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9일 사순 제1주일

성경 이야기

2025년 3월 9일 사순 제1주일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루카 4,13)

2025.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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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머리에 재를 받는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 시기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재를 받으면서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말을 듣지요.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표현은 우리의 유한함을 드러냅니다.

 

엄청난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다가오는 죽음을 막지 못합니다.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도 노화의 시간 앞에서 지식을 끝까지 뽐낼 수 없습니다. 이렇듯 인간은 유한한 시간을 삽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영원한 시간을 사십니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2베드 3,8)

 

영원하신 하느님을 믿는 교회는 유한한 인간이 절망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짧은 삶의 여정을 마친 인간은 하느님 곁에서 영원한 삶을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영원한 삶의 시작은 바로 하느님을 믿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세례를 통해 영적이고 거룩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죄의 유혹에 빠지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우리가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죄인이란 고백은 우리 자신을 수치스러움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지요. 주님의 자비 덕분에 우리는 죄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고, 주님의 속죄를 통해 죄 없는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교회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고백합니다.

 

그 사랑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1요한 4,10)

 

인간은 커다란 하느님 사랑 앞에 충실하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악마에게 여러 유혹을 받으신 이야기를 합니다. 돌더러 빵이 되라는 재물의 유혹, 나라들의 권세와 영광을 주겠다는 권력과 탐욕의 유혹, 하느님을 시험하는 교만의 유혹 등 악마는 예수님을 계속 흔들어 댑니다. 우리도 유혹을 받습니다. 유혹 앞에서 헤매고 넘어지기도 하지요. 탐욕의 유혹, 우상 숭배의 유혹, 교만의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유혹에 넘어가기보다는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유혹을 이겨 내십니다. 이 복음을 통해 결국 하느님께 의지할 때, 주님께 도움을 청할 때 유혹을 이겨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다.”(히브 2,18)

 

루카 복음사가는 여기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나 덧붙입니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루카 4,13)

실제로 악마의 유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탄이 열두 제자 가운데 이스카리옷이라고 하는 유다에게 들어가면서(루카 22,3),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다시 시작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겟세마니 동산에서도 십자가 위에서도 항상 기도하셨고, 제자들에게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라고 가르치십니다. 심지어 예수님은 배반할 베드로를 위해서도 기도하십니다(루카 22,32). 우리가 유혹에 이기는 방법은 기도밖에 없음을 예수님께서는 몸소 보여 주신 것이지요.

 

이제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40일간 사순의 여정은 언제나 유혹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보다 먼저 유혹을 받으셨고, 기도를 통해 유혹을 이겨 내셨습니다. 우리가 욕망을 가지고 있는 한 유혹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또한 세례를 통해 우리와 함께하시는 성령께서 우리를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로마 8,26). 그러므로 남은 방법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Profile
서울대교구 사제. 성서신학을 전공했고,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신부로 활동 중입니다. "인간의 지식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에페 3,19)라는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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