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말씀의 빛을 마주하다

가톨릭 예술

〈오 마이 갓〉, 말씀의 빛을 마주하다

〈오 마이 갓〉 연작 속 붉은 말과 흰말이 건네는 위로와 성찰

2026. 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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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미술은 가톨릭 교회의 전례와 신앙의 가치를 담아낸 유산입니다.
  • 〈오 마이 갓1〉은 붉은 말, 어린 양 내강이를 통해 고통을 직시하고 주님께 의탁하는 삶을 전합니다.
  • 〈오 마이 갓2〉은 절망 속에서도 늘 함께하시는 주님과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성미술이란 무엇일까?

 

성미술 담당실에서 근무하며 사람들을 만나거나 강의를 할 때면 많은 분에게 성미술이 무엇이냐고 질문하곤 한다. 그러면 대부분 우물쭈물하시거나 답을 못하신다. 성미술이라고 하면 흔히 회화나 조각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성미술이라는 표현보다는 천주교(가톨릭) 문화유산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십자가에서부터 성당, 제대, 십사처, 성인 유해, 성지 등 수많은 유산이 이에 속한다. 그 기준이 무엇일까? 간단하게 정리하면, 가톨릭 교회의 전례 또는 그에 준하는 행위에 해당하거나 교회의 거룩하고 존엄한 유산을 말한다.

 

얼마 전 한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교구에 기증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도 잘 아는 작가이자 작품이었기에 자식 같은 소중한 작품을 기꺼이 먼저 교구에 내어 드리고자 한 그 마음이 참 아름다웠다. 나는 이 작품을 몇 분에게 보여 드린 뒤 다시 물었다.

 

이 작품이 성미술품이 될 수 있나요?”

 

그러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가톨릭 문화유산, 혹은 성미술품에는 반드시 예수님이나 성모님, 성인들이 그 안에 있어야 할까? 아니면 가톨릭 신앙을 풍부히 담고 그 믿음이 올바르게 잘 담긴 것이어야 할까? 독자 여러분께서 두 그림을 직접 보고 판단해 보기를 바란다.

 


 

〈오 마이 갓〉에 담긴 언어유희적 세계

 

오 마이 갓어머나 세상에!’ 또는 오 주님!(Oh my God!)’이라는 영어의 전통적 의미와, 최근 들어 우리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함께 주목받는 한글과 한국의 전통 모자인 을 언어유희적 표현으로 연결하고 있다. ‘마이(my)’말 마()’자와 귀 이()’자로 재해석하여 “(성경)말씀을 듣는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오 마이 갓(O 馬耳 갓)’은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주님(God)’으로 전이시켜 영()의 세계를 함축한 것이다.

 

이소영, 〈오 마이 갓 1〉/ 〈오 마이 갓 2〉, 2026, 옻지 채색, 64×47cm

 

그러나 작가는 작품에서 말이 쓴 갓이 아니라 ()과 귀()에 집중한다. 말은 곧 성경 말씀이며, 그 말씀을 듣고 행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처음에는 언어유희를 통해 영어를 한글로 재미있게 바꾸었지만,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영어 표현에서 ‘God’에 집중했다면, 한글에서는 말씀’, ‘성경 말씀을 듣는 것에 집중하도록 관람자를 재치 있게 이끌어 간다.

 


 

말씀을 듣는 붉은 말

 

요한 묵시록 6장에는 어린 양이 뜯는 봉인 중 흰말, 붉은 말, 검은 말, 푸르스름한 말이 등장한다. 그중 붉은 말은 사람들이 서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도록 평화를 거두어 가는 권한이 있는 이를 태운 말이다.

 

그러나 동양에서 남쪽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십이지 중 말이 상징하는 오시(11~13)의 만남은 길상(吉祥, 운수가 좋거나 경사가 날 조짐)을 의미한다. 작가는 상반된 두 의미를 〈오 마이 갓1〉에 함께 담고자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세계가 전쟁으로 신음하는 시대상을 반영했다. 붉은 말을 통해 시대의 고통을 직시하고,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눈물을 흘리시는 주님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전쟁과 폭력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신앙을 표현하려 했다.

 

정리하면, (주님의) 말씀을 잘 듣고 순종해야 한다는 의미로 귀가 잘 드러난 갓을 쓴 붉은 말을 그렸으며, 올해가 붉은 말의 해인 점에 착안해 후광을 커다란 원형의 모습으로 나타내 ‘Oh my God’의 첫 글자 ‘O’가 긍정의 의미를 지닌 ‘O’로 읽히도록 표현했다.

 


 

시련을 견딘 어린 양, ‘내강이

 

오른쪽 하단의 거친 파도 위, 가녀린 나뭇잎 배를 타고 있는 표범 무늬 양 내강이는 외유내강(外柔內剛)에서 따온 이름이다. 2015년 택배로 보낸 양 그림을 분실했다가 되찾은 실제 일화에서 비롯되었다. 루카 복음 15장에 등장하는 돌아온 탕자처럼, 하얀 양은 시련을 겪으며 난 상처가 표범 무늬로 남아 자칫 사나워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단련이 된 흔적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표범 표()’고할 보()’와 발음이 같아서 〈까치호랑이〉 같은 그림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의미로 그려졌고, 사악한 기운을 막는 벽사의 의미도 함께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오 마이 갓1〉의 내강이의 표범 무늬에는 악에서 보호하고 주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붉은 말의 눈가 얼룩에는 연민의 눈물 자국이, 눈동자에는 예수님께서 투영되어 있다. 미소 짓는 어린 양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평온한 모습이다.

 


 

〈오 마이 갓2, 벼랑 끝에 선 그림자 인간을 마주하다

 

〈오 마이 갓1〉이 수난을 겪은 이후라면 〈오 마이 갓2〉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오른쪽 아래 벼랑 끝에 서 있는 그림자 인간은 처절히 외면당하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그는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존재감 없이 소모되는 익명의 누군가이며,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그늘이다.

 

그림자 인간은 한글을 소재로 만든 2007년 수묵 애니메이션 〈낯선 여행〉에서 자음과 모음의 획을 의인화하면서 탄생한 캐릭터이다. 자살률 1위인 한국의 현실을 시사하며, 그림자 인간을 돕기 위해 달려오는 세 펭귄은 이웃이자 구름 위에서 내려오는 주님의 천사와 같다. 작가는 큰 말 옆에 작고 뒤뚱거리는 유머러스한 펭귄의 모습을 그려 넣어 슬픔의 감정과 극도로 강한 대비를 이루게 했다. 동시에 펭귄의 앞뒤 색이 다른 모습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군집 생활을 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현대인의 획일적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절망과 희망 사이, 약속된 여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묵시록에서 흰말은 승리자로서 영광과 신성을 의미한다. 옛 선인들도 흰말이 죽은 이의 영혼을 하늘로 데려간다며 신성하게 여겼다. 신라 시대의 〈천마도〉나 조선 시대 상여를 장식했던 나무 인형인 목우중에서도 흰말의 형상을 찾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이 백의민족이라 불릴 만큼 흰색을 선호한 이유는 흰색이 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흰말의 눈동자에는 양의 얼굴이 투영되어 있는데, 분노에 찬 듯 부정적인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고, 세상이 나를 소외시켜 홀로 남겨진 느낌일 때 누구나 절망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때가 자신의 내면과 주님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 마이 갓2〉는 절망의 상황 속에서 오히려 희망을 갖게 되는 순간을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세월의 흐름은 덧없이 느껴지는 가운데 자연이 끊임없이 순환하듯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우리의 마음을, 작가는 〈오 마이 갓1〉와 〈오 마이 갓2〉 연작으로 표현하였다. 그림자 인간, 내강이는 현대인의 페르소나이자, 현재를 살지만 죽음을 향해 달리고 있는 유한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하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이 말씀을 마음에 담고, 오늘도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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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교회문화유산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이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회 문화유산의 보전과 교회 예술의 진흥을 위해 힘쓰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교회 예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주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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