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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 제1주일 복음은 유혹 앞에 선 인간의 연약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빵의 유혹을 이겨 내신 예수님의 말씀은, 욕구를 억누르는 싸움이 아니라 하느님과 더 깊이 살아가는 길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
지난 가을, 사촌 동생의 다이어트 약을 뺏어 먹으며 체중 조절을 시도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식사를 거르고, 오직 다이어트 약만 2주일간 먹으면 되는 아주 단순하고 쉬운 방법이었습니다.
한 며칠은 그럭저럭 견딜 만했습니다. 5일째 되던 날 우연히 고속버스 터미널을 지나가는데 갓 구운 빵집이라고 써 있는 가게 앞에서 두 다리가 우뚝 멈추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의지는 지금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내 몸과 위장은 격렬하게 탄수화물을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죠.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만약 네가 몸을 움직이고 싶다면 빵을 사서 먹어!”
제 위는 저에게 빵을 먹으라고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굳은 의지로 버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니의 요술 램프 속 신기루처럼 빵 냄새에 이끌려 저는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빵집으로 달려가서 단숨에 단팥빵 5개를 해치우고 체중 조절과 건강 관리, 모두와 이별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탄수화물에 패배한 그날 저녁 저는 눈물을 흘리며 복음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사십 일을 밤낮으로 단식하신 뒤라 시장하셨다. ……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마태 4,1-4)
40일을 단식한 분이 빵의 유혹을 버티셨다니…… 예수님 앞에 펼쳐졌던 그 유혹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저는 그제야 깨닫고 말았습니다. 평범한 인간인 저는 한낱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는데, 예수님께서는 존재를 뒤흔드는 유혹을 이겨 내셨습니다. 저는 “세상에 유혹을 이기며 살아가는 이들은 없다.”라고 생각하며 예수님을 따라 걷기는 힘들겠다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매일 어른 수사님들을 기쁘게 공경하며 살아가는 우리 형제들을 보면서 점점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에는 돌봄이 필요한 연로하신 수사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분들과 함께할 젊은 수사님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몇 명의 형제들이 ‘어르신 공경팀’을 만들어 이 필요성에 자발적으로 응답하고 있었습니다. 형제들은 자신의 일상의 틈을 활용하여 할아버지 수사님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그분들의 식사를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어르신 공경팀 형제들을 바라볼 때마다 존경스러움과 안쓰러움이 교차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형제들과 함께 할아버지 수사님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팀장 수사님에게 "일이 힘들고 고되어 그만두고 싶지 않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수사님,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이 세계만 있는 게 아니에요. 삶 안에서 하느님과 더 깊게 생활하는 신비 세계가 있고, 저는 그 세계를 믿고 그 안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하느님 나라에 재물을 쌓는 일이 지금 이뤄지고 있다면 나를 유혹하는 이 마음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어요.”
수사님의 우문현답은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답을 듣고 할 말을 잊었습니다. 지극히 인간적인 저는 예수님의 마음, 우리 수사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었나 봅니다. 하느님과 좀 더 깊은 관계, 깊은 사랑으로 살아가시는 수사님을 멍하니 바라보며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늘 함께 살아가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악마의 유혹을 이겨 내는 신화 같은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삶 안에서 실천되는 진짜 이야기임을 확인하는 순간, 저도 보다 더 크고 깊은 꿈을 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 오늘의 묵상 포인트
여러분의 마음을 자꾸만 멈춰 세우는 '강렬한 유혹'은 무엇인가요?




