(마태 27,51-54)

 

지진이 일어나고 하늘과 땅이 흔들리는 것으로 예수님의 삶이 끝을 맺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큰 소리로 외치시고 나서 숨을 거두셨다.”(마태 27,50)

그러고는 시간이 없었으므로 임시로 그분의 장례를 지냅니다. 그다음에는 안식일의 침묵이 내립니다. 이 침묵은 육신과 영혼을 관통하고, 갈라진 마음의 고통스러운 틈새로 들어옵니다. 이제 안식일이 지나고 주간 첫날이 밝아 올 무렵 무덤으로 가던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는 또 한 번의 지진을 겪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무덤으로 다가가 돌을 옆으로 굴리고서는 그 위에 앉는 것이었다. 그의 모습은 번개 같고 옷은 눈처럼 희었다. 무덤을 경비하던 자들은 천사를 보고 두려워 떨다가 까무러쳤다.”(마태 28,2-4)

 

두 번의 지진, 땅과 하늘과 마음이 두 번 뒤흔들립니다. 두려움과 불안함! 첫 번째 지진은 죽음의 부르짖음을, 고통을 배경으로 승리하는 지옥의 비명을 상기시킵니다. 군인들의 소심한 신앙 고백, 예수님을 사랑하던 이들의 아픔, 영혼 깊은 곳에 감추어진 잔불처럼 시들한 희망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 잔불이 인내를 길러 주고 안식일이 지나고주님의 시신에 기름을 바르기 위하여 무덤으로 되돌아가는 사랑의 행위를 하게 합니다. 그때에 두 번째 지진이 일어납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움직임이지만, 개선凱旋의 표지입니다. 여자들은 놀라고, 천사는 복음의 핵심 문장을 선포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28,5)

 

천사는 말씀의 강생을 알리면서 마리아에게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루카 1,30) 예수님께서도 여러 차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영혼을 넓혀 주는 말씀, 확신을 갖게 하고 희망을 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무덤 가까이에서 여자들을 만나고 곧 다시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28,10)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말씀으로 예수님은 첫 번째 지진의 장면을 무너뜨리십니다. 그 지진은 자신이 승리했다고 여기는 교만의 외침이었습니다. 반면 예수님의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말씀은 참된 승리의 온유한 선포이고, 여러 세기를 거쳐 입에서 입으로, 믿음에서 믿음으로 전해질 선포입니다. 그리고 그날의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말씀은 부활하신 주님이 당신 제자들을 만나실 때마다 하실 인사이기도 합니다. 이 부드럽고 강한 인사로 예수님은 그들에게 약속에 대한 믿음을 되찾게 하시고, 그들을 굳세게 하십니다. 예수님의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말씀 안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한 바가 성취됩니다. 주님께서는 정녕 시온을 위로하시고 그 모든 폐허를 위로하신다. 그 광야를 에덴처럼, 그 황무지를 주님의 동산처럼 만드시니 그 안에는 기쁨과 즐거움이, 감사와 찬미 노랫소리가 깃들리라.”(이사 51,3)

 

오늘 이 온유하고 평온하고 참된 승리의 밤에 주님은 우리에게, 모든 그리스도인 백성에게 다시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여기에 있다. 나는 죽었었지만 지금은 살아 있다.” 2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진이 개선凱旋하는 순간마다, 당신 교회 안에서 당신의 수난이 반복되고 그 수난에서 부족한 부분이 완성됩니다.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방향을 잃은 모든 마음의 침묵에서 그 말씀을 하십니다. 혼란스러운 역사적 상황 안에서, 악의 세력이 백성들을 지배하고 죄의 구조를 건설할 때 그 말씀을 하십니다. 역사의 모든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인간의 모든 상처 안에서 그 말씀을 하십니다. 모든 개인적인, 그리고 역사적인 죽음 안에서 그 말씀을 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다. 내가 여기 있다.” 죽음이 승리를 노래하려 할 때마다 그분은 우리에게 당신의 최종적인 승리를 선언하십니다.

 

이 거룩한 밤에, 우리 모두 마음 안에서 침묵하고, 개인적, 문화적, 사회적인 지진 가운데에서, 자만과 교만, 오만함과 거만함에서 비롯된 지진 가운데에서, 우리 각자의 죄의 지진 가운데에서 돌아가셨고 지금은 살아 계신 주 예수님, “두려워하지 마라, 나다.”라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결심했으면 합니다. 자애롭고 굳세신 우리 어머니와 함께, 승리하시는 그분의 목소리에서 우리의 영혼이 위로와 힘과 애정을 받도록 내맡깁시다. 그분은 온유한 미소를 지으시며, 끝없이 되풀이하여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다.”

 


 

​* 이 콘텐츠는 《악마는 존재한다》 일부를 발췌하여 작성되었습니다.

 

Profile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삶의 영감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갑니다.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콘텐츠

시리즈12개의 아티클

바티칸에서 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