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로 복음 전하는 중입니다.

영성과 신심

트로트로 복음 전하는 중입니다.

샹하이 샹하이 그리스도

2026.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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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MBN불타는 장미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신과 함께라는 콘셉트로 각 종교를 대표하는 이들이 각자의 장기를 뽐내는 자리였다. 출연진으로는 목사님, 스님, 박수무당 2명이 있었고 천주교에서는 내가 대표로 선정되었다.

 

내가 여기 왜 왔지?’

 

대단한 출연진의 실력 앞에서 기가 죽었다. 목사님은 성악을 전공하신 분으로서 성량으로 마이크를 잡아먹었다. 유명 연예기획사 소속으로 아이돌을 준비했던 박수무당 도령들은 노래와 춤 실력이 연예인 같았다. 스님은 버스킹을 하시는 분으로 노래와 무대 매너에 안정감이 있었다. 이분들 모두 인간극장과 아침마당에 출연했던 유명인들로서, 방송계에서는 일반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오신 분들이었다. 그러나 난 이분들처럼 전공자도 아니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방송 출연은 처음이기에 긴장했고, 다른 참가자들의 실력에 다소 위축돼 있었다. 그래도 종교를 대표해서 온 것이니 자신감을 갖고 녹화에 임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의 장기인 기타와 함께 야심차게 준비했던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를 신명 나게 불렀다. 나의 무대는 의도치 않게 신과 함께라는 프로그램 콘셉트에 가장 잘 맞는 무대가 되었다. 왜냐하면 나의 무대는 목사님과 스님, 도령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방송 출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재미있는 일들은 한 달 후 방송이 나간 후에 일어났다.

 

방송 다음 날, 경상남도 남해군청 행정국장님이라는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분은 전날 방송에 대한 소감을 전하시면서, 10월 남해 독일 마을에서 열릴 옥토버 페스트에 섭외를 요청하셨다. 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밖에도 MBN의 재섭외 요청과 KBS ‘아침마당섭외 요청이 들어왔고, 구미와 광주의 성령 기도회에서도 연락이 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요청은 함께 출연했던 트로트 감성 천재라고 불리는 빈예서 팬클럽에서 온 연락이었다. 빈예서 양이 안양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는데, 특별 게스트로 참석해 줄 수 있느냐고 초대한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한 콘서트는 성탄 크루즈 콘서트까지 이어졌다.

 

이 외에도 산본 성당에서 주임 신부로 있었던 때, 본당의 날 행사에 트로트 가수 신성 씨를 초대해 함께 공연을 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그리고 이 날 공연을 보러 오셨던 군포시장님 초대로 군포시 철쭉 축제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렇게 연결된 곳을 기점으로 강의와 공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불타는 장미단 → 경남 남해군청 옥토버 페스트 공연 요청 → MBN 재섭외 → 빈예서 콘서트 초대 → 구미 → 광주 → 아침마당 섭외 → 크루즈 콘서트 출연 → 군포 철쭉 축제

 

나를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세계로 이끈 연결고리가 참 신기하다. 이를 가리켜 체인 액션이라고 한다. 하나의 행동은 다른 고리로 연결된다는 말이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의 결과는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방송 출연이라는 액션은 또 다른 섭외와 요청이라는 고리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연결 고리를 돌아보면서, 좋은 과정과 마무리는 다른 좋은 사건과 연결되어 또 다른 좋은 과정과 결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의 선한 만남은 선한 고리가 되어 또 다른 선한 만남과 결과로 연결된다. 로마서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요즘도 강의 요청이 올 때 '샹하이~ 샹하이~ 하시면서 신나게 해 주세요.’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하고 신나는 만남이 또 다른 신명 나는 만남으로 이어지리라 기분 좋게 기대하며 기타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타가 어디에 있더라.

 


 

*다음 화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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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수원교구 사제. 공도성당 주임 신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엠플렉스’라는 밴드에서 보컬과 일렉 기타를 맡아 활동했으며, 현재는 잠시 휴식 중입니다. 유튜브에서 ‘밴드 엠플렉스’를 검색하시면 지난 활동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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