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는 정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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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는 정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요…”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필사 노트》, 결국 가장 오래 머무르는 사람이 됐습니다

2026.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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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완성된 문장들 사이에서

 

기도를 책으로 만드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이미 아름답고 완성된 문장들 앞에 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찬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였고, 나는 그 안에서 흐름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잘 쓰기보다 잘 이어 보기를 선택했다. 찬가와 찬가 사이를 무리 없이 잇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이 작업은 편집이 아닌 동행에 가까워졌다. 기도를 덧붙이는 대신, 그 기도와 함께 걸어가는 시간을 만들었다.

 


 

30일의 흐름, 그리고 멈춤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필사 노트》는 30일 동안 이어지는 필사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 한 편의 찬가를 읽고, 묵상하고, 직접 써 내려가는 단순한 구조다.

 

그러나 그 흐름을 만드는 일은 단순하지 않았다. 찬가의 배열과 주제의 흐름, 묵상 질문까지 하나하나 선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한 페이지 앞에 오래 머무르는 시간이 반복됐고, 그 멈춤은 문장을 다듬는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질문 앞에 서게 되는 사람

 

이번 작업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부분은 묵상 질문이었다.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 나는 어떤 마음으로 서 있나요?”

 

 

이 질문을 쓰고도 한동안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질문은 독자를 향하지만, 결국 필자인 나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노트의 질문들은 누군가에게 건네지기 전에, 이미 한 번 나를 지나간 문장들이다.

 


 

오래 머무르는 방식

 

필사는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다. 한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 동안 문장은 더 오래 머무른다.

 

그래서 이 노트에는 잘 쓰기보다 오래 머무르기를 담고 싶었다. 중간에 멈추거나 하루를 건너뛰어도 괜찮도록 여지를 남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문장 앞에 머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남은 한 문장

 

작업을 마친 뒤에도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다.

 

       “살베, 바다의 별이시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하느님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네.

당신께서는 이를 받아들이시어

세상에서는 평화가 미소를 짓는다네.”

 

문장을 따라 쓰는 순간, 그 문장은 자신의 문장이 된다. 손을 거쳐 내려오는 동안 의미는 조금씩 스며든다.

 

그래서 이 노트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남는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이 문장을 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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